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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운명적인 사랑이란?

   
▲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 컷

[디아티스트매거진=남성찬] 당신은 운명적인 사랑이 있다고 믿는가?

운명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서로 다른 영화 <500일의 썸머>와 <번지점프를 하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운명적인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굳게 믿으며 살아온 톰 헨슨(조셉 고든 레빗)은 다니던 카드회사에 비서로 들어오게 된 썸머(주이 디샤넬)를 보는 순간, 자신이 그토록 기다려온 운명의 그녀라고 확신한다.

유년기를 이혼한 부모님 밑에서 보낸 썸머는 운명적인 사랑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여자이다. 상처 받을 것이 두려워 관계에 항상 거리를 두는 그녀는 톰과 모든 연인들의 통과의례(?)를 함께 했음에도 둘의 사이를 연인으로 규정짓는 것을 거부한다.

그렇게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톰은 연인 관계라고 굳게 믿고 있는)를 지속해오던 둘,
썸머는 자신이 믿지 않았던 운명적인 사랑을 톰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서 확신하며 결혼을 하게 되고, 썸머를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믿고 그 한 몸 헌신하다가 헌신짝이 되어버린 톰은 염세주의자(?)가 되어 술에 쩔은 나날들을 보낸다.

상처를 딛고 새 출발을 꿈꾸는 톰
본래 건축업이 꿈이었던 그는 다니던 카드회사를 그만두고, 건설회사 면접을 보게 된다.
면접 대기실에서 만난 자신과 공통점을 가진 매력적인 여자 어텀(민카 켈리), 무언가를 깨달은 톰은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그렇게 한 남녀의 500여일의 만남은 막을 내린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 컷

때는 1983년, 비 내리던 어느 날 자신의 우산 속으로 갑자기 뛰어든 태희(故 이은주)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인우(이병헌)는 태희가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고 ‘확신’한다.

태희 역시 인우가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고 ‘확신’하고, 둘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시간이 흘러 인우의 입대 날이 다가오고, 꼭 배웅을 나오겠다던 태희는 그 날을 기점으로 행방불명이 된다.

17년의 시간이 흐른 2000년, 군 제대 후 국어 선생님이 된 인우는 미모의 아내와 어여쁜 딸을 가지고 있는 가장이다. 남부러울 것 없던 그의 삶은 새로 담임으로 부임하게 된 학교에 현빈(여현수)이라는 남학생을 만나면서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17년 전 사라진 운명적인 첫사랑, 태희의 말투,습관 그리고 그녀가 인우에게 줬다 뺐은(?) 라이터까지 그녀와 너무도 닮아있는 현빈을 보며 인우는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단순히 남제자에게 끌리는 것이 아니라 현빈이 태희의 환생이라는 것을 깨달은 인우는 남제자를 성추행한 파렴치한으로 교직에서 물러나게 되고, 이혼까지 당하게 되는 상황 속에서도 현빈(태희)을 향한 마음을 접지 않는다.

현빈(태희) 역시 처음 인우를 보았을 때부터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자신이 태희의 환생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현빈은 애써 인우에 대한 끌림을 부정해보려 하지만 이내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태희였음을 깨닫는다.

그들을 잡아줄 끈 없이모든 걸 잃고 태희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정거장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인우.
(태희는 인우를 배웅 나오던 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기억이 돌아온 현빈은 정거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인우와 다시 재회하게 되고 둘은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난다.
현세에서는 사랑을 이어갈 수 없음을 깨달은 인우와 현빈은 다음 생을 기약하며 번지점프를 한다.

그들을 잡아줄 끈 없이

   
▲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 컷

두 영화의 분위기는 다소 경중의 차이가 있지만, 같은 주제 ‘운명적인 사랑’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두 영화가 같은 주제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확연히’ 다르다.

500일의 썸머에서 톰은 썸머를 자신의 운명적인 그녀라고 ‘확신’했다. 그렇지만 썸머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톰이 500일 동안 했던 사랑은 ‘운명적인 사랑’이었을까?
답은 NO이다. 톰은 사랑했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다.

