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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레이트 뷰티(2013)_포스터 | ||
[영화=디아티스트매거진] 파울로 소렌티노(Paolo Sorrentino) 감독의 신작인 <그레이트뷰티(The Great Beauty)>는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감독의 <라 돌체 비타>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주인공 젭의 일상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관광객의 죽음과 그의 생일 파티로 시작을 알린 후 ‘천사의 성’ ‘베네토 거리’ ‘수로교 공원’ ‘십자군 기사단장의 별장’ ‘파올라 분수’ ‘스파타 미술관’ 등 로마의 명소를 보여주며 어느 장면에서 멈춰도 작품 사진이 될 미장센과 하우스 뮤직, 성가, 현대 음악, 뉴에이지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관객을 로마투어에 합류 시킨다. 실제로 해외를 비롯해 국내에도 ‘그레이트 뷰티’ 관광 코스가 등장할 정도니 영화가 얼마나 알짜배기 로마 관광을 시켜주는지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수많은 영화에서 로마는 사랑받는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레이트뷰티>는 <로마의 휴일>(1954), <로마 위드 러브>(2012) 처럼 대놓고 ‘너에게 로마 관광을 시켜주겠어.’ 라고 말하는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과거 한편의 소설로 인기 작가가 된 젭을 통해 로마 상류층의 일상을 보여주지만 그는 “원하지 않는 일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라고 말하는 65세. <더 라이엇 클럽>에 등장하는 미남 배우도 아닌 주인공이 매력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화려한 파티와 도시에 가득찬 욕망 속에서 늘 고독한 예술가이고 싶은 ‘젭’이 영화를 격조 있는 분위기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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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레이트뷰티(2013)_스틸컷 | ||
앞서 언급했다시피 영화는 미장센과 음악 철학과 감성까지 담으며 하이엔드를 추구한다. 필자는 감독이 담아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 영화를 보면 ‘아빠와 크레파스’라는 동요가 떠오르곤 했다. ‘그릴 것은 너무 많은데 하얀 종이가 너무 작아서..’ 참 안타까운 기분이 들곤 했는데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은 아주 큰 도화지를 가지고 있어 그리고 싶은 것들을 모두 그려낸다. 콜로세움을 눈앞에 둔 젭의 테라스에서 즐기는 화려한 파티 속에 흘러나오는 ‘Far l’amore (Lele Marchitelli)’와 ‘Mueve La Colita(DJ El Gato)’를 들으며 우리는 이미 로마 클럽에 입장하게 된다. 볼 거리 들을 거리 많은 이 영화의 중심에는 로마 곳곳에 위치한 명소와 그 속의 현대미술과 고전 미술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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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레이트 뷰티(2013)_스틸컷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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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레이트 뷰티(2013)_스틸컷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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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레이트 뷰티(2013)_스틸컷 | ||
벽에 머리를 찢는 퍼포먼스가 박수를 받고 사람을 벽에 세운 뒤 칼을 던져 물감을 터뜨리는 행위 이후에 그 벽은 어느 컬렉터의 판단으로 인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 되며 ‘여자아이’이기 이전에 예술가로 활동해야 하는 어린 소녀의 분노 가득한 퍼포먼스 작품은 엄청난 가치가 매겨진다. 감독은 관객의 박수와 상반되는 젭의 눈빛, 아티스트로 가격 매겨진 소녀의 퍼포먼스를 보며 “아이가 울고 있잖아요.”라고 말하는 라모나의 모습을 장치삼아 예술의 가치에 대해 되묻는다. 편집장과 젭의 식사 장면 중 데운 음식을 먹으며 “오래된 게 새것보다 나아.”라는 대화가 오가는 장면을 보면 더 충격적이고 더 강렬한 것을 욕망 하는 현대미술에 대한 감독의 편파적이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표현법을 엿볼 수 있다.
