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이해나] 영화에서 주인공 여자는 남자도 하기 힘든 PCT를 한다. PCT란, 미국 캘리포니아의 남부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미국 서해안을 따라 오레곤 주를 거쳐 북쪽 워싱턴 주의 캐나다까지 걷는 트레일 코스를 말한다. 영화 <Wild(와일드)>는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의 가장 솔직한 면을 보여준다. 낭만적인 그런 여행 말고 정말 힘든 여행. 작은 벌레 하나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매일 똑같은 밥을 해먹는 것에 지쳐가고, 지도를 손에서 놓지 못하며 길을 잃을까 걱정하고, 포기하고 그냥 돌아갈까 수십 번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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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와일드> 포스터 | ||
여자는 지극히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다. 알콜 중독자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피해 도망친 가족들은 열심히 살려고 했지만 언제나 자신의 편이었던 따뜻한 엄마는 젊은 나이에 암으로 사망한다.
그렇게 시작된 방황.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문란한 생활을 거쳐 여자는 마약에도 손을 댄다. 그러다 어느 날, 평소엔 관심도 없던 책방에 진열된 책 표지 하나에 이끌려 우연히 시작하게 된 PCT 여행. 생전 해보지도 않던 일에 도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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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와일드> 스틸컷 | ||
자기 키만한 30kg짜리 배낭을 메고 4,285km를 향한 막막한 출발을 시작한다. 세상을 등지고 싶어 새롭게 떠나게 된 여행인데, 걷다가 힘들면 언제든 그만두겠다고 끊임없이 자기 위로를 하며 그렇게 걷고 걷는다. 캠핑 장비는 갖추고 있으나 사용법을 몰라 매번 설명서를 봐야 하고, 텐트 하나 치는 것도 한참을 끙끙대야 하며, 지나치는 남자들은 혹시나 자신을 해치지나 않을까 경계하는 마음으로 신경이 곤두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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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와일드> 스틸컷 | ||
갑작스레 엄마를 잃은 슬픔에 무작정 떠난 여자는 걷는 과정에서 발톱이 빠지고, 신발을 잃어버리고, 넘어지고, 다치고, 깨지면서 순간 순간의 분노가 세상을 떠난 엄마에게로 향한다. 그러다 분노는 슬픔으로 바뀌고, 평온심을 되찾아 또 다시 애도의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엄마가 없다는 사실은 지울 수도, 잊을 수도 없다. 다만, 그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처절하게 곱씹으며 나름의 방법으로 애도하며 걷는다. 그게 이 여자가 상실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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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와일드> 스틸컷 | ||
영화 <Wild>는 실화를 모티프로 한다. 셰릴 스트레이드는 자신의 자서전을 책으로 펴내며 단숨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을 비행기에서 읽고 크게 감명받은 여배우 리즈 위더스푼은 직접 셰릴 스트레이드를 수소문한 끝에, 영화 판권을 획득, 스스로 영화 제작과 주연을 맡으며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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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와일드> 스틸컷 | ||
혼자 여행을 다닌다면 자신의 속마음을 들어다 볼 기회가 많을 거라 생각하지만 딱히 그건 아니라는 것. 흔히 무언가 답을 찾기 위해 무작정 떠나긴 하지만 사실 혼자 여행을 떠나면 순간 순간에 충실해지기 때문에 무언가를 진득이 들여다 볼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다. 대신, 그런 시간들은 불청객처럼 예고 없이 찾아온다. 좋은 기억이든, 나빴던 기억이든, 잊고 싶었던 기억이든. 불쑥 머리 속에 들어와 헤집고 나간다.
여행은 그런 거다. 여행 끝에는 끝을 알리는 호루라기가 울리지도 않고, 수고했다고 뜨겁게 박수치는 군중도 없고, 수학문제처럼 명쾌히 답이 떨어지는 해답을 얻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네 삶은 여행 전과 여행 후로 바뀐다. 이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그건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