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새틴 이온 Satin Ions 2015. 5. 29 – 8.9 | ||
아르코 미술관에서 스웨덴 작가 니나 카넬(Nina Canell, b.1979)의 첫 아시아 개인전이 열렸다. 이미 국제적으로는 활발한 활동을 선보이며 주목받아 온 니나 카넬은 우리나라에선 광주 비엔날레(2008)에서 그룹전으로 진행한 적이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미술관은 니나 카넬의 ‘조각’이라는 언어에 주목했고 아르코 미술관 특유의 섬세하고 밀착된 큐레이팅을 통해 예민한 전시를 만들어냈다. 니나 카넬의 개인전 <새틴 이온 Satin Ions>은 작가의 기존 작업의 성격과 특색을 보여주는 대표 작업들과 함께 최근 작가의 관심사인 지하 매설 케이블로 제작된 신작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니나 카넬의 작업은 전통적인 ‘조각’의 개념을 넘어서 조각의 하나의 ‘상태’를 다루는데 이에 나아가 작가만의 섬세한 미적언어로 평소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 에너지의 변환 과정을 시적이고 아름답게 가시화한다.
![]() |
||
| 니나 카넬, <간결한 음절(약함)>2014, 전기 및 통신 케이블, 아크릴, 가변 크기. | ||
작가는 연결(Connection)에 관심이 많아 조각 작품을 만들 때 풀이나 테이프 등 두가지 이상을 합치는 방식을 사용한다. 첫 번째 방에 들어서면 전기 및 통신 케이블과 아크릴을 이용한 <간결한 음절(약함)(2014)>를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조각적으로 어떻게 볼 수 있는지를 우선하였으며 투명 아크릴을 통해 여러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 첫 번째 방에서는 주목했던 작품은 <알려지지 않은 크기(2015)>였다. 마치 치워야 할 것을 미처 치워두지 못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이 작품은 전시장을 모두 관람한 후 다시 돌아왔을 때 비로소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벽에 잘라내고 남은 카페트롤을 통해 남겨진 것과 쓰여진 것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 작품이다. 전시는 세 개의 방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첫 번째 방으로 가기 위해 발을 디디는 순간 작가 특유의 성격과 특색을 경험할 수 있다. 방수재료와 물의 장력으로 석판 위에 아름다운 물의 정동을 보여주는 최신작을 가장 가까운 위치에 설치해 두었지만 아마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상동곡 Perpetuum Mobile (25kg)(1009)>를 가장 먼저 인식할 것이다. 작가는 외부에 영향을 받는 완결되지 않은 조각들을 설치해 둠으로서 예민하고 세밀한 감각을 사용하여 관찰하도록 하였다. <상동곡 Perpetuum Mobile (25kg)(1009)>는 초음파 발생기를 넣어둔 물을 시멘트 포대 옆에 두어 전시 기간 중에 시멘트가 서서히 굳어가는 것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완성에 대한 개념에서 벗어나고 싶은 작가의 초기 작업으로 전시를 관람하기 전 작가 니나 카넬이 해왔던 작업을 우선 보여주는 아르코 미술관의 관람객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 |
||
| 니나카넬, <상동곡 Perpetuum Mobile (25kg)> 2009-2010, 시멘트, 물, 대야, 초음파 발생기, 가변크기. | ||
첫 번째 방을 거쳐 두 번째 방에 들어섰을 때 전체적으로 거의 비어있음을 느꼈다. 작가는 그러한 방이 가장 조각적인 측면에서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니나 카넬에게는 일상적인 어떤 물체나 순간이 특수한 애착을 가질만한 대상이 된다고 한다. 그러한 점을 알고 두 번째 방을 보았을 때 지극히 그러함을 느끼게 된다. 일상적인 물체 그 자체, 혹은 물질들의 형성 과정 자체가 니나 카넬 작업의 결과물이 됨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들이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실에 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온 <Thins(2015)>, 찰나의 높은 볼트가 석탄 가루 사이를 통과하게 하여 그러한 사건이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평면작업과 이란에서 가져온 피스타치오 나무 고무가 아주 느린 속도로 서서히 흘러내리는 작품 <긴 1000분의 3초>은 점성과 중력에 관한 에너지 또는 운동인 우리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빠르고 느린 움직임을 인식시켰다. ‘아주 천천히 녹아내린’, ‘늘어진’, ‘일상적인’, ‘어디서나 구하기 쉬운’ 어느 하나 작가의 언어를 벗어난 곳이 없는 작품들이었다.
![]() |
||
| 니나 카넬, <가는 것들> 2015, 못, 자석, 구멍, 가변크기. | ||
작가의 새로운 작업 시리즈로 서울 근교에서 수집된 재활용 지하 매설 케이블을 재료로 한 시작은 세 번째 방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경기도의 다 쓰고 남겨진 케이블 덩어리를 수집하여 심지가 빠지고 껍질만 남은 피복 플라스틱에 열을 가하였다. 모양이 변형된 이 덩어리들은 수십 미터의 물리적인 길이가 ‘정보’의 송수신이라는 빗물질적 거리를 드러내는 덩어리로 변모한 역설적인 상태임을 암시한다. 이 작품들을 관람하던 어느 순간 전시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청각을 자극하던 소리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가청 영역대를 넘나드는 주파수를 사용하여 늘 공간에 울려 퍼지지만 관객이 지극히 주관적인 시간에 일시적으로만 포찰할 수 있도록 한 작가의 신작이다.
니나 카넬은 “조각적 상태(condition)”에 관심을 두었다. 에너지나 빗물질적 전환과 전이를 바로 물리적인 것이나 보이는 가시적 세계를 통해 추적해 나가거나 그것을 매개로 인식하도록 하는 상태를 말한다. 또한 물체의 성질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 물성과 주변 환경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의식했다. 서로 다른 재료와 물질이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작가의 조각은 이러한 인간의 시각에는 쉽게 포착되지 않지만 공간 내에 공존하는 빗물질적인 영역의 항상성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작가는 일상의 것을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까하는 태도를 가장 중시한다고 한다. 시각적인 작품들이 어린 예술가들을 현혹시키는 가운데 그들의 다채로운 감각들을 새로이 깨울 수 있는 전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시는 아르코 미술관 2층에 위치한 제 2 전시실에서 5월 28일 개막 후 8월 9일까지 진행된다. 미술관의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7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또한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인 6월 24일 (수), 7월 29일(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