앞에 언급된 라모나는 주인공 젭이 30년 만에 찾은 옛 친구의 딸(40대 스트립 걸)이다. 시한부 인생이기에 혼처를 알아봐 달라는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한 라모나는 젭과 가깝게 지내게 되는데 상류 사회와는 거리가 멀던 그녀는 부유층에게는 그 가치로서 존재하는 소녀의 퍼포먼스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젭은 자신과 감성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그녀를 십자군 기사단의 별장 내부로 데려간다. 이곳은 실제 일반인에게는 열쇠 구멍 내부가 공개되어 있지 않아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문이 열리면 오랜 시간 잠들어있던 고전 예술 작품들이 깨어나는데 압도적이며 숭고하기까지 한 수많은 작품 중에 젭이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작품이 있다. 사랑했던 여자와 함께하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바로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라파엘로’의 ‘라 포르나리나(La Fornarina)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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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파엘로 La Fornarina(1519) oil on canvas 85 x 60 cm .jpg | ||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시대를 함께했다. 미술사가 G.바사리는 “라파엘로의 성품은 너무나 부드럽고 사랑스러워서 짐승들까지도 그를 사랑했다”라고 표현했으며 실제로 라파엘로의 자화상을 보면 그가 여성팬 꽤나 거느릴 외모의 소유자인지 알 수 있다. ‘라 포르나리나(이탈리아어로 제빵사의 딸)’는 잘생긴 외모에 후원자, 명성까지 갖춘 그야말로 엄친아인 라파엘로의 연인이자 첫사랑인 ‘마르게리타 루타’의 초상화이다. 젭이 첫사랑과의 만남 후 쓴 소설 이후 40년이 지나도록 글을 쓰지 않은 이유가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해서’라는 것을 보면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라 포르나리나’에는 그와 같은 라파엘로의 사랑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불문율처럼 둘의 사이는 시대상으로 볼 때 빵집 딸에게 인기 작가인 라파엘로는 그야말로 언감생심. 게다가 그는 후원자인 추기경의 딸과 약혼한 남의남자. 이 작품은 우여곡절 끝에 헤어지게 된 후 그녀에 대한 마음이 더욱 절실해진 라파엘로가 1년에 걸쳐 붓으로 표현한 러브레터와도 같다.
작품 속 그녀는 오리엔탈식 모자를 쓰고 천으로 몸을 가리며 수줍듯 한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한다. 하지만 정숙해 보이는 표정과 달리 몸을 가리고 있는 천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투명에 가까운 천은 오히려 가리지 않아도 될 부분을 가려주며 가슴을 부각시키는데 이는 어두운 배경과 대비되어 더욱 눈에 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결코 천박해 보이지 않으며 모 가수의 노래 가사처럼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같은 다채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라파엘로는 기품 있으면서도 요염한 그녀의 초상화 구석구석에 ‘이 여자가 내 여자다.’라는 증거를 남기기도 했다. 첫째로 그녀의 왼 팔에 두른 장신구에 ‘RAPHAEL URBINAS(우르비노의 라파엘로)’ 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머리에 단 진주 장식은 당시 결혼하는 신부가 착용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작품에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사실 그림에는 결혼반지가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라파엘로의 사망 후 제빵사 딸과의 스캔들이 스승의 명예를 실추시킬 것을 우려한 제자에 의해 훼손되고 말았다. 그가 작품에 그려져 있던 결혼반지에 덧칠을 하며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그림을 복원하기 위한 특수촬영 결과 그 존재가 알려졌다고 한다. 라파엘로는 1년여 간 공들인 끝에 작품을 완성시켰지만 그는 마르게리타에게 이 그림을 보여준 지 1년 뒤에 사망했으며 그녀도 2년 후에 유방암으로 생을 마감했으니 그야말로 ‘있을 때 잘 해.’
젭도 작품 앞에서 수많은 감정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이른바 화양연화 시절에 대한 그의 그리움을 회상 장면 한 컷 없이 작품을 바라보는 뒷모습과 그녀와 함께였던 바닷가의 파도소리로 표현한다.
강렬하다고 모두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삶의 생동감도 아름답지만 엔딩처럼 찾아오는 죽음도 아름다울 수 있다. 그야말로 아이러니하다. 영화는 140분의 런닝타임 동안 로마를 거닐다 엔딩곡 ‘The beatitudes’로 마무리 된다. 곡의 제목처럼 ‘다시 없는 행복’은 어쩌면 일상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