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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쿠리의 “사회경제적 실험실”

[디아티스트매거진=김정아]

국제 갤러리에서 6월 4일부터 7월 5일까지 멕시코 출신의 현대미술 작가 가브리엘 쿠리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렸다. 가브리엘 쿠리는 1980년대 말 실험적인 설치, 영상 작품을 시도한 멕시코 1세대로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동시대 작가 중 한명이다. 멕시코 미술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민중 미술 운동을 펼친 디에고 리베라 시대를 거쳐 미국 추상표현주의 계열에 영향을 받은 전통적인 그림들이 이어지다가 인터넷과 교통수단의 발달, 국제화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와 같은 새로운 경향이 태동했다.

쿠리의 작업은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사회적인 역할을 함의하고 있는 오브제들을 차용으로써 조각의 형태와 기능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꾀한다. 강철과 돌과 같은 전통적인 조각의 재료 이외에도 돈, 여행 중 발견한 사소한 일용품, 그리고 소비자라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소비재들이 작업의 재료에 포함된다. 이처럼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사례들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작가는 공공장소 및 문화적 교류의 익숙한 관행들에 대한 추론들과 관람자들에게 문제 제기를 유발할 만한 복잡한 배치들을 기술적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주목할 것은 K1 전시관의 1층과 2층에 걸쳐 선보일 작품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다는 점인데, 특히 작가가 서울에 머무는 동안 수집한 오브제들이 일부 작품들의 재료로 쓰여 관람의 흥미를 배가시켰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의 경계에 놓여 있는 쿠리의 작품은 선택된 오브제 혹은 설치 방식에서 파생되는 형식과 그 개념이 지니는 해석의 가능성들을 고민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합으로부터 도출되는 결과를 면면히 관찰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은유적이고 심리적인 파급효과에 대해 집중한다. 즉, 작가는 동시대 소비문화를 통해 물리적인 경계가 허물어져가는 세계화 현상을 비평하며, 작품과 작품이 놓인 장소 사이에서 발생하는 3차원적 의미론의 퍼즐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역동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2층에 전시되어있던 작품들이었다. 벽에 걸린 돌덩이들과 그 위에 쌓은 벽돌들, 또는 돌덩이들 사이에 걸쳐 놓은 슬리퍼, 일종의 차트처럼 그려진 벽면에 걸린 물건들은 마치 좌표의 궤적처럼 느껴졌다. 또한 일정한 간격의 격자가 그려져 있는 4개의 목조 탁상 위에 나열된 수집품은 조각의 개념적인 가능성 못지않게 그것의 심리적 효과로부터 도출되는 결과를 연구하는 ‘실험실’ 과 같은 환경을 연상시켰다.

쿠리의 작업은 불완전 하지만 물질적으로는 충만한 오브제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일종의 연구 윤리를 반영하며, 부조화 스러우면서도 유머러스한 병치를 보여준다. 필자는 전통적 예술 소재들과 일상적 삶을 규정하는 파편들 간의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형태들을 완숙하게 다루는 쿠리의 장인적 면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또한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던 쿠리의 진취적인 작업 성향은 나에게 어떤 바로크적 순간을 환기시켰다. 아울러 그의 작품이 시사해 준바와 같이 미술시장에서 어떤 것이 작품이고 작품이 아닌지에 대한 질문의 장(場)을 연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 1층 설치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 2층 설치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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