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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것, 꿈이 있다는 것

[디아티스트매거진=감지나]  살면서 누구나 꿈을 꾼다. 누군가는 더 먼 곳을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더 높은 곳에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거리와 높이를 판단할 때, 어디를 시작점으로 하고 있을까. 지금 현재 나의 자리일까, 아니면 과거의 어느 위치일까.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꿈을 이루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디쯤 다다르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 <왈츠 포 모니카> 국내 영화포스터

스웨덴 영화 <왈츠 포 모니카 Waltz for Monica, 2013>는 유쾌하거나 아름답지 않다.

영화는 꿈을 꾸며 살아가는 개인의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혹자는 영화가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으며, 미국의 여느 뮤지컬 영화들처럼 장면이 화려하거나 내용이 선명하지도 않다. 하지만 주인공 모니카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기에, 너무나 특별하다. 늘 꿈을 꾸면서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처럼. 시골마을에서 미혼모라는 딱지를 달고 있지만, 그녀는 세계적인 재즈 가수가 되리라는 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한없이 슬프고 따뜻한 그녀의 목소리에 점점 빠져든다. 마치 잠시 동안이라도 다른 세상으로 가보자, 재촉하듯이.

   
▲ ⓒ 빌 에반스와 모니카 제틀런드. 1964년 음반

영화는 실제 스웨덴 재즈가수인 모니카 제틀런드(Monica Zetterlund 1937-2005)의 생애를 바탕으로 한다. 그녀는 미국의 재즈곡들을 스웨덴어로 바꿔 부르며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1967년 빌 에반스(Bill Evans)와 작업한 ‘왈츠 포 데비’(Waltz for Debby)라는 곡으로 세계적 가수로 발돋움 한다. 그러나 척추 측만증으로 고생하던 그녀는 결국 1999년에 무대를 떠나며, 휠체어로 생활하다 2005년 자택에서 일어난 화재로 사망하였다. 사후에도 그녀의 음악은 스웨덴의 민족적 소울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설적인 존재로 남아있다. 이처럼 그녀의 인생은 스웨덴 청중들에게 깊은 사랑과 연민을 일으켰지만, 정작 모니카 자신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었다. 이 영화의 감독인 페르 플라이(Per Fly)는 모니카의 이야기를 각색하기로 했을 때, 이 영화에는 그녀의 인생처럼  “운명의 현대적 딜레마”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 ⓒ 왈츠 포 모니카 (모니카와 빌고트)

“넌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가지려고만 하지

…넌 항상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만족했어.”

-벵트 (모니카의 아버지)

끝없이 모든 이들에게서 사랑받으려는 모니카를 향한 아버지의 질책, 그의 말은 영화를 보는 내내 속을 뒤틀리게 한다. 당장 꿈을 꾸고 있는 내게 하는 말 같아서. 그의 질책은 분명 모니카에 대한 부모의 염려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그녀의 목소리에 취해 있을 때면 또다시 그의 질책이 따라온다. 일부러 우리의 꿈을 깨우려는 현실의 목소리처럼. 사실 색소폰 연주자의 길을 끝까지 가지 않았던 아버지에게, 꿈은 신기루 같은 것이다. 그의 상처에서 비롯된 충고는 어쩌면 너무 보편적이어서 더 따갑다. 꿈이라고 해봤자, 수도 없이 사랑에 빠지고 술에 취하며 딸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모니카의 타락처럼 허황해 보인다.

하지만 모니카가 모든 것을 잃고 생을 포기할 때, 음악은 여전히 그녀의 곁에 머무른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 그토록 소원했던 빌 에반스와 뉴욕공연을 성공한 것이다. 단 한 번도 모니카의 노래를 듣지 않았던 아버지는 감동의 눈물을 훔친다. 모니카가 아버지에게 해준 것, 이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꿈이 언제나 옆에 있었다는 현실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란 없다. 다만 볼 수 있는 감각과 보고야 말겠다는 용기가 필요할 뿐.

   
▲ ⓒ 왈츠 포 모니카

“하그포스는 이 넓은 세상의 작은 점일 뿐이야.”

-모니카 (딸 에바레나에게)

이 순간 당신을 좇아오는 꿈은 무엇인가. 아직도 그것이 나를 사로잡고 괴롭힌다면 과감히 그 일을 사랑해보자. 지금 그럴 수 없다고 한들 어떠리. 모니카에게 새로운 왈츠가 다가오듯, 꿈은 또다시 우리를 찾아 올 것이다. 다가 올 여름의 향기처럼. 적어도 우리가 살아 있다면 말이다.

   
▲ ⓒ 왈츠 포 모니카 (모니카와 스투레)

“단순하고 사랑스러운 달콤한 리듬

그것이 제 왈츠의 멜로디고 제 왈츠의 꿈이에요 꿈속의 노래죠

서서히 아침이 밝아오고 창문으로 빛이 스며들면 집안에 빛을 수놓아요

바로 그날 그 아름다운 날 나는 알게 됐어요

내게로 온 왈츠 멜로디..”

-Waltz for Debby 중-

모니카의 노래는 매순간 꿈 속 같다.

영화 속에는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들과, 그녀의 인생이 담긴 재즈의 선율이 교차한다.

무대 위와 그 아래, 어느 쪽을 모니카의 진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재즈와 사랑, 그 모든 것이 모니카에게 꿈이자 유일하게 리얼한 것이다. 노래를 할 때, 사랑하는 대상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그녀는 숨을 쉴 수 있다. 그것이 일순간 환각상태에 빠진 듯 보여도, 때론 그러한 열정과 희망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다.

   
▲ ⓒ 왈츠 포 모니카 (스웨덴어로 재즈를 불러보는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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