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이해나] 20대의 자유분방함이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겐,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를 추천한다. 여기 좌충우돌 정신없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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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포스터 | ||
학교를 졸업하고 작가가 되고 싶었던 25세의 건장한 프랑스 청년 자비에. 하지만 스페인어와 경제학 석사를 따야 어딜 가도 꿀리지 않는다는 주위 어른들의 충고에, 유럽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스페인에서 1년간 공부하겠단 어려운 다짐으로 도착한 낯선 도시 바르셀로나. 처음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그 중 숙소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어렵사리 구한 숙소에는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덴마크에서 온 혈기 왕성한 또래 대학생들이 룸메이트로 모여 산다.
“¡Bienvenido a español apartamento!” 왁자지껄한 스페니쉬 아파트먼트에 온 걸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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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스틸컷 | ||
유럽의 7개국 학생들의 기막힌 동거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언어도, 문화습성도 다른 그들의 좌충우돌 일상은 마치 유럽 각국의 여러 문화가 스튜처럼 섞인 소용돌이다. 20대 또래라면 누구나 고뇌할법한 삶, 사랑,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느라 이 비좁은 아파트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한편, 자비에는 스페인 생활에 적응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프랑스에 있는 여자친구와 연락이 뜸해져 사이가 소원해진다. 그런 자비에를 이해 못하는 여자친구와 거듭 오해가 쌓이고, 다툼이 벌어진다. 자비에 뿐만 아니라,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다른 학생들도 모두 제각각 비슷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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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스틸컷 | ||
우리나라 청춘들만 어려운 게 아니다. 힘든 건 외국 청춘들도 마찬가지. 누구나 하나쯤은 숨기고 싶은 고민거리가 있고, 이는 사실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라는 것을.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가 참 괜찮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학생의 진로 고민, 외국인 친구 사귀기, 낯선 외국에서의 적응기 등등 다국적 학생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캐치했다.
전화기 앞에는 각국 나라말로 ’00은 집에 없으니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어주세요’라고 메모가 붙어있고, 냉장고 안에는 각자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칸마다 이름표를 붙여 정리가 되어 있다. 이탈리아 학생의 침대가 돼지우리 같은 난장판이라면, 독일 학생은 책에 줄을 그을 때도 자 대고 그을 만큼 꼼꼼하다. 대학생 8명이 복닥거리며 한 집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마치 유럽의 축소판과도 같다. 국경을 맞대고 붙어있어 비교적 자유롭게 서로 넘나드는 유럽 각 나라들처럼.
등장인물들이 모두 유럽인들이라, 우리 한국인으로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문화도 적지 않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 영화로 유럽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국적 학생들이 서로 다른 문화로 어떻게 충돌하고 이해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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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스틸컷 | ||
어수선함 속에서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주제는 따로 있다. 자비에는 자신의 진로와 꿈에 대한 확신이 없는 채 스페인으로 떠나왔지만, 이 곳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점차 자신에게 포커스를 맞춰간다. 구속 받지 않는 자신만의 작은 공간에서, 자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자비에는 결국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소위 말해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어릴 때부터 꿈꿔온 작가의 길을 선택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진정 자신만이 알고 있으며, 그건 어쩌면 자신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꿈꿔왔던 일일지도 모른다. 자비에가 작가의 꿈에 확신을 갖게 된 근원에는 스페인의 작은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한 친구들의 모습에 있다. 나와는 다른 생김새, 다른 문화로 살아가지만 사실 우리는 아주 닮았다는 것.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