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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때보다 여유로운 간송전_간송문화전 4부

[디아티스트매거진=이파] 매난국죽은 통칭 사군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문인화의 소재이다. 현대에 와서 사군자는 따분하고 고지식한 취미 정도 위치에 놓여있기도 하다. 4회를 맞는 간송문화전의 주제는 매난국죽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간송이 보유한 작품은 국내 일류급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위 ‘난 좀 친다.’하는 문인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개인적으로 DDP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간송문화전은 전시를 거듭할수록, DDP에 잘 적응하여 완성도 높은 전시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3부 진경산수전’과는 다르게, 모든 작품에 설명이 들어가 있어, 도슨트의 가이드 없이, 혼자 감상하기에도 충분하다. 또한, 이번 전시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정의 ‘풍죽도風竹圖’는 차동훈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인 ‘풍죽예찬’과 함께 전시되어 있어, 바람에 날리는 대나무를 공감각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를 꼭 느껴보기 바란다. 이는 DDP와 어울리는 전시방식이라고 생각이 든다. 콧대 높고, 한번 보기 참 어려운 간송미술관의 전시가 아닌, 관람객과 교류하고 타협할 수 있는 전시가 되어가고 있다. DDP가 개축당시의 혹평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잘 순항하고 있듯, 간송 미술관도 점점 우리와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매번 느끼지만, 간송미술관이 수장하고 있는 모든 관련 작품이 한번에 전시되지는 못하기에, 완벽히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게다가 ‘매난국죽’이지만, 실상 국화 그림은 몇 개 없다. 작품이 교체되기는 하지만, 두번 방문하기는 부담이 된다. 때문에 도록을 구매하기도 하는데, 그 의도는 존중한다. 그러나, 비유하자면 본 전시는 게임, 도록 판매는 ‘DLC 혹은 확장판’을 판매하는 느낌이다. 찜찜한 기분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아쉽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 하도록하자.

   
▲ <이하응_묵란도, 간송미술문화재단> 좌, <유덕장_통죽, 간송미술문화재단> 우

회화 소재로서 사군자의 장점은 감상자로 하여금,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비교적 단순한 화면구성과 더불어, 사의寫意적으로 식물이라는 ‘쉬운 소재’에 접근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식물’에 내 마음을 투영한 것이기에, 보기엔 부담스럽지 않으나, 그 의미는 가볍지 않으니, 더욱 흥미가 있다는 것이다. 각 문인화가들의 감정을 느껴보는 것이 큰 포인트라 생각이 드는데, 그들은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모두 그렸었겠지만, 자신들이 사랑하고 가장 잘 그리는 것은 대개 한 두개정도 이다. 비유하자면 선비, 사대부의 ‘오덕질’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이정의 대나무, 조희룡의 매화, 김정희와 흥선대원군의 난초 등 각 문인들의 특기를 파악하고 전시를 감상한다면 감상하는 재미는 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간송문화전 역시, 작품 배치순서 등으로 이러한 포인트를 살려내고 있다.

   
▲ <탄은 이정_삼청첩 난도, 흑견금니, 간송미술문화재단>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탄은灘隱 이정李霆이다. 최초로 전면공개되는 일종의 콜라보레이션 걸작 ‘삼청첩三淸帖’을 시작으로, 풍죽도 까지, 이전 전시인 진경산수전의 겸재 정선과 비슷한 포지션으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약간 아쉬운 점은, 탄은의 풍죽도를 위시하여, 그는 독보적인 최정상으로 설정되고, 후대의 조속, 임희지, 유덕장 등의 화가들은 ‘그 경지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말하는 느낌을 받았다. 작품의 우열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당신이 감상하게 된다면, 누구의 ‘매난국죽’이 아름답고 와 닿는지는 개인적으로 비평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백매白梅’이다. 김홍도의 인지도를 의식한지도 모르지만, ‘진 주인공’ 같은 포지션으로 설정되어있는 느낌이다.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작품인데, 이 작품만은 설명조차 달려있지 않다. 또한, 매화치고는 화려하지 않고, 수줍고 박하게 느껴지는 매화이다. 이전 사군자가 사대부의 지조와 격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단원의 백매는 풍류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백매’는 한적함을 느끼게 해준다. 차분하게. 그리고 여운을 남겨준다.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도, 그 의도도 충분하다.

‘매난국죽’은 이전 간송문화전 전시에 비해, 작품의 무게감과 작가들의 대중적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감은 사실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거진 산을 그리는 것보다, 한줌의 풀포기 따위나, 대나무 몇 그루를 의미 있게 그리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외출을 삼가게되는 ‘어느때보다 전시장이 여유로운 현재상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군자 특유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한적하다. 작품은 단순하게 느껴지지만 나에게 잘 스며든다. 그리고 풍죽도는 첨부하지 않는다. 직접가서 느끼시길 바란다. 전시 전반적으로 아쉬움도 있지만, 이 전시는 ‘그것’만 감상하러 가기에도 충분한 전시이다.

‘간송문화전 4부 매난국죽 – 선비의 향기’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6월 4일부터 8월 30일 일요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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