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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를 찾아서 #5

[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 모리셔스에 도착하고 잠이 들던 첫 날 밤에 나는 상상했다. 한 달이 지나서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는 나의 모습을. 몇 년 전, 일 년 간 유럽으로 떠나던 그 때의 놀라울 정도로 무모했던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잠에 들기 전에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면 때때로 연두 빛 도마뱀이 두세 마리 붙어있다. 그들은 무척 조심스럽게 천장과 벽을 살금살금 붙어 다니다가 어디론가 쏜살같이 사라져 버린다. 나는 이 곳에서 도마뱀처럼 조심스럽게 넙죽 엎드린 채로 오래전에 사라져 버리고 없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리고 나서 아마 꼬리도 남기지 않고 쏜살같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 내가 머물렀던 벤의 집 구조.

벤과 세냐는 조만간 이 섬을 떠날 예정이다. 반 년 동안 즐길 만큼 즐겼고 놀만큼 놀았다. 함께 독일로 돌아갈 거란다. 독일 소시지가 너무너무 그립다나. 그래서 다음 주 부터는 모리셔스에서의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벤은 여느 때처럼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여행 하는 동안 이 집을 혼자 마음껏 써도 돼! 돌아올 때 연락 줄게! 너무 외로워하지 마 썬!”

   
 

어제는 스쿠터를 빌렸다. 이곳의 버스 시스템은 상상 이상으로 타지 사람에게 불친절해서, 내가 가고자 하는 거리의 풍경을 대략 알고 있지 않는 이상 정확한 위치에서 하차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해 보였다. 그에 비하면 스쿠터는 무척 매력적이고 자유로운 이동 수단이다. 조금 위험할 수 있다는 것만 빼면. 비수기여서 그런지 스쿠터를 빌리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고 나는 시험 삼아 북쪽의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해변과 끝이 보이지 않는 사탕수수 밭을 가로질러 시간이 얼마나 지나는지도 모르는 채 목적지도 없이 달렸다. 이것은 일종의 유예이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한 달간의 유예. 사탕수수와, 야자와, 바다 그리고 도도새를 위한 유예. 굳이 끝내 반드시 무언가를 손에 잡지 않아도 돼.

   
▲ 도도새 드로잉, 종이에 수채, 2015, 김선우

*본 여행은 일현미술관 주관 ‘일현 트래블 그랜트’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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