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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앤드류 와이어스, <크리스티나의 세계>, 1948, 패널에 템페라 | ||
[디아티스트매거진=남원정]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늘 밑으로는 넓은 들판이 있는데, 들판에 내팽개쳐 있는 여인은 이 고요함과 대조를 이룬다. 여인은 비록 뒷모습만을 보여주지만, 그 뒷모습에서는 엄청난 외로움이 풍겨 나온다.
여인 위에는 작은 회색빛의 집 한 채가 있다. 이 집은 창문 하나 없이 비어 보이며 버림받은 집 같다. 까마귀들이 지붕을 맴돌고 있는데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그들의 울음소리는 비극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지붕의 윤곽선과 여인의 허리, 어깨 윤곽선이 일치하면서 집은 여인의 쓸쓸함을 더욱 강조한다. 그녀가 앉아있는 들판은 싱그러운 풀이 아닌 가을의 다 말라버리고 거친 풀로 가득한데, 이는 그녀의 거칠고 정돈되지 않은 머리와 조화를 이룬다. 말라버린 풀처럼 그녀 또한 힘없이 들판에 있다.
들판에 덩그러니 있는 그녀는 오른쪽의 큰 집을 간절히 바라보고 있다. 그 집은 굴뚝과 창문, 집에 기대고 있는 사다리가 보이며 앞에 자전거가 있다. 집 안에 불도 켜져 있어 생기 있는 그 집은 가정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그녀는 어쩌면 이런 보금자리를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닥에 있는 풀을 움켜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그 집에 차마 다가갈 수 없다. 집의 정면입구가 그녀의 반대쪽을 향하면서 그녀를 외면하고 있다. 또한 그녀가 있는 들판의 풀은 길지만 집 쪽의 풀은 짧은 풀로 둘 사이의 경계를 이루며 그녀와 집의 분리를 보여준다. 집 앞에는 풀이 없는 두 줄로 된 길이 있는데, 집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내려오다가 끊기며 이는 곧 그 집이 그녀가 가질 수 없고 범접할 수 없는 대상임을 다시금 알려준다. 그녀의 외로움은 채워질 수 없다. 그녀는 갈망하는 보금자리를 가질 수 없다. 그녀는 그저 풀밭에 앉아 멀리 있는 집을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리고 바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라버린 풀과 힘없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