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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 ||
[디아티스트매거진=윤승진]
보통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언제나 뒤따라오는 질문.
“어떤 영화 좋아해요?”
그 뒤에 내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다.
“성장영화요.”
세상이 말하는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내디딘 지도 어느새 5년이 돼간다. 그렇지만 아직도 난 이따금씩 내가 어른이 됐다는 사실을 까먹곤 한다. 밖에서는 생각이 깊고 어른스럽다는 얘길 듣지만, 집에서는 아직도 부모님께 어리광을 부리는 철부지 아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으로 인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가장 낮은 곳까지 내려가곤 하는 관계의존적인 모습도 갖고 있다. 사실은 어른이 된다는 게 무엇인지,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성장영화? 누군가는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다 성장영화라고 할지도, 또 누군가는 주인공이 갖은 역경과 고난 끝에 끝내 깨달음을 얻게 되어 더 나은 사람이 됐다면 그것이 바로 성장영화라고 정의를 내릴지도 모르겠다. 글쎄,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냥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떠오르는 울림과 여운을 남긴 영화라면 그 어떤 영화든 성장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울림이란 누군가의 대사가 되기도 하며 어떤 한 장면이 되기도 하고 또는 영화,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선 아이들을 통해 진짜 기적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고레에다 히로카즈)은 물론이거니와 결국 아무도 성장하지 못한 채 끝나버리는 실패한 성장담인 ‘파수꾼'(2011, 윤성현)도, 미국식 개그와 섹드립이 난무하는 가운데 곰인형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정을 담은 ’19곰 테드2′(2015, 세스 맥팔레인) 또한 성장영화이다. 사실 이 세상 모든 영화는 어떤 의미에서든 성장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이 세상의 모든 영화를 편식하지 않고 사랑하는 나이지만 어째서 유독 성장영화에 마음이 가고 그 영화들을 떠올릴 때면 마음이 애틋해지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본다.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나이를 넘어섰지만, 아직 내가 완전히 성장을 이루지 못한 불완전한 어른이기 때문에 그런 영화들을 더욱 찾게 되는 건 아닐까? 아직 내 안에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고 싶어서. 진짜 어른이 되고 싶어서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평생을 살아가며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야 할, 인생이란 학교가 내준 길고 긴 숙제일지도 모른다. 마치 학창시절 숙제를 미루고 미루다가 당일 아침이 되면 짝꿍이 해온 것을 베끼기 바빴던 것처럼 어쩌면 나는 진짜 어른이 되기를 끊임없이 유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내가 이 숙제를 끝마치게 되는 날은 언제일까?
앞으로의 시간 동안 숱한 성장영화들을 되짚어보며 영화 속 그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이 칼럼을 끝마칠 즈음에 어쩌면 난 온전한 어른은 아니더라도 그것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난 변함없이 영화를 보고 웃고 또 울며 그렇게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