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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지형을 찾아가는 얼굴들

 [디아티스트매거진=김정아] 사람의 얼굴은 고유한 시각적 이미지로 인해 타인의 기억을 지배할 수 있는 신체의 일부이다.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누군가의 얼굴은 그 외형적 특성 외에도 내면에서 투사되는 어떤 기운, 아우라aura를 지녔을 것이다. 김민기의 작업은 이러한 맥락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람의 얼굴에 숨겨진 내면의 ‘결’에 주목하고 있다.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무늬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 결은 작품의 주제를 이끌어가는 시각언어로서 작가의 주관적 감성이 담긴 ‘선(線)’의 여정을 함축한다. 그것은 내면의 지형을 찾아가는 작가의 여정이자 우리 모두의 여정일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드로잉 작업의 조형요소는 반복적으로 그려진 선이다. 마치 지형의 기복을 표시하는 등고선을 연상시키는 이 선들은 얼굴과 목 부분 혹은 캔버스 전면을 뒤덮고 있다. 팽팽한 긴장과 동시에 율동적인 힘을 지닌 선의 구조는 인간의 심리나 감정 변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정신적인 지형을 드러낸다. 작업의 궤적은 종이와 펜으로부터 출발한다. 초기 구상 단계의 현장성을 노출한다는 점과 특정인 이름의 자음과 모음을 풀어 쓴 작품 제목은 2차원적 캔버스의 시공간을 확장시켜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또한 선은 스토리텔링의 과정이기도 하다. 처음 그어진 선은 그 다음 선을 감당하기 위해 또 그어지고, 이러한 단계를 거치면 처음 의도한 이미지에 또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반복되는 선의 응축과 파열은 캔버스에서 어떤 존재의 형상을 조직하기도 하고 해체하기도 한다. 작가는 선을 통해 암묵적 규율 속에서 오는 내적 갈등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자유의지를 동시에 표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가 치유의 과정을 경험한다. 노동집약적인 작업 프로세스는 의식의 흐름을 기록하는 심리적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여기서 물리적 시간의 퇴적은 나무의 나이테나 사람의 주름을 연상시키는 캔버스 속 얼굴을 환기시킨다. 조각을 전공하고주로 입체작업을 해왔던 김민기는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선을 사용하거나, 원하는 색을 만들 수 있는 평면 작업의 특성을 통해 보다 유연한 사고로 작품과 교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정된 지형을 나타내는 등고선이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되듯이, 삶의 규범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또한 변화를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기적인 흐름 가운데 일정한 패턴을 지닌 선들은 인간의 내면과 닮아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시간의 층이 쌓여갈수록 내면의 결도 그 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자기 위안과 함께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익명 혹은 특정인의 얼굴이 담긴 작품들은 불안과 희망이 고저를 이루는 내면의 등고선을 느린 호흡으로 사유하고 싶었던 작가 자신의 지형도이기도 하다. 미묘한 파장 때문에 오히려 서정적으로 느껴지는 얼굴들은 관람자를 교란시키는 반면 몰입하게도 하는데, 흔쾌히 길을 잃게 만들어 자신만의 여정을 떠날 수 있게 한다. 그것은 개인이라는 소우주로의 여정이자, 그 개인들이 속한 사회로의 여정일 것이다.그 어디가 되었든 간에 진정한 자신의 결을 마주하고, 타인의 결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길 바래본다.

   
▲ 전시 전경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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