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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경험 디자인 (UX Design) #2

   
 

지난번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소개하는 취지의 글을 썼지만 여전히 실제적인 결과물을 떠올리기에는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이번에는 경험 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디자인된 결과물, 그리고 공식적으로 경험 디자인 방법론이 적용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새로운 사용자 경험 요소를 창조해 낸 프로젝트들을 통해 지난 글에서 다루었던 ‘관점으로써의 디자인’에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는지 살펴 본다.

아우디의 e-tron

   
▲ 아우디는 각 차종별로 차별화된 청각경험을 디자인 하기 위해 시설과 전문가, 디자인 공정에 투자하고 있다. 출처: www.audi.de

건축과 더불어 자동차 산업은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총아라고 할 수있다. 최신의 기술 뿐만 아니라 감성요소 역시 패션산업에 못지 않게 민감하고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만족 시켜야 한다.
자동차에서 소비자의 만족감을 끌어내는 요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성능은 물론 내장재의 텍스쳐와 촉감, 냄새와 소리 등, 운전자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우디는 청각경험 측면에서 비교적 일찍부터 투자를 해온 회사라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자동차와 상호작용하는 모든 상황에서 발생하는 소리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디자인한다. 예컨데, 문을 여닫을때의 소리는 그 음색과 강도에 따라 견고하게 잘 닫혔다는 메세지와 함께 정서적으로도 안전함, 안정감, 신뢰감을 전달한다. 방향 지시등의 점멸 역시 시각적 신호와 함께 경쾌하게 단속되는 소리를 낸다. 인위적인 멜로디 같은 소리가 아니라 기계적이지만 단정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로 탑승자의 관심을 필요이상으로 끌지 않는다. 주행중에 들리는 소리 역시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도로의 노면에 대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소리들이 그저 자동차의 디자인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이었지만 이제는 자동차 디자인의 한 분야가 되었다. 
아우디는 ‘The ears’라는 전문가 팀을 통해 자동차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평가하고 그 청각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이 회사는 차종별로 브랜딩 전략에 따라 그에 걸맞는 소리를 디자인 한다. 예컨데 원하는 느낌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문의 강판 두께나 내장재 구조를 설계할 때에 이를 감안하여 만든다고 한다.
아우디의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인 e-tron은 그 기술적 특성 덕분에 엔진음이 없다. 흔히 자동차의 정숙성이 고급차의 기본적인 요구조건이라 하지만, 스포츠카는 그 특유의 강력한  내연기관이 뿜어내는 폭발적 엔진음이 사용자에게 그 성능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것이고 이는 전통적이며 관습적 가치라 할 수 있다. 아우디는 이런 스포츠카의 전통적인 가치를 새로운 기술맥락과 융합시키기 위해 청각경험을 연구했다. 엔진음을 디자인해서 스피커를 통해 들려 주는데, 단순히 녹음된 소리를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조작과 운행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엔진음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 엔진음 역시 단순히 내연기관의 그것을 모사한 것이 아니라 첨단의 전기모터기술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일종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디자인 했다. 내연기간의 소리를 흉내만 내었다면 이는 단순히 기존 가치를 답습하는 이상의 의미는 없을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청각경험을 통해 자사의 고성능 전기자동차 기술에 대한 가치, 또 이 모델의 차별성과 개성을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
 

아이폰의 나침반 앱

   
▲ 아이폰의 나침반 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빨간 공을 테두리에 맞춰 굴리는 초기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기존의 방식에 비해 간편할 뿐만 아니라 사용하기에도 흥미롭다.

