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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다시 만나도 당신과 사랑할 수 있다면.

   
▲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은서형]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바깥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면서 동시에 내 안을 바라보는 눈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물론, 자기성찰 적인 면에서 성숙해졌으니 당연 좋은 쪽으로 말이다. 내 안의 수많은 감정, 수없이 뒤엉키고 혼재되어있는 생각을 보다보면,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노래마디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 중, 지금도 또 앞으로도 가장 인상적일 감정은 당연 ‘사랑’ 이다. ‘사랑’은 참으로 무섭다. 하는 사람을 약하고 무력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용기를 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이해할 수 없는 ‘블랙홀’처럼 느껴지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사랑’을 대할 땐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함부로 하고, 함부로 그것을 ‘사랑’이라 불러선 안된다. 혜민스님의 말처럼 책임지지도 못할 감정을 두고 ‘사랑’이라고 불러선 안된다는 것이다.

사랑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을 할 때도, 받아들일 때도 그렇지만 두 사람의 사이를 이어주는 이 유리같은 감정을 지킬 때도 용기를 필요로 한다. 지키는 것은 시작하는 것만큼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사랑을 꿈꾸니 참으로 묘하잖은가. 여기 우리에게 사랑을 위한 용기를 보여주는 ‘비의 계절’에서 온 한 여인이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용기를 낸 여인, ‘미호’이다.

   
 

“비의 계절이 되면 만나러올게.”

​스물여덟, 아들 ‘유우지’를 낳다 남편과 아들을 두고 하늘로 가버린 엄마 ‘미호’가 아들 동화책에 “비의 계절이 되면 만나러올게.” 란 말대로 일년 뒤,’비의 계절’ 여름에 하늘에서 비와 함께 내려왔다. 거짓말처럼 남편 ‘타쿠미’와 아들 ‘유우지’ 앞에 나타난 ‘미호’. 사실 그녀는 스무살 교통사고가 났을 때 거짓말처럼 9년의 시간 여행을 한 것이다. 즉, 스무살 미호가 잠시 스물아홉살 미호로 비가 오는 6주동안 지내고 ‘비의 계절’이 끝나고 다시 스무살 미호로 돌아간 것이다. 말 그대로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낸 미호. 자신의 미래에 만날 가족 그리고 자신의 죽음까지 보고 돌아온 그녀는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타쿠미’를 선택하지 않으면 꽃다운 나이 28에 눈을 감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택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타쿠미와 아들 유우지가 없는 긴 인생을 사느니 자신이 젊은 나이에 죽는대도 그들이 있는 인생이 훨씬 가치가 있다면서 말이다.

   
 

남편 ‘타쿠미’가 의사선생님께 ‘비의 계절’에 온 ‘미호’ 얘기를 털어놓으니 의사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세상에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만나게 되면 반드시 사랑하게 되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다시 만나도..”  요즘 사랑을 보면 참 흔하다. ‘사랑’에 대한 노래는 넘쳐 흐르고 사람들은 “사랑해”라고 쉽게 말하며 이것이 현대식 사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사랑’이라면 왜 우린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에 또 빠지고 싶어하며 사랑에 굶주려할까? 요즘 사랑에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만 있다. 사랑에 계산, 불안 등의 ‘기타 감정’이 들어가 있다. 이 영화에서 ‘미호’가 보여준 ‘그럼에도 나는 너를 택한다.’ 라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몸을 던져버리는’ 사랑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을 해도, ‘나 사랑 좀 한다.’ 라는 깊은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많은 것이 차고 넘쳐 흐르는 풍족한 사회지만 정작 인간적인 감정이 부재하는 시대에 인간을 의미있게 하는 감정 ‘사랑’의 가치를 되새겨볼만한 아름다운 영화였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충실함’이다. 엔딩씬을 노오랗게 수놓은 해바라기에 뒤덮인 영화속 연인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충실할’ 단 한사람과 ‘인간적인’ 사랑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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