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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이 곳, 루체른(Luzern)

[디아티스트매거진=강규일] 스위스에 대해 내가 가져왔던 감정은 이랬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중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 4시에 열렸던 스위스 전. 우리에게 오프사이드 논란과 뼈아픈 패배를 한꺼번에 안겨주며 엄청난 충격을 선사해준 나라. 또 한가지는 알프스산과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하며 시계도 잘 만드는 환상 속의 나라. 극단적인 2가지의 느낌. 당연하지만 스위스를 여행하게 될 관광객으로서 그 순간만큼은 후자의 느낌이 더 컸다. 내게 루체른은 유럽 최고의 정상이라 불리우는 융프라우에 가기 위한 경유지 같은 곳이었다. 나중에 느끼게 되었지만 경유지라 하기에 이 곳이 안겨주었던 “평화로움”은 따뜻했고 신선했다.

스위스 루체른

스위스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스위스 최대의 관광지이자 휴양지이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위스 루체른의 지도를 깔고보니, 영국 런던에 비해 굉장히 가벼운 느낌이었다. 여기저기 볼거리가 널려있는 런던의 복잡함과 한적한 분위기의 스위스를 상상해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 취리히 공항에서

비행기에서 내린 순간 ‘아, 여기가 스위스 취리히’구나… 라고 느껴볼 겨를도 없이, 취리히에서 루체른으로 가기 위한 SBB 열차 플랫폼을 향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부랴부랴 이동했다. 16시 47분에 예약한 기차는 오차없이 16시 47분에 도착했다. SBB 열차로 대략 1시간 가량은 들어가야 루체른에 도착하게 된다. 아무것도 없이 조용할 줄 알았던 루체른역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루체른 호수의 로이스 강 주변으로 수많은 레스토랑의 테이블이 놓여있고 사람들이 맥주와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여유가 느껴졌다. 여행 책마다 루체른의 대표 상징이라며 표시된 “카펠교”가 우리를 반겼다. 카펠교는 1,333년에 놓여진 다리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 길이만 200미터에 달하며 루체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팔각형 형태의 탑은 등대를 겸한 방위탑으로 위급 시에 시민들에게 경종을 울린다고 한다. 이 곳에서 찍은 사진은 루체른 방문을 인증하는 용도라고도 할 수 있겠다.
 

   
▲ 로이스강과 카펠교

울퉁불퉁한 바닥 위에서 드르륵드르륵 캐리어를 굴려 구시가지에 자리잡은 숙소에 도착했다. 살짝 더운 느낌이 들어 오자마자 창문을 열었다. 저 멀리 설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이국적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여행 다큐멘터리에서나 볼법한 스위스만의 느낌이 가슴 속으로 스며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레스토랑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로이스 강 위에는 백조와 오리가 여유롭게 떠다니는 모습을 보니 복잡했던 서울에서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로이스 강 바로 옆 레스토랑에 앉아 시원한 바람과 여유를 느끼며 스위스에서의 첫 음식을 먹었다. 들었던대로 가격은 비싸지만 돈 몇푼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평화롭다”라는 말이 입에서 툭 튀어나올 정도로 저절로 힐링이 되는듯 했다. 저 멀리 눈으로 뒤덮인 설산이 보이고 카펠교와 레스토랑의 아름다운 불빛이 조화를 이루었다. 저녁 5시면 상점들이 문을 닫고 밤 10시가 되기도 전에 거리에 즐비했던 사람들은 내일을 기약하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창문에서 불어오는 밤공기가 아주 쾌적했다.

   
▲ 호텔에서 내려다본 루체른 구시가지 모습
   
▲ 어둑해진 루체른 구시가지

리기(Rigi)
루체른에 온 이유 중 하나는 “산들의 여왕”이라 불리우는 “리기산”에 가기 위함이었다. 해발 1천797미터의 리기는 트레킹 하기 좋고 스위스인들도 많이 찾는 곳으로 아름다운 절경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루체른 주변에는 리기산 말고도 필라투스와 티틀리스라는 유명한 산이 있다. 해발 2천132미터의 필라투스(Pilatus)는 유령과 용의 전설이 전해진다고 해서 “악마의 산”이라 불리운다고 한다. 티틀리스(Titlis)는 해발 3천239미터로 루체른 주변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 루체른 호수를 이동하는 유람선

루체른 역 바로 앞에 루체른 호수의 주변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대략 50분이라는 시간동안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고 눈으로 느끼면 비츠나우(Vitznau) 선착장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리기 정상에 데려다줄 “리기반(Rigi-Bahn)”을 탈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융프라우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 존재한다. 리기반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열차로 100년이 넘었는데도 가파른 경사를 오르고 오차 없이 정확한 시간에 이동하며 심지어 안전하기까지 하다. 50분 가량 천천히 정상으로 이동하는 이 열차는 톱니바퀴의 힘으로 움직인다. 

   
▲ 리기산 정상에서 보이는 설산들
   
▲ 리기산 정상에서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를 느끼면 어느 새 리기 정상이다. 얼마 전 내렸을 법한 눈이 쌓여있는 리기 정상에서는 손을 뻗으면 닿을듯한 설산들이 보인다.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과 시원한 공기를 허락해준 것은 이 곳의 “여왕”이 허락해준 선물이 아니었을까? 루체른이 선사해준 아름다움과 평화로움 모두 말이다. 콧 속으로 스며드는 깨끗한 공기가 그동안 찌들었던 가슴 속을 정화해주는 느낌마저도 감사하다.
 

   
▲ 루체른의 아름다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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