보통 스마트폰에는 여러가지 종류의 센서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센서들은 단독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여러가지가 함께 협력적으로 활용되어 더 효과적으로 사용될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이폰의 기본 앱중 하나인 나침반 앱 역시 지구의 자성을 감지하는 지자기 센서와 몇가지의 모션센서류를 활용하는데, 창의작인 방식으로 더 쉽고 직관적으로 나침반을 쓸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있다. 과거에 나침반 앱을 써본 사람이 있다면 아마 잘 알탠데, 이 앱으로 정확하게 방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휴대폰을 8자 모양의 궤적으로 크게 돌려 주어야 앱이 초기화되고 비로소 쓸 수 있었다. 이 초기화 과정은 아직까지도 기술적으로 필수적인 선행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팔을 휘두르는게 불편하고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먼저 물리적, 사회적 공간적인 문제가 있고-거리 한복판에서 크게 팔을 휘두르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그리고 정확하고 충분히 초기화가 되었는지 알수 없다는 점이다.
애플은 특별한 기술적 혁신 없이 이 두 문제를 해결했는데, 먼저 초기화에 필요한 행동을 크게 간소화 했고, 두번째로 센서 초기화에 대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어 앱이 보여주는 정보를 보다 신뢰할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 여러분이 지금 아이폰을 가지고 있다면 이 두가지를 생각하며 한번 쯤 체험해 보길 권한다.
이 사례는 경험디자인의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한 것들을 모두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제품의 기능이 제공하는 품질에 대한 관점이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이라도 사용자가 그것을 경험하고 인식할 수 없다면 그것의 성능과 품질을 평가할 수 없다. 이 앱의 경우 제대로 초기화가 되었는지 사용자가 알지 못한다면 나침반의 정보를 신뢰할 수 없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유용한 기능이 제대로 활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앱의 빨간 공을 굴리는 초기화 단계는 시각적으로 이를 깔끔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필요 이상의 멍청한 행동도 할 필요가 없도록 한다. 예를 들면, 폰을 들고 휘두르다 놓쳐서 박살내는 실수는 없을것이다. 무엇보다 동일한 기술을 관점의 전환만으로 멋지게 불편함을 해결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애플의 나침반 앱도 초기에는 폰을 휘둘러 초기화해야 했지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만으로 개선했다. 이는 당연히 사용자 관점에서 보다 면밀하게 행동을 분석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 문제를 재평가했을때 가능한 일인 것이다. 
 

바이어스

   
▲ 가상 앰프의 각 디자인은 실제 앰프 메이커들의 상징적인 디자인 특징들을 그대로 담고 있어 뮤지션들에게 직관적으로 어떤 음색의 앰프인지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전자기타 앰프 시뮬레이션 앱인 BIAS는 실제 기타앰프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디자인 콘셉트에 그대로 가져왔다. 이는 레트로 분위기를 물씬 풍겨 미학적 측면에서 매력적이지만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맥락, 즉 기타리스트들이 좋아하고 경험적으로 익숙한 재질감, 볼륨 손잡이, 진공관과 같은 부품들을 현실감 넘치게 디자인하여 보다 친숙하고 직관적으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 
기타 앰프는 나름의 전통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기술에 대해서도 감성적이면서 동시에 논리적인 요소가 융합된 독특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예컨데 60년대 록 음악의 질감을 내기 위해 최신의 디지털 기술 혁신을 자랑하는 일이 벌어지는 분야이다. 이에 더해 그 전통적인 구닥다리?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도 매우 아날로그 적인데, 이런 것 역시 첨단 디지털 기술로 흉내낸다. 어떤 가상 스피커는 이른바 로터리 방식, 즉 스피커 콘 앞에 회전하는 팬을 설치해 독특한 바이브레이션 효과를 내는 장비를 시각적으로 그대로 재현하기도 한다. 이런것은 이 제품의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것’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앱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그러한 욕구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볼륨놉을 돌리는 것도 디지털 방식이 더 정확하고 직관적임에도 굳이 터치 인터페이스로 조정하기 까다로운 실제의 볼륨을 모방한다. 조작계통 뿐만 아니라 각 가상 앰프의 외관도 유명한 회사들의 실제 앰프 디자인을 가져다 쓴다. 이는 각 회사별, 모델별 특징이 두드러지고 또 각각이 전통과 스타일을 대변하는 아이콘과 같은 의미를 담고있기 때문이다.
이런 디자인의 제품은 이 영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다면 제대로 쓰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사용자의 욕구에 충실히 맞춰 만들어진 제품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 사용자의 취향, 행동양식,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지 않으면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물건을 만든다는것은 불가능하다. 경험디자인의 첫번째 임무는 사용자에 대해 철저히 이해하는 것이다.
 

