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디아티스트

청춘이 아름답다고? (Trainspotting)

   

ⓒ 영화 Trainspotting 포스터

[THE ARTIST MAGAZINE = 안영규] “인생을 선택하라. 직업을 선택하라. 미래를 선택하라… 왜 내가 그런걸 선택해야 하지?” 1996년 대니 보일 감독의 명작 트레인스포팅의 오프닝 라인이다. 

 그 동안 ‘마약’ 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영화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 중 대부분이 관객과 대중들에게 굉장히 편리하고 보편적인 도덕적 개념과 ‘책임감’ 의 메세지를 던져주는 영화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원작 소설 트레인스포팅을 집필한 스코틀랜드의 작가 어빈 웰시나, 원작을 영화화 한 대니 보일 감독에게서 그러한 부분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영화 Trainspotting 스틸컷

 기본적으로 영화는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딘버러 속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청춘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인가? 희망, 사랑, 용기, 미래? 잠깐, 우리는 여기서 조금 더 솔직해져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실제로도 청춘이 그렇게 아름답고 찬란히 빛나기만 하는 존재일까? 그 아이러니한 단어 속 숨겨진 방황, 절망, 슬픔, 실패, 상처, 쾌락 등 또한 엄연한 청춘의 한 이면이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삶은 후자에 더 가깝다. 그리고 너무나 솔직하고 아프며 동시에 아름답게까지 이들의 모습을 담고있다.

   

ⓒ 영화 Trainspotting 스틸컷

 영화에는 5명의 메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마약을 끊으려 발버둥을 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마는 렌튼, 그런 그와 함께 마약을 공유하며 삶의 대한 잘난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식 보이, 조금은 덜 떨어진 듯 멍청하고 헤로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스퍼드, 마약을 하지는 않지만 술과 폭력에 찌든 벡비, 마지막으로 이들 넷 과는 다르게 운동을 하며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는 토미. 이 모두가 향유하는 그들만의 타락적 청춘을 살펴보자.

   

ⓒ 영화 Trainspotting 스틸컷

 ‘막장’ 이라는 이름의 바다를 헤엄치는 이들의 일상. 렌튼은 마약을 끊겠다고 결심하지만 금단현상에 시달리게 되고 마약을 찾아 변기 속을 헤엄치는 환상 까지 경험한다. 마약과 섹스가 이미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변모한 삶을 사는 식 보이는 그러한 렌튼의 모습을 비웃는다. 스퍼드는 코카인을 잔뜩 흡입한 채 어느 회사의 면접을 보고 있고 벡비는 술과 폭력에서 벗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친구들 중 가장 정상적으로 보이는 토미는 여자친구와의 성관계를 촬영하는 것을 즐긴다. 변태 같다고? 아이러니 하게도 마약과 알콜중독, 폭력이 일상인 친구들에 비하면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결국 캐릭터 모두가 본인들 만의 문제와 고민들을 가지고 무언가에 하나씩 깊게 중독 되어있으며 이것은 마치 현대인들의 초상같다.

   

ⓒ 영화 Trainspotting 스틸컷

 토미는 여자친구가 떠나 버린 충격에 결국 마약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는 결국 토미를 죽음으로 이끌고 만다. 친구의 죽음에 렌튼은 이런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굳은 마음을 먹고 런던으로 가 취업을 하게 되지만 그의 친구들을 그를 다시 찾아오고 그에게 마약 거래를 하자고 제안한다. 결국 그렇게 다시 모인 그들은 마약을 거래 하는데 성공하고 엄청난 돈을 손에 쥐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모두가 잠에 든 사이 렌튼은 돈 가방을 들고 몰래 방을 빠져나온다. 

   

ⓒ 영화 Trainspotting 스틸컷

“왜 그랬냐고? 이유야 많지만 다 오답이다.”

“정답은 ‘난 나쁜 놈이니까.’”

“이제부터 당신처럼 살 것이다.”

 이때 지극히 평범한 삶을 꿈꿔온 렌튼은 마지막 독백을 남기며 영화를 마무리한다. 그렇다. 우습게도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볼 수 있는 렌튼의 행위로 인해 우리는 마침내 ‘선택’ 의 대한 결과를 볼 수 있다. 클리셰한 도덕적 가치에서 벗어난, 이 얼마나 유쾌한 ‘선택’ 인가!

   

ⓒ 영화 Trainspotting 스틸컷

 이 영화를 명작으로 만든 것은 단순 멋진 영상미와 원작의 탄탄함 뿐 만은 아닐 것이다. 대니 보일 감독은 당시 90년대 영국에서 성행하던 ‘브릿팝’ 음악들을 도입하여 영화 속 모든 시퀀스를 더욱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해 내는데 성공하였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편집 감독인 미사히로 히라쿠보의 편집으로 관객들은 독특하고 흥미로운 장면들을 볼 수 있다. 렌튼과 스퍼드가 마주앉아 셰이크를 함께 먹는 장면을 살펴보자. ‘어째서 셰이크를 먹는 장면에 이렇게 빠른 리듬의 편집을 할까?’ 라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기가 막힐 정도의 빠른 편집이다. (3초간 7컷이 지나간다!) 우선 텍스트적 의미를 살펴 본다면, 셰이크를 주문하여 단숨에 빨아먹는 장면은 이들의 ‘갈증’ 을 간접적으로 의미한다. 마약을 끊고 취직을 하여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이들의 ‘삶의 갈증’ 을 3초에 7컷이나 집어 넣는 빠른 편집으로 표현한다. 이들의 삶 역시 정신없이 흘러가는 빨리감기 버튼과 같지 않은가. 하루 빨리 마약을 끊지 않으면 순식간에 사라진 그들의 쉐이크 처럼 인생 역시 손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 버릴 것이다. 나는 바로 이 장면이 영화의 전체적 흐름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단숨에 들이켜 버린 셰이크와 자신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마약을 복용한 채 면접에 들어가는 그들. 렌튼은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라고 아주 당당히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들의 삶에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기 이전에 모든 선택과 결과는 이미 정해져 버린 것 일지도 모른다. 절제력이 부족한 청춘의 ‘선택의 문제’ 에 대하여 또 다른 고민을 해본다. 

   

ⓒ 영화 Trainspotting 스틸컷

 트레인스포팅은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이 거침없이 즐기는 마약, 섹스 폭력의 일상을 스타일리시한 영화로 살려내어 방황하던 90년대의 젊은이들을, 더불어 현대의 청춘들을 열광 시키기에 충분한 영화라고 본다. 영화에서 마약이 ‘멋진 취향’ 으로 묘사 되고 있지는 않지만 동시에 감독과 원작자는 그 어떠한 도덕적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득 안고 사는 모든 청춘들이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그들과 결코 다를 바 없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알 수 없는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청춘? 젠장, 아름답고도 너무 아픈 단어이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