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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body is an island

[디아티스트매거진=김성희]

** 이 글은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 는 말이 있다.
 그만큼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그 존재가 직접 내 눈에 보이고, 내 옆에 있는 그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게 중요하단 의미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의 눈을 보며 얘기하고,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사랑을 이어나가는 경우도 많다. 사랑의 힘은 그런 상황조차 이겨내게 해주나 보다.
 영화 <그녀>의 ‘테오도르’ 역시, 볼 순 없지만, ‘사만다’라는 여자와의 사랑을 이어나간다. 사만다가 여자라고 할 수 없는 게 아쉽지만 말이다.

   
▲ 영화 <그녀> 포스터

 테오도르는 다른 사람을 대신해 사랑의 말을 대신 전해주는 대필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할 때면 그는 마치 그 편지를 받는 대상을 정말로 사랑하는 듯, 아름다운 말들을 써내지만, 정작 그가 진심으로 사랑을 전할 사람은 없다.  이혼 후 혼자 사는 테오도르에게 퇴근 후 삶은 외롭고, 공허하기만 하다. 사랑은 끝났고, 어두운 집에 혼자 남아 그 시간을 견딜 뿐이다.
 대개 혼자 사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애완동물을 키우기도 한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차이가 있겠지만, 일단 애완동물은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직접 안고 그 온기를 느낄 수 있고, 때론 정서적 교감을 할 수도 있어 좋은 친구이자 가족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애완동물은 우리 와 대화를 할 순 없다. 강아지에게 아무리 말을 걸어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 세계엔 살아있진 않지만 우리와 대화를 해줄 것들도 있다. 어플리케이션 ‘심심이’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계속해서 대답을 해준다. 심심이라는 이름처럼 우리가 심심할 때 대화를 할 수 있다. 또 가짜 카톡 어플이 등장한 적도 있다. 카카오톡 대화창과 똑같이 생긴 그곳에 말을 전송하면 답장이 온다. 마치 누군가와 카카오톡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가끔 ‘영혼 없는’ 대답이 돌아오거나 동문서답하는 경우가 많아 , 그건 역시 그냥 프로그램일 뿐이구나 하는 허무함만 얻게 되기도 한다.
   아이폰 사용자들에겐 Siri라는 편리한 기능이 있다. 음성으로 Siri에게 명령을 내리면 정말 그대로 해주는 편리하고 신기한 기능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일정한 명령어로 말을 해야 하고, 휴대폰이 인터넷에 연결되어있지 않기만 해도 무용지물이 되는 기능이라 한계가 있다.

   
▲ 인공 지능 시스템, 사만다 – 영화 <그녀> 中

 “Nobody is an island”라고 했던가, 테오도르가 사는 세계에도 테오도르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는 게 등장했다. 앞에서 말한 심심이와 siri의 기능을 합친 정도가 되겠다. 물론 훨씬 더 뛰어난 기술 발전의 결과물이다. 그것들은 인공지능체계로, OS라고 불린다. 네모난 기계인 OS는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진짜 사람처럼 대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저것 컴퓨터 시스템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명령만 내리면 해주는 편리하게 해주는 기계다. OS는 사람들의 똑똑한 비서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계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편리한 비서의 역할을 했던 OS들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사람들의 친구 역할까지 하게 된다. 너무나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기에, 그들은 심심이처럼 영혼없는 대답이 아니라, 주인과 다양한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아마 OS 개발자들이 그걸 의도 하고 만든 건 아닐 것 같지만, OS는 대화를 나누고 교류할 수록, 그들의 지능은 더더욱 높아진다. 지식의 양적, 질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말이다. 정말 그들은 사람과 같은 감정을 지니고, 사람 대 사람으로 주인과 감정적 교류를 하기 시작한다.
   테오도르도 OS를 구입한다. 허스키하면서도 매력적인 목소리의 ‘사만다’다. 처음엔 그저 편리한 기계였을 뿐이나, 테오도르는 매일 밤 사만다와 대화를 하고, 점점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만의 방식으로 사만다와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성적인 교류를 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일반 연인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테오도르 뿐 아니라, 테오도르의 세계엔 OS와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조금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외로운 이들에게 OS는 더없이 좋은 친구이자 연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게 좀 이상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지능을 가지고 있고, 감정을 느끼고, 뭔갈 배울수록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과 비슷하지만, 그래 봤자 작은 금속 기계 속에 있는 프로그램일 뿐인데 말이다. 바로 옆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어도 OS와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은 씁쓸하게 보이기도 했다. 각자의 OS와 대화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난 “Everybody is an island” 라고 생각했다. 바로 옆에 누군가 있어도, 사람들은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지 못하고, 그저 각자가 외로운 개개의 존재들 처럼 보였다.

   
▲ 사만다와 데이트를 하고있는 테오도르 – 영화 <그녀> 中

 뭐, 그렇지만, 어떤 존재가 되었든, 자기가 좋다면 그만인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차피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우니, 그 존재가 나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나에겐 좋은 친구라면, 어떤 것이든 사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고 하고,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 지 생각 해야 하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는 그 모든 과정은 참 번거롭고 힘든 과정이다. 인간관계가 어려운 이유는 거기에 있다.

 하지만 OS와의 관계는 인간 관계보단 쉬워 보인다. 가게에 가서, 돈을 지불하고 가져와서, 그걸 켜서 말을 걸면 된다. 그러면 그들은 우선 무조건적으로 나의 친구가 되어준다. 나에 대한 다른 판단을 하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언제든 원할 때마다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OS와의 관계를 맺는 건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보다 훨씬 쉬운 것이다. 또 OS는 나에게 귀기울여주고, 나를 이해해준다. 테오도르와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실체가 있다고 할 수 없는 OS와 사랑에 빠지는 게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OS와 사랑에 빠진 거였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그들에게 OS는 단순히 외로움을 잊게 해줄 수단은 아니었을까. 그들이 OS라는, 목소리뿐인 그들의 ‘존재’를 사랑했던 게 아니라, 그냥 그나마 사람 같은 목소리를 지니고 있고,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OS는 사람과 비슷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OS는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아마 그들은 OS들과 사랑을 이어가면서도, OS를 두고 어떤 모습의 사람을 상상하지 않았을까. 그 목소리를 가진 어떤 예쁜 여자를, 혹은 멋있는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사실 그들에겐 무조건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가 주는 어떤, 사람의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 사람들 속 외로워 보이는 테오도르- 영화 <그녀> 中

 영화의 따뜻한 색감과 달리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더욱더 외롭고 공허해졌다. 결국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인간의 어떤 근본적인 것이다. 모두들 외롭다. 하지만 그 사실이 큰 위로가 되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외롭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나를 채워줄 무언가를 찾아도, 그마저도 영원할 수 없다. 영화에서도 OS들은 결국은 한낱 시스템이었을 뿐이다. 인간과의 사랑이 영원하기 힘들듯, 그들도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바로 작동이 중단될 수 있다. OS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뒤의 그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마 그건 테오도르와 사람들에게 더 큰 외로움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만약 테오도르에게 에이미 마저 없었다면 그는 더욱더 외로웠을 거다. 그래도 함께 위로해줄 친구가 있어, 조금 나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인간에겐 온기를 느끼며 대화를 나눌 인간이 필요한 것이다. 비록 그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인간마저 완전히 외로움을 해결해주진 못하지만. 
 외로움은 그냥 인간의 숙명 인 것만 같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저 이 외로움과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삶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채워줄 것들을 해나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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