네스트

   
▲ 네스트의 온도조절기(좌)는 사용자의 설정 패턴을 학습해서 보다 체감 온도에 가깝게 설정할 수 있다. 가스 감지기(우)는 화재나 일산화탄소 중독을 방지하는 다양한 기능들을 제공한다. 출처: nest.com

네스트는 애플의 히트작인 아이팟 개발을 책임졌던 인물이 설립한 회사로 꽤 관심을 모았는데, 몇년전 구글에 합병되며 다시한번 이목을 모았던 회사다. IoT(Internet of Thing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는데 가정에 설치하는 온도조절기, 화재경보기는 기존의 제품들과는 다른 접근과 디자인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보통 온도조절기는 보일러 제품에 딸려오거나 주택의 난방시스템과 함께 설치되어 사용자에게 선택권이 없는 제품이다. 최신 아파트에 설치되어 있는 월패드도 그냥 건설사에서 설치한 제품으로 여러 스마트홈 기능을 내장하고 있지만 역시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것이 아니라 그저 열심히 배우고 적응해야 하는 제품인 것이다. 네스트는 그런 조절장치를 스마트하게 만들어 기존의 멍청한 제품을 교체할수 있도록 한다. 필자도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홈네트워크 조절장치는 그 특성상 일단 아주 쓰기 복잡한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실제 사용자가 어떻게 쓰게 될지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전체 시스템, 그러니까 현관문 잠금장치, 가스밸브, 난방조절이나 심지어 주차장 출입 통제까지 수많은 기능을 한 패키지로 통합한다는 관점에서 디자인 되어 있기에 결과적으로 공구함같이 만들어 진다. 부지런한 사용자는 열심히 배워 활용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쓰던 기능만 쓸 뿐이지 귀찮게 벽을 마주보며 터치스크린과 씨름하지 않는다. 
일단 이 제품은 많은 기능을 탑재하진 않지만 단일 기능 만큼은 똑똑하게 해낸다. 일주일 정도 사용자가 온도조절하는 패턴을 기록하고 분석해서 (네스트에서는 이를 ‘학습’한다고 표현한다) 그 이후부터 스스로 동작한다. 계절변화에 따른 상대적인 온도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대다수의 온도조절장치가 보일러의 작동관점에서 설계되어있다. 언제 켜고 끄고 얼마나 오래 켜두고와 같은 스케줄링 같은 기능이다. 그에 비해 이 제품은 일주일간의 트레이닝 시간을 통해 보일러 가동 빈도가 아닌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기반으로 분석하기에 실제 사용자 체감온도에 보다 집중하여 효율적인 난방프로그램을 구축한다. 이 기술의 차별점이 근본적으로 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볼수 있는 것이다. 
천장에 설치하는 화재경보기 제품 역시 보다 사용자 친화적이다. 이런 제품을 사용할때 겪는 불편함과 이로 초래되는 문제는 작지 않은데, 탐지장치의 빈번한 오작동으로 사용자가 센서를 꺼두는 상황이나 (요리시 발생하는 가스로 인한 오작동이나 김서림)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는 해외의 경우 티비에서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계도할 정도이다. 한마디로 기기의 정확성 뿐만 아니라 위험상황에 대한 정보 전파 측면에서 신뢰문제를 가지고 있는 상황을 이 제품은 엔지니어링 측면도 개선했을 뿐 아니라 이에 더해 정보전달 방식에 있어서도 뛰어나다. 단순히 가스 감지시에 알람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온도의 변화, 일산화탄소 농도 변화와 같은 실내환경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 상황을 사람 목소리로 알려준다. 내장된 조명장치의 컬러와 점멸효과도 각 상황에 맞춰 함께 제공해서 단순한 알람장치가 아니라 실내환경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메세지의 강도를 강화시켜 사용자의 주의를 환기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전파하는 등,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동작한다. 이 회사의 제품들은 모두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서로 정보를 종합하여 통합적인 실내환경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스마트폰으로도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시장에는 언제나 기술적으로 성숙하고 뛰어난 제품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 기술을 어떤 관점으로 조직화했느냐에 따라 실제 사용자가 느끼는 효용성이나 체감성능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영역이 바로 경험디자인의 주요 영역이고 그 대상 역시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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