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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삶 속에서, <굿'바이>

   
▲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사색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나)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보는 때가 잦아지고, 저절로 자신을 비롯한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에 잠기곤 한다. 높아지는 하늘만큼 생각도 깊어지는 터라, 요즈음 드는 생각은 좀처럼 꺼질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이리보든 저리보든 ‘나’로부터 시작되는 이 생각은 종종 ‘죽음’에 까지 닿아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이런 생각을 왜 하고 있을까’ 물음표를 던질수록 생각은 더 깊고 짙게 파고든다. 그럴 때마다 이 영화를 다시금 꺼내본다. 영화는, 우리에게 죽음이 단지 누군가가 영영 떠난다는 슬픈 일인 것을 넘어, 얼마나 아름다운 마지막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죽음, 참 경건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 <굿’ 바이: Good&Bye (おくりびと: Departures, 2008)>는, 감독 다키타 요지로에게는 2010, 29회 홍콩금상장영화제 아시아 영화상 등 다수의 상을, 주인공 모토키 마사히로에게는 남우주연상을 안겨주면서 전 세계적으로 웰-메이드 작품으로 인정받은 이미 유명한 작품이다.

세차게 내리는 눈을 뚫고 상갓집에 도착한 고바야시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분)가 꽤나 숙련된 자세로 사체를 정성스레 다루는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그런 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맡고 있던 다이고는, 단이 해체되고 첼로를 사기위해 대출받은 1억 8천 빚을 지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우연히 신문에서 ‘연령제한 없음, 고수익 보장의 여행 도우미’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회사를 찾아간다. 찾아간 회사 안에 비치되어 있는 세 개의 관들, 회사의 정체는 전문 납관회사였다. 거부할 수 없는 사장의 포스에, 얼떨결에 시작한 다이고의 새 일은, 전문 염습사이다.

   
▲ 염습사 일을 하기로 한 다이고의 고민

의문을 품고 자신 없는 채로 시작한 일에 대해, 다이고의 마음이 점점 열리고 모습이 변해가면서 영화에는 진정성이 툭- 하고 무심하듯 단단하게 입혀진다. 고인이 살아생전에 즐겨 쓰던 물건이나 가장 좋아하던 것 혹은 마지막까지 하고 싶어 했던 사소한 물건(여고생 양말을 신고 싶어했다는 손녀의 말에 따라, 버선대신 양말을 신기는 등)하나 놓치지 않고, 평소에 하던 립스틱을 발라 ‘그들이 그들일 수 있도록’ 있는 힘껏 정성들여 임하는 회사 사장 이쿠에이(야마자키 츠토무분), 그리고 그런 사장에게 고맙다 인사하며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상주를 보며 다이고도 일에 점점 녹아들게 되는 것이다.

   
▲ 마지막까지 예와 정성을 다 하는 사장과 다이고
   
▲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눈물 흘리는 고인의 아버지.

영화에는 죽음이 연속되어 나온다. 흔하게 접하는 죽음부터 사회의 다양한 죽음들 즉, 2주 뒤 발견 된 독거노인의 죽음부터 자살, 청소년의 오토바이 사고, 아내의 죽음, 최근에 만난 지인의 죽음까지 삶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죽음들이 2시간 내내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때 그렇게 떠났던 사람들과 아직 살아있는 우리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스쳐지나간다. 때론, 지나간 한 죽음이 머물러 있다 가기도 하고, 잠시 잊고 있던 죽음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영화는, 삶 이야기와 죽음의 순간들이 ‘하나의 인생’으로 이어지는 ‘경건함’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의 일이 그렇게 점점 마음에서 자리를 잡아갈 때 쯤, 다이고의 아내 미카가(히로스에 료코분) 다이고의 일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 그만두지 않으면 친정으로 떠나겠다며 윽박지른다. 그러나 다이고는, 자신의 손을 불결하다며 밀쳐내는 아내를 보면서도 그만둘 수 없다며 아내를 끝까지 잡지 않는다. 죽음의 순간들을 함께하면서 마음과 마음이 닿은 일이었기에, 다이고는 비록 의문을 품고 시작한 일이었다 해도 쉽게 그만 둘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내가 떠나고 ‘누가 날 시험하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어떻게 될까’하는, 우리가 살면서 꼭 한번쯤은 혼자 되 뇌일 말들과 함께 첼로 선율이 흘러나온다. 혼자남아 일을 하는 다이고,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굉장히 평온하다. 아무것에도 억눌리지 않고 기쁨도 슬픔도 다 잊혀진 채, 과거의 연속과 현재, 그리고 여전히 계속 변하는 현재와 죽음이 첼로 선율에 맞춰 조용하고 세세하게 이어진다. 이 이어짐은 우리로 하여금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 ‘죽음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마음에 닿는 누군가가 정리해주는 일이라면 죽음이 다가왔을 때 마음이 편해질 수는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은, 사장과 다이고가 염습하는 모습을 통해 더욱 진해진다. 아무 소리 없이, 그들이 행하는 손길과 눈빛, 소리를 따라 움직이는 우리의 시선은, 결국 ‘영원한 아름다움’에 머물러 고이 잠든 모습에 담겨지기 때문이다.

   
 

“죽음은 문이야. 죽는다는 것은 끝이 아니야. 죽음을 통과 해 나가서 다음 세상을 향하는 거지. 그래서 문이야. 난 문지기로서 많은 사람을 배웅했지.

잘 가세요, 또 만납시다.”                                          -화장사 대사 中-

단골 목욕탕의 주인아주머니를 보내며 어렵사리 화장의 ON버튼을 누르는 화장사 아저씨, 고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본디 그들 모습 그대로 보내는 사장과 다이고를 보면, 우리의 마지막도 이렇게 아름다운 가득한 인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영화 내내 그리고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영화의 마지막 염습이 다이고의 아버지가 되면서, 영화는 가족에 대한 의미 또한 되새길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끈다.

  따뜻한 색 없이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영화를 통해 우리는, ‘Good Bye’가 이토록 아름답게 슬플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마음속으로 찬찬히 읊어보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Good Bye, 잘 가세요. 언젠가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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