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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협녀:칼의 기억> 포스터 | ||
[디아티스트매거진=강규일] 한동안 연예면을 장식하며 논란의 정점에 섰던 이병헌이 “터미네이터 : 제네시스”의 T-1000으로 등장했고 뒤이어 박흥식 감독의 “협녀”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연기했다. 사람들은 이번 영화나 “터미네이터”에 등장했던 이병헌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이미 시간이 흘러 지나가버린 이야기가 되었으나 일부 관객들이 그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현실 속에 어수선한 플롯과 넘치는 와이어 액션이 저조한 성적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어쩌면 박스오피스에 올라와있는 영화들이 너무 강력한 상대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번 “협녀”를 연출한 박흥식 감독은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영화로 이름을 알렸다. 바로 전에는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의 조연출을 맡기도 했다. 이후 그는 “인어공주”에서도 전도연과 조우했다. 알고보면, 이병헌과 전도연은 “내 마음의 풍금”이라는 영화에서도 만난 바 있다. 그들이 서로의 손을 잡다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되는 운명적인 만남을 “협녀”에서 그리게 되었는데 배우 김고은이 그 사이에 함께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김고은은 91년생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충무로에서 한획을 그을만한 배우가 아닐까 싶다.
자,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에 기대감이 생길만한 충분한 요소들로 마치 잘 차려진 밥상과도 같다. 감독이나 배우는 나무랄게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플롯은 촘촘하게 짜여진 듯한 느낌이 없었다. 철저하게 “개인적으로” 와이어 액션의 차고 넘치는 씬들은 취향에서 벗어나는지라 다른 부분들에 집중했다. 그건 바로 화려한 미쟝센, 화면연출 등이다. 슬로모션을 섞어 칼에서 보이는 날카로움과 고풍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눈부실 정도의 배경들은 충분히 훌륭했다.
사실 무협영화라면 개인적으로 “황비홍”과 같이 CG가 아닌 와이어로 사람을 붕붕 띄워가며 스크린을 뒤덮는 모습에서 현실감이 없어 영화에 집중이 되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과거에는 아무렇지 않게 봤던 무협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수많은 영화를 접하니, 보다 현실감 있거나 화려한 CG가 담긴 영화에 더욱 익숙해진 모양이다. 실제 와이어를 이용한 액션영화들은 즐비한데 결국엔 무협에 판타지를 섞어 그야말로 “영화니까 가능”한 시퀀스들은 개인적으로 “불호”하는 존재들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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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백 역의 이병헌 | ||
첫 장면에서는 김고은이 연기한 홍이의 키보다도 높은 해바라기를 뛰어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곤 그 곳을 뛰어가며 해맑게 웃는 홍이의 모습은 와이어액션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아름다움까지 느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어쨌든 와이어는 계속 됐다. 홍이와 이병헌이 연기한 “유백(또는 덕기)” 캐릭터의 결투에서도, 전도연이 연기한 “월소”의 검투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와이어만을 거론하다보니 영화의 중요한 맥락이 빠진듯 한데, 사실 전체적인 플롯은 고려 시대 왕권을 꿈꾸는 유백의 야망과 그의 배신 그리고 복수를 그렸다. 유백을 연기한 이병헌의 카리스마는 도마 위의 오른 이슈감을 저 멀리 던져버릴 정도로 괜찮았다고 본다. 유백과 월소와의 로맨스 그리고 유백이 꿈꾸는 야망에 대한 냉혈함이 대조를 이루면서 장르가 주는 쾌감을 배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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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소 역의 전도연 | ||
더불어 유백과 홍이 사이의 월소는 앞이 보이지 않는 여검객으로 그 어느때보다도 절제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사실 전도연이라는 배우는 등장하는 영화마다 흠 잡을데 없는 연기로 호평 받고 있는 명배우다. 김고은 역시 여기에 뒤쳐지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으나 사실 기존에 등장했던 영화들보다 다소 어설프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이병헌과 전도연에 밀린다기 보다 영화 속 홍이의 모습을 최대한 표현하기에 기본적인 홍이의 캐릭터가 그녀의 연기를 어설프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월소와 살던 홍이, 그리고 유백의 목에 칼을 겨누는 것까지야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위태로웠던 목숨을 스승(이경영) 덕에 부지하고 마치 성룡의 “취권”을 보듯 다시금 부활하여 복수를 한다는 홍이의 캐릭터 자체가 어설펐던 것 같다. 아니면 너무 진부하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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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이 역의 김고은 | ||
과거 유백과 월소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로맨스로 피어나는듯 했으나, 결국엔 서로가 칼을 겨누게 되는 운명에 처한다. 왕권 그야말로 야망에 눈이 멀어버린 유백의 광기 어린 모습을 조금 더 키워 스릴감을 더했더라면 영화는 매우 훌륭했을 듯 싶다. 긴장감 있는 “검” 액션이 나올 때쯤 또 다른 플래시백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은 편집의 실수인냥 잘 이어져가는 시퀀스들을 한번에 싹둑싹둑 잘라냈다.
분명히 장점이 있는 영화이고 배우이고 감독이지만,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이병헌의 논란에 전혀 관계없이 영화만이 가져다주는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현재 박스오피스에 올라온 관객수가 대신 말해주는듯 하다. 한국영화가 “암살”이후 “베테랑”으로 이어지면서 흥행 질주를 하는 가운데 이 영화가 나란히 올라가줬으면 했으나 아쉬움이 클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