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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일랜드', 생명 연장 혹은 윤리>

   
▲ ⓒ 네이버 영화

[디아티스트매거진=정유진] 인간이라면 대부분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오래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쳐지고 주름진 피부를 생기 넘치는 20대의 피부로 바꾸고, 병들어가는 간을 새 것으로 교체하며, 불임의 몸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유전자를 지닌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혹은 아름다워지기 위해 가끔씩 수많은 도덕적 신념을 뒤로하고 무엇이든지 하려고 할 때가 있다.

이러한 인간들의 본능적인 갈망을 위해 한 박사는 인간과 세포 하나하나 똑같지만 결코 썩지 않는 건강한 신체를 지닌, 하나에 50억짜리 클론을 만들어 낸다. 말하고 웃고 먹으며 일하기도 하는 마치 하나의 진짜 인간과도 같은 클론을.

   
▲ ⓒ 네이버 영화

박사는 복제인간들을 만들면서 그들을 복종시키기 위한 15살 수준의 짧은 지식과, 몇 가지 반복되는 평범한 과거들, 그리고 환상의 섬 아일랜드에 대한 희망을 그들에게 심어 넣는다.

행복한 과거, 현재를 살아가는 지식,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그들이 인간처럼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모든 복제 인간들은 고립된 공간에서 정해진 음식, 똑같은 옷, 그리고 주어진 일만을 수동적으로 행하며 그저 환상의 섬 아일랜드에 가기만을 목표로 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클론들은 인간이 처음 계획한 대로 잘 움직여 주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박사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모든 생명 가운데서도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자, 스스로를 성장하게 만들어 주는 인간의 원초적인 갈망, 바로 호기심이다.

(연구원들은 후에 이 호기심을 ‘결점’ 이라 칭하며 모든 클론들을 리콜하려 한다.)

   
▲ ⓒ 네이버 영화

여기에서 주인공 링컨은 왜 베이컨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지, 왜 여자와 가까이 하면 안돼는지, 왜 흰색 옷만 입어야 하는지, 이 튜브는 어디로 향하는지 등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답을 알고자 한다. 

호기심이란 한번 머리 속에 자리잡으면 마치 물을 계속 흡수하는 나무처럼 뿌리에 뿌리를 내리며 자라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인간에게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는 무형의 힘이다. 어쩌면 그렇기에 연구원들의 말처럼 그들은 호기심에 ‘감염’ 된 것일지도 모른다.

링컨이 뿌리고 간 그 호기심의 씨앗은,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머릿속에 점차 전염된다. 수동적인 자세였던 그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나씩 궁금해하며 처음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그런 호기심은 기억과 정보를 하나씩 저장시키며 그들의 뇌를 성장시킨다. 이를 보면 우리는 호기심이 인간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 네이버 영화

연구원들이 스스로 생명을 죽이는 일을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알버트라는 이름의 흑인요원은 이들이 진짜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고 박사의 조력자에서 클론의 조력자로 점차 변해가는 인물이다. 클론과 인간의 중심에 이 흑인 요원이 자리했기에, 비로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영화의 주제가 등장한다.

생명을 복제해내고자 우리가 범하는 수많은 윤리적 문제들. 이 윤리적 문제들을 다시금 되새겨보라고 영화는 경고하고 있다.

후에 언제부터 살인이 비지니스가 되었냐는 흑인 요원의 말에, 박사는 말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었고 수많은 불치병들을 자신이 치료했다’고. 이러한 질문은 지금까지도 쭉 이어지고 있는 논쟁점이다. 하지만 그는 생명을 만드는 대신에 또 다른 생명을 죽였다. 이러한 사실은 과연 정당방위라 말할 수 있는 걸까?

   
▲ ⓒ 네이버 영화

영화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 깊다. 항상 갇혀만 살아온 복제 인간들은 부서진 건물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을 향해 자석이 이끌리듯 달려나간다. 손을 뻗어 만지는 물 한 방울, 발로 직접 밟는 땅의 느낌, 부서지는 모래,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에 멍하니 넋을 잃고 만다. 그들은 ‘아일랜드’ 라는 환상의 섬을 희망으로 삼으며 살아왔지만, 눈 앞에 보이는 그 모든 환상적인 세상이야 말로 진짜 ‘아일랜드’ 라는 진실을 몸소 깨닫는다. 어둠 속에서 점점 꺼져가는 전등 만을 바라보다가 처음 밝은 빛을 발견한 사람처럼, 그들은 비로소 진짜 희망을 손에 넣는다.

영화의 제목 ‘아일랜드’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클론들이 믿었던 ‘아일랜드’는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환상의 섬이었다. 어쩌면 이는 갇힌 세상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가짜를 벗어난 진짜 현실 세상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아일랜드’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늙고 병들어가는 몸 대신, 영원히 젊고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인체의 신비, 즉 신이 내렸다고 말하는 인간의 모든 신체의 시작과 끝을 정복한다면 인간은 아마도 세상 모든 것을 정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 인간들이 꿈꾸던 ‘아일랜드’는 그러한 세상이었을까? 그 답이 어찌되었든 영화는 결국 클론들의 손을 들어주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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