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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포스터 [사진제공 : 아르코미술관] | ||
[디아티스트매거진=김정아] 시간과 기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구분되고 의미가 구성된 것들은 목적과 의도의 유무에 상관없이 그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회 안에서 하나의 시스템이 된다. 남화연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사물, 공간, 시간 시스템이라는 물리적이고 혹은 비물리적 실체들의 구조를 인식하고 이를 가시화한다. 그리고 비디오 영상과 사진은 바로 이러한 작업의 중심에 놓여있다. 영상과 사진은 인간의 ‘눈’이 아닌 ‘렌즈’를 통해 대상을 기록한다는 공통점과 함께 사진은 순간을, 영상은 흐름이라는 상반된 시간을 다룬다는 차이점 역시 공유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작가가 이 두 가지 매체에 있어서 ‘시간’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시간의 기술>이라는 전시의 구성에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상 작품 5점과 사진연작 1점으로 구성된 이번 개인전은 남화연 작업의 특유한 언어적 퍼포머티비티(performativity)와 형식적 특이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에 내재된 시간, 그리고 사회적 합의로써 도출된 시간 개념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남화연 작가는 퍼포먼스와 비디오를 중심으로 현재라는 시간에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트루기의 방식을 고민하고, 다양한 시간대를 넘나드는 작업의 과정을 안무적 관점을 가지고 접근해왔다. 그녀의 작업에서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무대, 신체, 언어인데, 관건은 이 세 가지 구성요소가 원래의 문맥에서 빗겨난 용도로 쓰인다는 점이다. 현실 공간을 촬영 무대로 선택한 열린 세트,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신체, 형체는 있으나 발음은 상실된 언어들로 구성된 다소 연극적인 영상물은 해독해야 할 비문의 유혹을 간직하고 있다. 기계적인 계획과 느슨한 방임을 오가는 이러한 작업 방식은 결과적으로 작가를 연출자이자 방관자로 느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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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자료나 이미지를 활용한 풋티지 기반의 비디오 영상 작품 5점과 사진 연작 1점으로 이루어진 전시장에서 필자의 이목을 끈건 <유령난초_Ghost Orchid>(Video, 6min 53sec, 2015)이다. 이 작품은 앞서 언급한 무대, 신체, 언어의 구성요소를 포함하는 집약적인 성격을 띠는데, 시간을 쫒아가는 과정에서 목격하게 되는 인간의 욕망을 우화적으로 표현하였다. 19세기 남미와 아시아 지역의 신기한 식물들을 채집하고 이를 유럽으로 들여왔던 난초 사냥꾼이 자신의 의뢰인에게 써내려갔던 편지가 보이스오버 사운드로 들리고, 식물원 안에서 기이한 춤을 추는 퍼포머의 움직임을 원시적인 타악기 리듬과 병치시킴으로써 현대인의 괴이한 수집욕과 시각적인 욕망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선별되어 수집된 아카이브와 그 이미지를 보기 위해 필요한 인간의 눈은 시간을 갖지 않는 유령의 욕망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실체가 없고 희미해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유령(난초)의 보고자 하는 욕망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그것이 진짜 인지 의문을 남긴다.
전시를 본 뒤 문득 얼마 전 막을 내린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 <욕망의 식물학>이 궁금해졌다.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과열 투기 현상 튤립포마니아(Tulipomania)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2채널 퍼포먼스 영상이라고 한다. 영민한 작전으로 짜여 있는 영상을 실험적으로 전개하는 남화연 작가 특유의 미학적 드라마가 기대된다. 이번 전시는 인간의 강렬한 욕망에 대한 작가의 관조가 한 공간 안에서 뒤섞이는 흥미로움을 제공했다. 관람자는 작품 하나하나가 지닌 개별적 요소들의 특수성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 모든 작업이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한 공간에서 상호 변주하는 총체적 퍼포먼스가 주는 공감각적인 ‘시간의 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