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날씨가 좋지 않아 나갈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이왕 스쿠터도 빌려놨고 놀리기는 싫어서 팜플무스(Pamplemousse) 지역에 있는 한 식물원으로 달렸다. ‘SSR botanic garden‘이라는 곳으로, 1735년부터 전 세계의 식물들을 모아오고 길러왔다니 이 식물원을 처음 설립한 ’Seewoosagur‘씨의 식물에 대한 애정은 그 누구보다 각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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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은 동물원만큼이나 컸고(입구도 동물원 같다.)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은 탓에 한 무리의 단체 관람객을 제외하고는 인적이 없었다. 연중 내내 따뜻하고 더운 날씨 덕분에 이 땅의 모든 생물들은 쉴 틈 없이 자라고 또 자란다. 나뭇가지는 하늘을 뚫고 오를 듯이 높이 솟아오르고, 뿌리는 대지를 뒤덮을 기세로 땅을 파고든다. 덕분에 이곳에서 나는 마치 거인국에 방문한 소인이 되어버린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모리셔스는 ‘어머니의 땅’이라고도 하는데, 여행을 하다보면 충분히 그렇게 불릴 만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풍요를 약속하는 땅. 그러나 이 풍요로운 이야기가 도도새에게는 제외가 되었다는 것은 무척 슬픈 일이자 믿기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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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을 구경하다 식물원 가이드와 대화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는 자신을 마이크라고 소개하며 이 식물원에서 5년 째 일을 해 오고 있다고 했다. 그의 조상은 대대로 모리셔스에서 살아온 인도계라고 하길래 혹시 어른들에게 도도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니, “아뇨. 그저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만 알죠.”라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사람의 기억 속에도, 이 유서 깊은 식물원에도 도도새는 마치 잡을 수 없는 연기처럼 허공에 떠 다니는 단어일 뿐인 것이다.
식물원에서 돌아오는 길은 험난했다. 조금씩 내리던 비가 순간 대차게 변해서 쏟아 붓는데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안경에 물이 맺혀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갔다. 정말이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무시무시한 빗속의 질주였다. 이건 마치 도도새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을 막으려는 비밀 결사의 음모일지도 모른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그랑베이에 도착하자마자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처럼 좋아졌고,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돌아온 내게 벤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모리셔스 날씨는 원래 이래. 미친 사람처럼 변덕스럽지. 특히 겨울엔.”
저녁에는 새로운 게스트가 도착했다. 남아공에서 온 커플이었는데, 남자는 아프리카계, 여자는 독일인이었고 둘 다 프로 다이버였다. 휴가차 모리셔스에 온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도도새라는 새의 존폐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의 ‘도도새 찾기’ 진행 상황을 볼 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긴 하지만.
우리는 다함께 집 앞의 한 모리셔스 전통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모리셔스의 전통 음식이라고 해 봐야 역시 인도의 영향이 커서 커리가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완전 인도처럼 오로지 손으로 먹거나 모두가 전통 의상을 걸치고 다닌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모리셔스는 ‘작은 인도’라기 보다는 인도를 베껴온 ‘인도 해적판’ 같은 느낌.
남아공 커플은(이름은 어려워서 잊어버렸다.) 모리셔스에서 유명한 럼주 두 종류를 시켜서 우리에게 한 잔씩 돌렸다. 무려 40도나 되는 럼주였는데 내가 “사실 난 술 잘 못 마셔.”라고 하니까 벤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썬, 한국어로 Cheers를 뭐라고 하지?”
“건배!”
내가 도도새가 되는 줄 알았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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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도새 드로잉, 2015, 김선우 | ||
*본 여행은 일현 미술관 주관 ‘일현 트래블 그랜트’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