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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금빛속에 묻힌 기억, ‘Woman in gold’

   
▲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I, 1907년

[THE ARTIST 매거진=김인영]

가끔 우연이 기막힌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오늘이 나에겐 그런 날이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전세계를 뒤흔든 위대한 감동 실화’ 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하는 편인데, 그런 글귀가 써져 있으면 영화 내에서의 갈등에 집중이 되기보단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우먼 인 골드’ 는 내가 그리도 꺼려하는 감동 실화라는 말을 포스터 전면에 대문짝만하게 써놓고 있는데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우연히 들어간 페이스북에서 오늘이 클림트의 탄생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게시글이 있었고, 저녁시간 문득 영화를 보고 싶어졌으며, 그렇게 가게 된 극장에서 시간이 딱 맞는 영화가 이것이었던 것이다.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영화관에 간 것이 너무도 오랫만이라 나는 기대와 불안감을 동시에 가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막힌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취향을 저격하였으며 그 색감, 음악, 배우, 스토리 그 어느 것도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 ⓒ영화 우먼 인 골드, 네이버 영화

클림트의 그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이므로 나는 당연히 이 영화가 클림트의 모델이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 예상하였지만, 사실 클림트에 대한 내용은 영화 초반에 잠시 등장할 뿐 주요한 내용이 아니다. 이 영화는 가족의 사랑과 상처 그리고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한 가지의 문제를 미시적인 시각과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형태를 계속해서 보여주는데, 클림트의 그림 ‘우먼 인 골드’ 를 가족의 기억과 추억의 매개물로 보는 시각과 값나가는 예술품으로 보는 시각으로 나타내며 유대인들의 아픈 과거의 상처를 한 가정의 비극과 슬픔 동시에 모든 사람들의 반성과 아픔으로 나타낸다. 

   
▲ ⓒ영화 우먼 인 골드, 네이버 영화

이 영화를 보며 유대인도 독일인도 오스트리아인도 아닌 내가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감명받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과거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유대인들이 전쟁중 느꼈던 핍박과 고통을 일제강점기에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나라도 많은 문화재와 사람들을 잃었으며 아직도 되찾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더이상 그것들을 기억하려 애쓰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고, 동시에 현실에 대한 분노도 일었지만 이런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려는 듯 영화는 마지막에 어떠한 원망도 보여주지 않고 자신들을 기억해 달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 ⓒ영화 우먼 인 골드, 네이버 영화

우리는 많은 것들을 망각하며 살아간다. 방금 있었던 일도 내일 하기로 마음먹었던 일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과거에 대한 망각은 아무도 질책하지 않으며 도리어 잊자고 제안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유명한 말이고 맞는 말이지만 지키기는 어렵다고 생각한 내가 부끄러움에 눈물지었듯 이 영화는 모두에게 경각심과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는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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