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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를 찾아서 #3

[디아티스트매거진 = 김선우] 모리셔스는 지금 겨울이다. 지구 정 반대편으로 왔으니 겨울인 것이 맞는 얘기지만 겨울이라고 하기가 무색할 만큼 햇볕은 따갑고 들판에는 푸른빛이 넘실댄다. 그러나 너무나도 멀고 먼 타지에 홀로 떨어져 있다는 불안감 때문일까. 이 모든 풍경들이 아직은 내겐 조금 두렵다.

섬은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꽤 컸다. 벤의 집이 위치한 그랑베이는 공항으로부터 정 반대편 해변가에 있는 도시였는데,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오는 데만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어둠을 뚫고 그랑베이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나는 이렇게 넓은 섬에서 도도새들이 정말 모두 사라졌다는 걸까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는 도도새가 살아 있다고 믿는단다. 분명 어디엔가 숨어있을 거라고 그는 무척 확신에 찬 듯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냐는 그런 벤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블랙리버(Black River) 국립공원은 모리셔스 남부에 위치해 있다. 모리셔스의 영토의 99%는 사람의 손에 의해 모두 개발되었는데, 개발되지 않은 1%가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도도새의 흔적을 찾기 위해 들르기로 계획했던 곳이었는데, 벤 덕분에 일부러 찾아가는 수고를 덜게 되었다.

우리는 블랙리버로 가기 위해 무려 새벽 4시에 집을 나서서 수도인 포트루이스(Port Louis)로 가는 버스를 잡아타고, 다시 포트루이스에서 블랙리버 인근까지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나서야 목적지 근처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 까지는 꽤 거리가 남아 있는 상태였는데 이제 어떻게 가냐고 벤에게 물었더니 엄지를 척 내세우면서 씨익 웃는다. 모리셔스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이거라고. 그리고 우리는 거리에서 기다린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지나가던 트럭 화물칸에 앉아서 국립공원 입구까지 갈 수 있었다. 벤은 트럭에서 훌쩍 뛰어 내리면서 말했다. “모리셔스에서는 모두가 외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하지. 그래도 히치하이킹 하나는 최고야.” 나는 벤에게 웃으며 답했다. “나도 모리셔스 까지 히치하이킹으로 왔어. 비행기를 공짜로 히치하이킹 했지.” 내 대답에 세냐가 벤을 보며 말했다. “벤, 아무래도 우리가 진 것 같아.”

   
 

블랙리버는 숲이라기 보단 정글에 가까웠고, 사람의 손이 많이 타지 않아 하이킹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날 우리는 몇 개의 봉우리와 폭포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거의 30km를 넘게 걸었다. 사실 나는 너무 오랜만에-군대 전역 이후에 운동이란 걸 정기적으로 해 본 적이 없다-산을 타느라 죽는 줄 알았지만 국립공원에 들어가기 전, 벤과 세냐에게 군대 시절에 이런 산쯤은 백 개도 넘게 타 봤다고, 식은 죽 먹기라고 큰소리를 쳐 놓은 터라 벤이 “썬!(내 이름의 중간 글자다.) 괜찮아?!”라고 물을 때마다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괜찮아!” 결국 우리는 그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산행을 늦은 오후가 되어서가 끝마칠 수 있었다.

   
▲ 어느 이름 모를 산 정상에서 벤과 세냐와 함께. 내색 않았지만 정말 힘들었다(..)

블랙리버를 나올 때 출구에 한 공원 관리원이 떨어진 나뭇잎들을 쓸고 있길래, 대뜸 도도새를 본 적이 있냐고 물으니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30년 째 공원을 지키고 있지만 발자국조차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마치 모든 게 명확하게 밝혀진 재판장에서 홀로 “이의 있소!”라고 외치는 것만 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청중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야유를 보낸다. “우우!”

   
▲ 제 2의 갠지스 강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신성한 그랑바신 호수. 모리셔스에서 가장 큰 힌두 축제도 여기서 열린다고 한다.
   
▲ 베테랑 히치하이커, 벤 & 세냐

블랙리버 근방에는 ‘그랑바신(Grand Bassin)’이라고 하는 신성한 호수가 있다. 힌두교도들이 제 2의 갠지스 강이라고 여길 정도로 무척 신성한 장소인데(호수에서 수영하는 것조차 금지된다.), 그 이유는 거의 모든 모리셔스 사람들은 인도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리셔스에는 인도 문화의 영향이 강하게 자리 잡아 왔고 수많은 힌두 사원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수많은 신들을 이 곳 모리셔스에 거하게 했지만 그 수많은 신들 중에 최소한 도도새들을 위한 신은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도도새 조차 사람이 만들어낸 하나의 상상속의 동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여기 있는 수많은 신들처럼, 어쩌면 그들은 사라져버렸고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기념비적인 존재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출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대여섯 번의 히치하이킹을 한 끝에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앞으로 한 달. 몸과 마음이 모리셔스라는 장소에 적응하기에는 꽤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머물며 그렇게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녔을 때와는 전혀 다른 긴장감과 불안이 찰거머리처럼 붙어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그 불안은 어쩌면 명료한 목적지가 없음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렇게 길들여져 왔다. 모든 것이 적확하게 계산되어야만 이야기가 통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도도새를 찾는 행위는 정주(定住)시대의 논리로 볼 때 하나의 역행이지 않을까? 이미 존재하지 않고, 존재했음의 여부조차 불분명한 대상을 찾아 나선다는 행위는 마치 하늘에 뜬 무지개를 잡겠다고 언덕 너머로 무작정 내달리는 것과 같다. 이 불안에 가득 찬 작은 역류 속에서 나는 결국 무엇을 찾을 수 있는 걸까?

   

▲ Dodo drawing in mauritius, 종이에 수채, 2015

   
▲ Dodo drawing in mauritius, 종이에 수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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