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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지망생이 보면 좋을 힐링영화 <빌리 엘리어트>

[디아티스트매거진=김주희] 얼마 전 연기자를 지망하는 학생이 상담을 받으러 왔다. 연기자가 너무 되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이 논술을 배우겠다고 찾아와서는 막상 그 선생과 논술이 아니라 영화와 예술이야기를 1시간 째 떠들고 앉아있으니 누가 봐도 꽤 이상한 풍경이었다. 조심스레 여기 온 이유를 물으니 연기학원은 70만원, 논술학원은 20만원이라서 논술을 배우러 왔다고 한다. 그런 학생에게 그러지 말고 꿈을 좇으라고도, 논술을 열심히 해보라고도 말해주지 못했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에겐 자식의 예술적 재능을 발견한 것이 수십 가지 걱정거리와 함께 받아들여지는 요즘이다. 초면에 눈물까지 짜내며 휴지 한 통을 다 쓴 그 학생에게 <빌리 엘리어트>를 추천해주고 상담은 끝이 났다.

   

▲ ⓒ빌리엘리어트 스틸컷

<빌리 엘리어트>는 한 소년이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면서 그와 그의 가족에게 생기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빌리는 탄광을 폐쇄하려는 정부와 탄광을 지키려는 광부들의 대립 속에서 투쟁하는 아버지와 형 대신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돌보며 살고 있다. 발레강습소가 탄광 노조사무실로 쓰이게 되면서 권투 교실과 발레 수업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게 되고, 빌리는 영 소질이 없는 권투 대신 자연스럽게 발레 연습을 눈여겨보게 된다. 권투를 할 때와는 다른 이끌림으로 발레 수업에 참여하게 된 빌리는 곧 자신이 발레에 더 흥미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아버지가 주신 권투 수업료를 발레 수업에 내며 몰래 발레를 배우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발레를 연습하며 꿈을 키워나간다.

   
▲ ⓒ빌리엘리어트 스틸컷

힘든 노동과 투쟁 속에서 살아온 아버지와 형에게 발레는 계집애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가족에게는 빌리가 발레를 하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일 뿐이라 아버지는 빌리가 발레 수업에 나가는 것을 강하게 막는다. 이 중에 빌리를 지원하는 것은 빌리의 천부적 재능을 알아본 발레 선생뿐이다. 그녀는 빌리를 런던의 로얄 발레학교에 입학시키고자 무료 강습을 해주며 오디션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그러던 중 오디션 당일에 탄광 노조지도부로 일하던 빌리의 형이 유혈 사태 속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빌리는 어쩔 수 없이 발레 수업을 그만두게 된다. 빌리의 집안 사정은 더욱 나빠져 아버지는 아내의 유품인 피아노까지 장작으로 패서 쓰게 되었다. 아버지는 발레에 임하는 아들의 열정적인 몸짓을 보고 발레만이 빌리가 자신과 같은 처절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사실임을 인정한다.

   
▲ ⓒ빌리엘리어트 스틸컷

결국 아버지는 발레 선생을 찾아가 학비가 얼마인지 묻고 빌리를 지지하기로 결심한다. 언제나 파업의 중심에 있었던 아버지는 오직 빌리의 꿈을 위해 동료들, 그리고 심지어 큰아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다시 탄광으로 내려간다. 아버지는 아내의 유품인 목걸이와 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고 빌리를 런던 발레학교로 보낼 차비를 마련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늘을 나는 아들과, 아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탄광으로 내려가는 아버지. 발레에 대한 아들의 열정은 뜨겁고, 아버지의 지지는 눈물겹다. 물론 빌리네 가족도 예술적 재능을 발견한 아들 탓에 온 가족이 고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도 분명 누구보다 빌리가 성공하기를 응원하고 있었을 것이다.

   
▲ ⓒ빌리엘리어트 스틸컷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예술을 하려는 아이들과, 걱정하는 부모님들의 대립은 계속해서 생기고, 진행되고, 끝맺음 되고 있다. 국영수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겠다고 말하는 이 사회에서, 미래가 두려운 학생들에게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그나마 희망이 되어주는 것은 어쩌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순수한 열망 아닐까. 지금쯤 <빌리 엘리어트>를 다 보고 또 한 번 휴지 한 통을 다 썼을 그 연기자 지망생의 마음에도 다시금 자신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 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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