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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범인이 누구라는건데?

[디아티스트매거진=김성현] ‘라쇼몽 효과'(Rashomon Effect),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해석하면서 본질을 다르게 인식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의 나를 정당화하기 위해 기억을 재구성하고, 자신의 입장에 기억하고 싶은 것만 골라 ‘취사선택’하는 것이다.
 

라쇼몽 효과로 유명한 고전영화 ‘라쇼몽’은 사무라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관련 있는 여러 인물들의 서로 엇갈린 진술이 주요 내용이다.
 

   
▲ <영화 ‘라쇼몽’ 포스터>

흥미롭게도 죽은 사무라이 타케히로, 산적 타조마루, 사무라이의 아내 마사코, 그리고 이들을 목격한 나무꾼까지 각기 다른 4명의 진술이 모두 엇갈린다.

산적 타조마루는 사무라이의 아내인 마사코가 자신의 유혹에 넘어가 자신과 관계를 맺었으며, 그녀의 남편인 죽은 사무라이와는 결투를 벌였고 본인은 여기서 정당하게 이겼다고 말한다.
 

   
▲ <영화 ‘라쇼몽’ 中>

사무라이의 아내인 마사코는 산적 타조마루가 본인을 겁탈했으며, 겁탈 당한 후 본인을 경멸하는 듯한 남편의 눈초리에 제정신이 나가, 자신이 남편을 죽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당을 통해 혼령을 불러들여 듣게된 죽은 사무라이의 말은 또 다르다. 사무라이 타케히로는 자신은 타살 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본인은 자신을 배신한 아내에 대한 분노를 이기지 못해 자결을 했다고 진술한다.

또한 이들을 몰래 지켜봤던 나무꾼은 마사코가 싸우기 싫어하는 두 남자를 부추겨 결투를 시켰으며, 산적과 사무라이 그 둘은 정당함과는 거리가 먼 추잡한 싸움을 벌인 끝에 산적이 이겼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나무꾼은 마사코의 값비싼 단도를 훔친 사실이 있다.

즉, 네 사람은 모두 자신의 명예나 체면 혹은 욕망을 위해 행동을 정당화하고 기억을 편집한다.
 

   
▲ <영화 ‘라쇼몽’ 中>

사무라이가 죽었다는 단 하나의 진실은 변함이 없는데, 그 진실을 놓고 펼치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진술은 엇갈린다.

진술을 하는 모든 인물들은 본인이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이 모든 진술들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진실은 모호하며 각자의 입장에 따라 왜곡되었고 편집된 주관적 기억들과 함께 각자의 엇갈린 진술만이 난무할 뿐이다.
 

   
▲ <영화 ‘라쇼몽’ 中>

모두가 ‘이기적인 본성’에 의해 가능한 자신의 입장에 최대한 유리하도록 진술하며, 서로가 다른 범인을 지목한다. 그들은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와 욕망, 명예, 체면 등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모든 진술이 부분적으로는 조금씩 겹치거나 비슷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범인’을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서로 상이한 진술을 보인다. 때문에 우리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관객입장에서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사실과 진실이 일치하는지에 대해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때문에 결론적으로 관객은 범인이 누군지 알 수가 없다. 답답한 노릇이지만 동시에 너무나 흥미롭다.
 

   
▲ <영화 ‘라쇼몽’>

그런데 사실 범인이 누구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며 모든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태도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파편화 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빛나는 진실을 찾는 것이 어렵지만 가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훈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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