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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동행

지난 몇 년간의 대전시립미술관의 특별전을 살펴볼 때 근현대미술 작품 전시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볼 수 있다.

   
▲ 대전시립미술관 전경

지난해에는 ‘피카소와 천재화가들’을 통해 서양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68명의 예술가들이 그린 명화 85점을 엄선하여 근‧현대회화의 진수를 살펴보고자 했고, 2012년 ‘한국근현대미술 특별기획전 – 여기 사람이 있다’와 2011년 특별기획전 ‘모네에서 워홀까지 – 한눈에 보는 근현대 서양미술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동서양의 근현대미술의 대표작들을 소개하는 대규모 기획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 대전시립미술관 ‘광복70주년 한국근현대미술특별전’ 포스터 | 대전시립미술관

올해 대전시립미술관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5월 23일부터 ‘한국근현대미술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한국미술사를 통해 우리 역사와 시대정신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적 전시로, 어린이·청소년 관람객들이 부모 세대와 자연스럽게 접하며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획 됐다고 한다.

전시는 19세기 후반의 ‘조선왕조의 마지막 화원’ 장승업과 그의 제자들로부터 출발하여 구한말과 식민지시대를 거치고, 분단과 전쟁, 경제개발과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나타난 예술작품들을 66명의 대표작가의 작품세계로 압축하여 보여준다.

한국 근현대의 시대흐름에 따라 부각되는 문화적 요소를 ‘계승과 혁신’, ‘이식과 증식’, ‘분단과 이산’, ‘추상과 개념’, ‘민중과 대중’의 5개 키워드로 나누어 162점을 작품을 근대 초기부터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구분하여 한국근현대미술의 흐름을 짚어 주고 있다.

시민과 학생들에게 친숙한 미술 교과서에 등장하는 장승업,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권진규, 이우환 등 한국근대미술작가들과 백남준, 이우환, 이불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진품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의미 있는 부분이다.

   
▲ 한국근현대미술특별전 전시실 내부 | 대전시립미술관 페이스북

이번 전시는 2개의 층을 활용한 5개의 전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시장 중간에 포토존과 기념품 판매샵을 배치해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160여점의 작품을 관람하면서 생기는 전시 피로를 줄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시의 작품 양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관람의 포인트를 정해 관람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각 전시실마다 주요 화가들의 말이 적혀 있었는데, 묘하게 섹션 타이틀과 일맥상통하는 느낌이 들어 화가들의 말귀를 머릿속에 담고 전시장을 들어섰다.

   
▲ 한국근현대미술특별전 전시장 입구

‘계승과 혁신’의 제1전시실에는 천경자의 말귀가 적혀 있다.

“서울에 어느새 눈이 내리고, 내가 적당히 가난하고 이 땅에 꽃이 피고, 내 마음 속에 환상이 사는 이상 나는 어떤 비극에도 지치지 않고, 살고 싶어질 것이다.”

조선의 마지막 화원 출신의 장승업을 비롯하여 안중식, 조석진, 김은호에 이어 이상범, 변관식, 조평휘에 이르는 전통의 계승과, 이응노, 김기창을 필두로 박내현, 천경자, 박생광 등 한국 전통을 혁신한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이어졌다. 근대화에 접어들면서 화풍의 변화를 모색해야 했던 예술가들의 고뇌가 느껴졌다.

‘이식과 증식’의 제2전시실에는 오지호, 나혜석, 구본응의 그림에 대한 생각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물과 대결하여 본질을 캐는 작업을 벌여라, 회화는 강력한 생명력을 추출하는 것을 생명으로 삼아야 한다.”                                                                      -오지호
“내가 그림이요, 그림이 내가 되어 그림과 나를 따로따로 생각할 수 없는 경우에 있는 것이다.”                                                                                       -나혜석
“예술이니 미술이니 회화이니 그런 것은 모른다. 단지 물체를 묘사할 뿐이었다. 성품이 성품이라 남과 같은 행동은 하지를 않았었다. 남은 붉게 그리면 나는 푸르게 그렸던 것이다.”                                                                                         -구본웅

일제강점기 예술가들의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한국 근대조각의 선구자 김복진을 비롯하여 나혜석, 구본웅, 이인성, 이인성, 고희동 등 근대기 대표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특히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로 이어지는 대표작가 3인방의 작품은 특별히 구분하여 선보이고 있는데 왜 그들이 미술품 경매에서도 최고가를 달리는 작가들인지 감동과 공감,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고, 이 전시의 완성도를 짐작케 할 수 있었다.

제3전시실에만 대표 화가들의 말귀가 적혀 있지 않았는데, 식민지 종결 후 ‘분단과 이산’ 섹션에서 보여주는 조양규, 송영옥처럼 역사적 상처를 예술로 승화하거나, 이중섭, 백남준, 이우환 같이 독특한 이산예술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1980년대까지 월북화가로 조명 받지 못했던 배운성 화가의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국가가 처했던 역사적 상처와 개인의 인생이 맞물리면서 탄생한 작품들이니 만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제4전시실 ‘추상과 개념’ 섹션에서는 한국의 미술문화를 근대에서 현대로 견인한 이정표 같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라면 그가 대하고 있는 물질에 대하여 성실하고 정직해야 한다”             -박서보

추상미술운동의 대표작가로 박서보를 비롯해 정창섭, 최욱경 등의 대표작을 통하여 한국적인 단색화미술을 창출한 과정과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개념미술 섹션에서는 아방가르드 운동의 대표작가와 20세기 후반 개념미술의 흐름을 정리하고 있었다. 사실, 추상미술로 대표되는 현대미술이라는 것은 대상을 묘사하는 기존 한국화, 서양화와 다르게 작품만을 보고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의 생각을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 ‘민중과 대중’ 섹션은 20세기 후반의 한국사회를 보여준다.

“민중의 삶의 최대가치로서 올바르고 참된 삶 아름다운 삶을 요구하며, 이러한 삶의 조건을 획득하기 위해 무원칙, 무조직한 수동적 대중으로부터 의식적이고 주체적이며 능동적인 민중으로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홍성담

민주화시대 이후 나타난 민중미술계열의 작품들은 강렬한 원색으로 대중의 시대로 격변하는 사회상을 표현하고 있는 듯 했다.

   
▲ 한국근현대미술특별전과 함께 열리고 있는 한국 근현대 미술 자료전

더불어 한국미술의 역사와 시대정신을 자료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도록 ‘한국 근현대 미술자료전’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주 전시와 더불어 쇼케이스에 진열된 일제강점기 사용되었던 미술 자료들과 우리가 학창시절 배웠던 미술 교과서와도 재회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방대한 양의 컬렉션을 관람하고 있노라면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 작품은 예술성은 물론이고 그 시대 사회를 담고 있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가들도 오늘의 우리 사회를 담고 있을 것이다.

광복 70주년, 지난 시대를 담고 있는 작품을 통해 하루 쯤은 역사를 돌이켜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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