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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포스터 | ||
[디아티스트매거진=임다정] ‘하이틴 영화’라고 불리는 장르에는 한 가지 공식이 있다. 평범한 주인공이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이성과 첫 눈에 사랑에 빠지며 일과 사랑을 모두 쟁취한다는, 지극히 판타지스러운 내용이 그것이다. 우리는 영화 속 평범한 주인공에 우리 자신을 대입하면서도, 영화 속 좋은 친구들과 백마 탄 왕자님(때론 공주님도 있다)의 등장이라는 비현실적인 스토리라인에는 어떠한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하이틴 영화를 찾아보는 이들은 권선징악이라는 완벽한 결말에 대리만족을 느낀다.
하이틴 영화의 역사는 매우 길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부터 목표 의식이 뚜렷한 주인공까지. 역사가 긴 만큼 내용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변주도 이루어졌다.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역시 굳이 장르를 따진다면 이러한 하이틴 영화의 변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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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스틸컷 | ||
독특한 타이틀 시퀀스와 색감으로 유명한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의 줄거리는 사실 매우 간단하다. 소위 말하는 ‘찌질이’ 너드(nerd) 주인공,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와 그 친구들의 우정과 학교생활을 그린, 뭐 그런 이야기다. 하이틴 영화의 주요 요소인 학교 퀸카와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조금 이상한 가족들까지 이 영화 속에 다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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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스틸컷 | ||
그런데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는 이렇게 하이틴 영화 특유의 B급 정서에 충실한 영화이면서도 기존의 것들과는 어딘가 조금 다르다. 화려한 카메라 워크도, 심금을 울리는 연출도 없다. 주인공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는 여타 하이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정의감에 불타지도 않고 심성이 곱지도 않다. 약간의 허세도 있고 시종일관 멍한 표정에, 여자들은 그를 무시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현실을 탈피하고자하는 생각도 없다.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게 흘러간다.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라고는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인 나폴레옹이 Jamiroquai의 Canned Heat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다. 이 댄스 장면의 결말이 그의 친구 페드로를 학생회장에 당선시켰다는 점만 빼면, 영화 속 나폴레옹의 인생은 딱히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친구 뎁이 생겼고, 페드로는 학생회장에 당선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찌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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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스틸컷 | ||
기존의 하이틴 영화를 떠올려보라. 권선징악과 성장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가득 담고 있던 플롯들은 이 영화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이 영화 속에서 여타 다른 하이틴 영화가 주었던 비현실적이고 짜릿한 대리만족이나 쾌감 따위는 얻지 못한다. 그러나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사람들이 이 영화에, 그리고 나폴레옹에 열광하는 이유는 영화 속 잔잔한 서사와 영화 속 인물들이 우리의 진짜 삶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은 앞서 언급한 나폴레옹의 댄스 장면이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나폴레옹과 우리를 일치시키며 지극히 현실적인 대리만족을 얻는다.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객석에서 기립 박수를 치는 영화 속 관객들의 모습과 일치시킨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공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는 관객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러한 괴리감에 고통 받는 이들이라면,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를 볼 것을 추천한다. 나폴레옹을 통해 적어도 ‘나’라는 세계 안에서 우리는 모두 각자 빛나는 주인공이라는 점을 발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