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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팁투어를

[디아티스트매거진=서유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덕분인지 프라하에는 유난히 한국 중년층의 단체 패키지 투어가 많다. 똑같은 옷을 입고 깃발을 든 가이드를 졸졸 따라다니며 바쁘게 이동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패키지 투어 모습이다. 그런데 이 도시에는 아주 특별한,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팁 투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 투어는 ‘RuExp’라는 팀이 2011년 5월 2일 프라하에서 한국인 최초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투어는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가이드 투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선 사전 예약 및 투어 비용 선 입금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가서 ‘RuExp’라는 명찰을 멘 가이드를 찾으면 된다. 사전 예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참가인원이 몇 명인지는 투어를 진행하는 가이드조차 당일이 되어서야 알 수 있다. 만약 투어를 받는 중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도중에 언제든지 그만두어도 되기 때문에 투어 도중에도 참가인원은 상당히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렇게 투어가 끝이 나면 자신이 주고 싶은 만큼 팁 형식으로 투어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투어의 특성상 정확한 참가인원 수는 알 수 없으나, 2015년 7월 현재 약 4만 5천 명 정도가 참여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다소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진행방식은 이미 유럽의 젊은 배낭여행객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투어 형식이며 실제로 ‘free tour’라는 이름하에 여러 나라에서 여러 언어로 존재하고 있다. 이 RuExp팀의 팁 투어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한국어로 프라하를 소개하는 ‘free tour’인 셈이다.

   
▲ RuExp라는 명찰을 멘 가이드의 모습

  투어는 평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약 세 시간 동안 진행되며, 루트는 시간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

   
▲ 오전 투어 미팅장소 ‘시민회관 정문’

오전 투어는 9시 30분에 시민회관 정문 앞에서 시작해 화약탑, 까를대학, 스타포브스케 극장, 바츨라프 광장, 하벨 시장, 천문시계, 구시가 시청사, 틴 성당, 얀 후스 군상, 성 미쿨라쉬 성당 등을 거쳐 프란츠 카프카 광장에서 끝이 나는, 프라하 시내를 전반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루트이다.

   
▲ 오후 투어 미팅장소 ‘루돌피눔 정문’ 앞 계단

  오후 투어는 13시 30분에 루돌피눔 정문 앞 계단에서 시작해 블타바 강가, 까를교, 존레넌 벽, 네루도바 거리, 흐라드차니 광장, 프라하 성, 성 비투스 성당, 성 이르지 바실리카, 구 황궁 등을 거쳐 프라하 성 후문에서 종료되는, 까를교에서 시작해 프라하 성과 그 주변을 살펴볼 수 있는 루트이다.

  자, 이제 가이드북을 펼쳐 프라하의 추천 여행 코스와 이 투어 루트를 비교해보라. 필자가 이 투어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루트였다. 이 투어는 꼭 가보아야 할 명소들은 물론이고, 가이드북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프라하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꼭 가보아야 할 많은 곳들을 함께 해준다. 팁 투어를 받는다면 굳이 프라하에서의 일정을 짜지 않아도 좋다. 여유가 있다면 이틀에 걸쳐 오전과 오후 투어를 받고, 그날의 투어가 끝난 후에 인상 깊었던 곳을 개인적으로 다시 방문해보면서 전체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추천 한다.

  이 투어 팀에는 총 세 명의 가이드가 존재하는데, 투어 루트와 토픽은 동일하나 세부적인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다. 한 명은 역사적인 팩트를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을 반추하고, 투어 참여자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진다. 다른 한 명은 같은 이야기를 좀 더 쉽게, 드라마틱하게 설명하여 다수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한다. 마지막 한 명은 역사적인 부분을 바탕으로 문화적인 배경을 곁들여, 예술과 일상이 그리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알리고자 한다. 가이드들에게 투어 참가자들의 사전정보가 전혀 없는 것처럼, 참가자 역시 어떤 가이드가 투어를 진행하는지는 미리 알 수 없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명소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자유시간을 가진 뒤 다시 이동하는 일반적인 투어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함께 한다는 것이다. 팁 투어의 가이드는 각각의 장소마다 꽤나 긴 설명들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설명들은 ‘프라하’라는 주제 아래 마치 퍼즐조각처럼 우리의 머릿속에서 천천히 끼워 맞춰지며 투어가 끝나면 하나의 완성된 그림으로 자리 잡게 된다.

   

▲ 구시청사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천문시계 정각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필자가 투어를 받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 중 하나는 오전투어 루트 중 하나인 천문시계이다. 이 천문시계는 매시 정각마다 약 20초 동안 장치가 움직이는 쇼를 하는, 프라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그런데 단순히 이 퍼포먼스 하나만을 보기위해 천문시계 앞에서 고개를 젖힌 채 마냥 정각만을 기다린다면 다소 실망을 안겨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천문시계의 모습

  하지만 이 시계는 알면 알수록 참 흥미로워서 계속 쳐다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시계의 아랫부분은 12달 동안 보헤미아 농민들의 생활을 그림으로 표현해 놓았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그림이 실제 농민들의 행동과 일치한다. 시계의 윗부분은 연월일, 시간, 일출, 일몰, 심지어 월출과 월몰까지 표시되어 있어 이 천문시계를 제대로 읽을 줄 안다면 농사의 시기, 시간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계속해서 시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오후 투어 중 하나인 존레넌의 벽이다. 이 벽은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알록달록한 모습을 갖추고 있어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종종 가이드북에 소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벽은 단순히 사진이 잘 나오는 곳으로 취급하기에는 참으로 미안한 곳이다. 이 벽의 이름이 어째서 프라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존레넌’의 벽인지를 알고 나면 그 누구라도 숙연해질 것이다. 프라하의 젊은 청년들이 꿈꾸었던 자유에 대한 무언의 외침이 존재하는, 프라하의 아픈 역사를 함께해온 장소이다.

   
▲ 존 레넌의 벽

  필자는 역사적인 팩트를 바탕으로 투어를 진행하는 가이드를 만났다. 마치 한 학기동안 프라하에 대한 교양 수업을 들은 것만큼 상당한 수준의 설명 계속되었고, 듣는 이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을 종종 언급하는 방식으로 투어가 진행되었다. 체코와 프라하라는 곳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본인은 이 곳이 식민지배라는 가슴 아픈 역사 아래 우리나라와 꽤나 많은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투어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프라하를 보면서, 프라하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나라를 떠올렸으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라는 말을 곱씹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남들과 똑같이 가이드북에 나온 곳을 찾아가 사진을 찍고, 맛있는 것을 먹고, 야경을 감탄하며 프라하를 여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라하는 그런 여행을 하기에는 참으로 미안할 만큼 긴 역사와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도시이다. 프라하를 제대로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나가보라.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간결한 문장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하루가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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