톰은 영화내내 운명의 그녀라고 믿은 썸머를 오로지 자신에게 맞추기 위해 여념이 없다.
이유는 하나다. 썸머는 나의 운명적인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자유로운 연애방식(혹은 그렇게 하는 이유), 그녀의 기호(링고스타를 좋아하는 것), 그녀의 자립심 강한 성격 어느 것 하나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외모만은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듯하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의미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녀의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주고 그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다.
만약 톰이 그런 자세로 썸머를 대했더라면 비틀즈에서 링고스타가 제일 좋다고 말하는 썸머에게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며 시종일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관계를 규정짓기를 거부하는 그녀에게(어린시절 부모님의 결혼이라는 관계가 이혼으로 끝났던 것에 대한 상처에 기인한 듯하다.)
굳이 남자친구라는 이름으로 곁에 머무려고 했던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썸머는 톰을 만나는 동안 톰 몰래 바람을 피지도, 톰을 이용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톰은 썸머를 사랑했다기보다 스스로가 운명적인 여자라고 규정지었던 썸머와 사랑에 빠져있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던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썸머에게 자신이 그리는(혹은 자신과 일치하는) 모습을 요구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들로만 구성된 음악을 선물하는 것, 그가 너무도 감명 깊게 ‘잘못’보았던 영화 ‘운명’을 누가 봐도 피곤해하는 그녀에게 꾸역꾸역 보여주는 것)

그는 사랑이라는 관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남자였다. 썸머와의 이별 후 잠깐 가졌던 소개팅에서도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그를 이해하려 하고, 끝까지 참으며 그의 썸머’s 스토리를 들어줬던 소개팅녀에게 온갖 진상을 부리며 떠나가라며 울부짖는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 컷

반면, 각종 커뮤니티에서 쌍년(?)이라고 회자되고 있는 썸머를 살펴보자.

썸머는 처음 톰과 대면하게 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Smith의 음악을 듣고 있던 톰에게 멋진 취향을 가졌다는 말을 건네며 그를 ‘존중’해주었다.
톰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하기를 원했던 일(건축업)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응원해주었다.
비록 건축업에 종사하고 싶지만 카드회사에서 어물쩍거리고 있는 수동적인 성격의 톰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었다.

톰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고 있었을 때 먼저 입맞춤을 한 것도, 손을 잡았던 것도, 이별로 이어질 뻔 했던 큰 싸움 뒤, 사과를 하기 위해 먼저 찾아왔던 사람도 역시 썸머였다.

톰과 썸머 중 누가 더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했으며, 누가 더 이 관계를 위해 ‘노력’을 했던걸까?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남녀의 만남에 정해진 운명이나 필연이란 것은 없으며,
그저 수없이 많은 우연만이 있을 뿐이라고.(많은 이들이 운명이라고 착각하는)
늘 수동적이었던 톰이 실연의 아픔을 겪은 후, 다니던 카드 회사(어쩌면 이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했던)를 그만두고 적극적인 자세로 정말로 하고 싶었던 건축업에 도전하는 것, 건설회사 면접장에서 만났던 자신과 ‘우연히’ 공통점을 가지고 있던 매력적인 여자 어텀에게 망설임 없이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도

톰은 깨달았던 것이다. 자신이 ‘운명’이라고 여겼던 사랑은 누구와도 일어날 수 있는 ‘우연’이었다는 것을, 그러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앞서 썸머가 몸소 보여준)

그렇게 노력으로 이뤄낸 필연을 굳이 달리 부른다면 ‘운명’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 컷

이와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의 운명적인 사랑은

사랑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닌 사랑할 수 밖에 없어서 사랑하게 되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다.

운명적으로 사랑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인우와 태희에게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되는 것은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보는 순간 서로를 사랑하게 될 것을 알았고, 다른 어떤 사람도 상대방을 대체할 수 없다고 느낀다.

교통사고로 죽은 뒤, 다시 태어난 (심지어 성별을 바꾼 채로) 태희를 인우가 알아보고 사랑하게 되는데 어떠한 이성이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가슴이 시킨다. 둘은 운명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동성으로서는 사랑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그들은 동반 자살을 택한다.

다음 생애에서도 다시 만나 사랑하자는 말과 함께.

자칫 아주 허무맹랑하게까지 보일 수 있는, 이 두 사람이 서로의 운명에 대해 가지는 확신이 영화를 통해 주는 감동은 상당하다.
저런 사랑이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엔딩에 인우의 나레이션을 듣고 있으면 존재의 여부를 따지는 이성과 상관없이 가슴이 먹먹해진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화속 인우와 태희의 사랑이 주는 묵직한 울림이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고, 그런 만남들을 ‘사랑’이라고 ‘사랑했다’라고 말하는 요즘의 세태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재고토록 한다.

다시 한번 당신에게 묻고싶다.

당신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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