[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나는 모리셔스를 떠나기 전 날 까지 드로잉을 하고, 고양이 도도와 놀며 별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을 보냈다. 모리셔스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이 곳으로 떠나왔을 때만큼의 기묘한 기분이 든다. 다음 날 아침이면 언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기약 없는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분했다.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들 정도로. 한 달이라는 시간이 길기는 길었나보다. 모리셔스를 떠나는 것이 무척 슬프거나 아쉽거나 하지는 않는 것을 보니. 하지만 고양이도도와 헤어지는 것은 정말이지 비통했다.
섬을 떠나던 날 아침, 고양이 도도는 어김없이 찾아와 밥을 달라고 졸랐다. “도도야, 우린 이제 안녕이야.”하며 참치 캔을 따서 주자 그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도도는 허겁지겁 참치를 먹어치웠다. 맛있게 식사를 마친 도도는 늘 그랬듯이 내 옆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누워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서둘러 공항으로 가야했던 나는 그런 도도를 억지로 안아 올려 테라스에 놓아주고 미닫이 창문을 닫았다. 도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어디가?’라고 묻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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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 동안 머물렀던 집의 출입문 앞에서. | ||
우리는 희미해지고 사라져가는 것들, 그리고 이미 사라진 것들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다. 그런 감정을 겪는 시기는 대개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늦어버렸거나 체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때로는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곤 한다. 나는 이미 확실하게 상실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무언가에 대해서 마치 그것이 아직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들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기록해 나갔다. 때문에 나는 지금껏 내가 겪어왔던 어떤 보통의 대상들의 상실에서 오는 그리움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종류의 상실감과 연민 같은 것들을 느꼈던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 이 아름다운 섬에서 나를 해결 될 가망성이 없는 외로움과 고독의 구덩이로 몰아 붙였을지도 모르겠다. 어딜 가더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으로 둘러싸인 이 작은 섬은 내게 있어 광막한 상실의 한복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여행의 목표였던 ‘방황’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이행했다. 말 그대로 나는 지난 한 달 간 키가 고장 나 표류하는 난파선 마냥 떠돌고 또 떠돌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외롭기 그지없었던 표류는 내게 이전에 하지 못했던 수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마주하게 해 주었다. 물론 적확한 답 같은 것은 역시나 없었고, 사실 처음부터 기대도 않았다. 그저 나는 이곳에서 도도새를 그럴 듯한 이유로 삼아 정처 없이 떠돌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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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이란 수많은 길 위에서 다시 더 많은 새로운 길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무수히 펼쳐진 그 길들 위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때문에 방황이 우리에게 전달할 수 있는 명료한 단 한 가지는 ‘살아있다는’ 느낌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한 달간의 여행은 내게 있어 지독한 방황이자 존재 증명의 수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앞으로도 결코 짧지 않은 방황을 하겠노라고 조그맣게 되뇌며 이 작은 섬과의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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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do in blue jungle, 15x15cm, water color on panel, 2015 | ||
그동안 ‘도도새를 찾아서’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상암 월드컵 경기장 2층 스칼라티움 아트 스페이스에서 저의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의 기존 작업을 비롯해 모리셔스에서 진행했던 작업과 프로젝트도 함께 전시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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