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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트맨(1989)_포스터 | ||
어딘가 좀 다크한 히어로이자 있는 집 자식으로 알려진 배트맨.
배트맨은 1989년 팀버튼 감독으로 시작해 2012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제작한 <배트맨-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이르기까지 전 시리즈가 흥행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왓치맨(2009)>과 <300(2006)>등 그야말로 ‘다크 히어로’ 전문인 잭 스나이더 감독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같은 새로운 시리즈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는 마니아들이 있는 만큼 D.C의 흥행 보증수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가 모두 배트맨의 공은 아니다. 007 시리즈에서 차기 본드걸의 향방만큼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역 캐릭터는 시리즈의 인기몰이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화학약품통에 빠진 후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얼굴로 살아가야만 했던 조커, 동물원 펭귄우리에서 성장한 사연 있는 펭귄맨, “why so serious?”로 악역미를 뽐내던 히스레저의 조커 등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역 캐릭터들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광기어린 사랑’ 으로, 1989년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비키(킴 베이싱어)에 대한 조커의 다소 엽기적이며 일방적인 사랑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그리 굴곡 있는 연애를 해온 건 아님을 알아주길 바란다.) 이번 배트맨 시리즈에는 BB크림을 잔뜩 바른 듯한 비쥬얼의 조커가 등장한다. 개그에 의상 욕심까지 있어 보이는 조커의 행동은 곳곳에서 다양한 아이러니와 함께 현대예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키를 아름다운 괴물이라 표현하는 조커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고 말한 히포크라테스처럼 “할 일은 많은데 인생은 짧군.”이라 말하며 자신의 행위에 사명감을 보인다. 이러한 그가 비키의 사진을 오리며 콜라주하는 장면은 마치 아티스트의 작업실을 방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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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트맨(1989)_스틸컷 | ||
또한 조커와 그의 무리가 비키를 납치해 애정공세를 펼치며 키치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광기 어린 사랑의 장소는 팀버튼이 창조한 ‘FLUGEL HEIM Museum’이다. ‘Prince’의 댄스음악 ‘Party man’에 맞춰 춤을 추며 등장한 그들은 조지워싱턴의 초상화 앞에서 “1달러짜리”라는 말을 서슴지 않으며 렘브란트와 드가, 르누아르의 작품을 가차 없이 훼손한다. 팀버튼은 이 과정을 단순히 찢거나 버리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작품에 형형색색의 페인트를 붓거나 손자국을 남기며 ‘Joker was here!’ 등의 문구를 적는 등 하나의 퍼포먼스 작품처럼 표현했다. 조커의 모습은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패러디해 얼굴에 수염을 그리고 ‘L.H.O.O.Q.(불어로 ‘그녀는 뜨거운 엉덩이를 가졌다’) 라 적어놓는 다다이스트의 대표작가 마르셀 뒤샹처럼 도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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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트맨(1989)_스틸컷 | ||
이러한 창작활동(?) 도중 조커가 일당들에게 손대지 못하게 하는 작품 있다. 바로 프란시스 베이컨(1902-1992)의 ‘고깃덩어리와 인물(195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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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시스 베이컨_고깃덩어리와 인물(1954) | ||
프란시스 베이컨은 표현주의의 대표작가로 그의 작품 ‘triptych(삼면화,1978)’가 2008년 소더비 경매에서 8628만 1000달러(약 906억 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2013년 11월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가 1억 4240만 달러(약 1528억 원)에 낙찰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집에 걸어놓으면 대대손손 불행해 질 것만 같은 기괴한 작품에 왜 컬렉터들은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그의 작품은 현대적이며 강렬할 뿐만 아니라 앤디 워홀이나 피카소에 비해 작품 수가 적고 세 개의 작품이 하나의 작품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아 높은 가격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 시대에 작품성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작품이 현실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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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시스 베이컨_삼면화(1978) | ||
기괴한 형태의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 앞에서 조커도 어떤 동질감이나 애정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리고 죽음과 대면했을 때 인간이 고깃덩어리와 과연 무엇이 다른 것인지 되묻고 싶었던 건 아닐까. “예술인지 모르겠지만 멋있어.”라고 말하며 현대적 아름다움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비키를 자신만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하는 조커의 모습은 변화를 추구하고 틀에서 벗어나려는 다다이스트의 예술론과 닮아있다. 또한 한바탕 난동극을 벌이고는 “이게 나의 아름다움이야.”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그는 사실 악당보다 악동에 가깝다.
대놓고 나쁜 남자지만 그야말로 조커 스타일로 사랑을 표현하는 저 박력! 앞서가는 패션 감각! 게다가 미술관을 데이트 장소로 정하는 로맨틱함이라니. 왠지 끌린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납치해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강제 감상 시키는 일은 없도록 하자. 영화는 영화일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