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김명진]
나는 춤과 클럽 이런 것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러다 최근에 잠시 작은 극단의 뮤지컬배우로 활동하면서 흥이 많아졌다. 생전 안 보던 걸그룹 춤도 감상하고 힙합도 듣고 그러다 마음 맞는 P와 즉흥적으로 라이프 인 컬러 코리아의 표를 예매! 주말을 맞아 잠실운동장으로 향했다.
* 이런 축제에 관련 있고 관심 많았던 사람이라면 공짜표도 구할 수 있을 테지만, 저희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저렴한 표를 구하고 싶다면 문화, 공연을 단체로 참여하는 소모임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는 거의 반값으로 갔어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일주일 전부터 방수팩을 사고 입을 옷을 고르고 했다. 우리는 요즘 유행하는 트윈룩을 하기 위해 같은 티 2개를 샀는데, 결국 부끄러움에 각자 다른 옷을 입었다. 대신 반팔, 반바지에 흰운동화로 통일은 했다. 하지만 막상 공연장에 가니 우리는 트윈룩, 시밀러룩과는 먼~ 존재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친구나 자신의 그룹과 비슷한 컨셉의 옷을 입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파격적인 의상을 뽐냈다. 외국에서 흘러온 축제라 그런지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소모임을 통해 표를 구입했기 때문에 공연 시작 전 나눠주는 티켓을 받기 위해 일찍 잠실운동장으로 향했다. 표를 받는 시간은 아주 잠깐, 다들 티켓을 받고도 바로 운동장으로 향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길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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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 시간의 모습 | ||
낮에 춤을 춘다?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도 술을 마시기 위해 나왔다. 밥 겸 맥주를 마시고도 모자라서 길에서 파는 맥주에 빨대를 꽂아 마시고서야 입장을 했다. 한쪽에는 야구를 응원하러 온 사람들이 유니폼을 입고 다녔고, 한쪽에는 분홍색 티켓을 팔아 차고 흰티를 입은 축제에 온 사람들이 보였다. 아주 잘 구분되었다. 입장을 하기까지 긴 통로를 지나야했는데, 이때까지 조용해서 이번 축제는 별론가보다면서 들어가고 있었다. 입구에 가까워지는 순간, 사람들의 함성이 들리고 신나는 비트가 울러퍼졌다. 잔디 위에 앉아서 봉지칵테일, 맥주, 주전부리 등등을 먹는 사람들과 무대 앞으로 몰려 춤을 추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미 4시를 지나고 있는 시간이었지만, 아직 춤을 추기에는 날이 너무 밝았다. 우리도 자연스레 또 술을 찾았다. 예거콕! 칵테일은 가끔 분위기용으로 마시긴 했지만, 뭐가 맛있는지 구분하기에는 술맛을 알지 못했다. 그냥 예거밤이 안된다니 예거콕으로 주문!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콜라의 탄산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나만 느낀 게 아니었다. P도 조용히 칵테일을 내려놓았다. 하이네켄을 마실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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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거콕! 놀면서 마시려고 목에 걸고 무대로 갔더니 페인트가 범벅이 되었다. | ||
축제에 오고도 2시간이 지나서야 무대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제대로 놀아본 적 없는 나는 심장이 쿵쾅 뛰었다. 괜히 주변 사람을 두리번거리고 리듬을 느끼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도 잠시 누군가가 흥에 취해 뿌린 페인트가 옷에 튀었다. 그때부터 정신없이 인파 속에서 몸을 흔들었다. 점점 옷이 젖어갔다.
(참고로 페인트는 현장예매한 사람들이 누리는 특권인 거 같다. 우리는 받지 못했고, 부스에서도 너무 빨리 매진되어 살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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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색의 최후 | ||
1차로 놀고 나왔는데 이미 머리까지 흠뻑 젖어있었다. 아직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제 입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정말 뜨거워지는 시간은 7시부터였다. 그때 우리의 머리카락은 옥수수가루를 먹은 페인트로 인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말라가는 옷과 어두워지는 저녁에 몸도 으슬으슬 떨렸다. 그럴 때는! 또 맞으러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인파 속에 들어가면 그들의 열기로 인해 몸이 따듯해지고 다시 맞는 페인트로 머리가 촉촉해졌다. 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였다. 어두워질수록 누구의 눈치도 보이지 않았고 이 축제는 모두들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했다. 흥겨워지는 타이밍에는 무대 위에 진행자?같은 사람이 등장해 랩을 하고 그 사람을 필두로 보조진행자들이 등장해 페인트 대포를 쏜다. 정말 앞을 보고 있지 못할 만큼 강력하고 맞으면 정신이 없어진다. 참고로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라고 해서 마음 놓고 맞긴 맞는데, 생각보다 눈에 들어가면 따끔거렸다. 손에도 다 묻어 닦을 수도 없는 상황, 다음에 간다면 꼭 손수건을 방수팩 안에 넣어가야겠다. 개인적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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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르익은 공연장 | ||
우리는 9시쯤 되자 녹초가 되어 축제를 벗어났다. 사실 마치는 시간에 이 인파들과 같이 빠져나오는 것도 힘들 거 같고, 여유롭게 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마침 야구가 끝날 때여서 결국 야구를 본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걸어야 했다. 집에 가서 씻는데 계속해서 페인트가 씻겨나왔다. 머리 뿌리까지 물들어 있어서 지우는데 꽤 애를 먹었다. 더불어 그날 입었던 옷들은 거의 회복이 불가능했다. 특히 신발. 얼룩덜룩한 신발은 기념삼아 신발장에 보관했다.
* 2016 라이프 인 컬러를 준비하기!
먼저, 방수팩을 구매하는데 휴대폰이 무거운 사람이라면 아예 물품보관소에 놓고 다니는 것도 추천한다. 페인트로 맞으면 금방 추해지기 때문에 사진은 들어갈 때와 나갈 때 정도만 찍고 축제에 전념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다음으로는 방수팩 안에 간단하게 페인트 묻은 얼굴을 닦을 수 있는 물티슈를 넣고, 맛있는 걸 사 먹기 위한 카드를 넣는다.
모자나 선글라스가 있으면 좋지만 짐이 될 수도 있으니 머리를 질끈 묶는 것도 좋다. 페인트를 맞고 나서 묶으려고 하면 굳어서 힘들다. 미리 묶고 노는데 전념하자!
수건은 필수인데 사람이 많아 완벽하게 씻을 생각은 하면 안 된다. 세면대에도 사람이 몰려있기 때문에 나는 그때 잠시 양해를 구해 수건을 물에 듬뿍 적셔 밖으로 나와 몸을 닦았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밟힐까봐 샌달 대신 운동화를 신었는데, 그냥 샌들을 신어도 괜찮을 거 같다. 한 번도 밟히지 않았다. 오히려 목에 건 방수팩에 맞아 아팠다.
* 참고로 나는 이 축제에 등장한 유명한 DJ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소리와 다양한 퍼포먼스에 눈과 귀가 즐거웠다. 둘러보니 50대 어머니들도 계시고 가족끼리 온 사람도 있었는데 정말 남녀노소 다함께 놀 수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