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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버지는 가야 된다.

   
▲ 영화 <약장수> 포스터

‘..위에서 짓눌러도 티 낼 수도 없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와도 피할 수 없네

무섭네 세상 도망가고 싶네

젠장 그래도 참고 있네 맨날

아무것도 모른 채 내 품에서 뒹굴거리는

새끼들의 장난 때문에 나는 산다

힘들어도 간다 여보 얘들아 아빠 출근한다 ..’

​

– 싸이의 ‘아버지’ 中​

[디아티스트매거진=은서형] 요즘 한국영화계에 고독한 ‘부성애(父性愛)’ 바람이 분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90년대까지 한국의 ‘고속성장’ 그 뒤에 있던 한 가장(家長)의 가족을 위한 희생과 눈물을 보여준 영화 ‘국제시장’, 11년간 키워놓고보니 남의 자식을 키웠다는걸 알게 되나 정작 그 자식이 아플 때 자신의 피를 팔아서라도 병원비를 마련하고자 하는 피보다 진한 부성애를 느낄 수 있떤 중국 ‘위화’작가의 원작을 다룬 영화 ‘허삼관 매혈기’ 등 같은 부모의 사랑이지만 어머니의 느낌과 조금은 다른 당신께서 표현은 안하시더라도 느낄 수 있는 진하고 고독한 부성애를 느낄 수 있는 영화들이 개봉되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관객들의 눈물을 적셨다. 그리고 여기 이 대열에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하여 이른바 ‘떴다방’에 발을 들인 가장(家長)을 그린 영화, ‘약장수’가 있다.

   
▲ 영화 <약장수> 스틸컷

대리운전, 일용직 등을 전전하던 ‘일범'(김인권 役)은 무슨 일을 하든 ‘신용불량자’라는 딱지 때문에 번번히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다. 아픈 딸과 아내를 먹여 살려야 하는 집안의 가장인 그는 그러다 한 친구의 소개로 어머니들에게 각종 건강식품과 생활용품을 파는 홍보관 ‘떴다방’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는 가고 싶지 않다. 아무리 돈이 급하다고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분들의 돈을 떼먹는다는게 영 찝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가야만 한다. 친구의 말대로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년이나 밀린 집세때문에 방을 빼달라는 주인의 독촉, 쌀은 떨어져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집구석’과 근심걱정에 애태우는 아내, 병 때문에 늘 코피를 흘리는 어린 딸이 겹쳐지면 그는 내쉬었던 한숨을 다시 들이쉬면서 숨을 가다듬고 ‘떴다방’의 문을 열 수 밖에 없다.

   
▲ 영화 <약장수> 스틸컷
   
▲ 영화 <약장수>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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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식보다 낫지.

 세상에 어떤 자식이 매일 엄마한테 노래 부르고 재롱 떨어줘?”

홍보관 점장 ‘철중'(박철민 役)은 말한다. “우리가 자식보다 낫지. 세상에 어떤 자식이 매일 엄마한테 노래 부르고 재롱 떨어줘?” 라며 의심의 눈초리로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일범’에게 말한다. 찾아오기는 커녕 다 큰 자식들은 자기 일 보느라 바빠 연락 한 통 없어 외로운 부모들은 갈 곳이 없다. 외롭다. 고독하다. 그러나 자식에게 아쉬운 소리는 못한다. 괜한 소리 내비치긴 싫은게 또 부모 맘 아닌가. 그래서 오늘도 부모들은 아쉬운 소리는 속으로 삭히며 고독의 응어리를 가슴에 묻는다. 하루 평균 4.7명의 노인들이 ‘고독사’를 한다는 한국사회에서 ‘철중’은 우리가 그들의 자식 대신 재밌게 놀아드리며 기분 좋게 해드리니 이상한 생각말고 처자식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하라며 ‘일범’을 격려한다.

   
▲ 영화 <약장수> 스틸컷

​”우리 노인네들이랑 놀아줘서 고마워요…”

외로움에 갈 곳이 없어 이곳을 찾는다는 그들이 “어머니”라고 부르는 할머니들. 이곳을 찾는 분 중에 검사아들(조민기 役)을 둔 ‘옥님’엄마(이주실 役)가 있다. 홀로 외로이 이웃집 손녀를 봐주며 소일하던 그녀는 친구의 말에 이곳을 찾게되고 모처럼 “엄마”하며 재롱을 부리는 아들뻘의 그들 덕분에 웃음을 찾게 되고 박수도 치며 그들이 주는 선물도 받아가는 재미에 빠져 즐겁게 보낸다. 자신의 자식보다 살갑게 대해주는 그들. 매일같이 얼굴보며 손 꼭 붙잡고 “엄마” 라며 해주는 그들이 소위 말하는 ‘약장수들’이란걸 어머니들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속아준다. 그들은 갈 곳 없고 정 붙여 말할 곳 없는 노인들의 가슴 속 빈틈을 메워준 어머니들에게 자기 자식들보다 더 고마운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하여, 그동안 자기 자식처럼 즐겁게 놀아준 그들이  “엄마, 나 좀 도와줘.” 라며 손에 물건을 쥐어줄 때 냉혹하게 뿌리칠 수가 없어 사게 되고 장롱에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두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이들의 얄팍했던 지갑은 더욱 얄팍해지며 점차 빚도 늘어만 간다.

   
▲ 영화 <약장수> 스틸컷
   
▲ 영화 <약장수> 스틸컷

​”돈이 사람을 속이지 사람이 속이는거 아니다.

처자식 살리고 싶으면 똑바로 해”

재밌게 놀아줬던 소위 ‘아들’ 놀음을 했던 그들이나 그렇게 극진하게 모셨던 ‘어머니’들이 수금을 안해줄 땐 바로 태도가 돌변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던가. 눈깜짝할 사이에 재미나게 놀던 곳에서 빚더미에 앉고만 할머니들이 발길을 끊으면 ‘철중’은 집까지 찾아가 ‘돈이 없다’는 어머니에게 욕설을 하고 며느리가 줬다던 반지마저 빼오고 ‘일범’은 그런 ‘철중’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갈등을 한다. 자신의 생계도 막막하지만 낙 없이 살던 자신의 어머니들과도 같은 분들에게 돌연 위협을 가하는 모습에서 갈등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일범’을 보고 ‘철중’은 말한다. “돈이 사람을 속이지 사람이 속이는 것 아니다. 처자식 살리고 싶으면 똑바로 해.”

이 영화는 상기(上記)했던 두 영화 <국제시장>, <허삼관 매혈기>와 다르게 ‘부성애’와 더불어 외로움을 달래러 ‘떴다방’에 급기야 발을 들이는 현대 노인의 ‘고독’을 다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자식 키워봤자 소용 없어.” 란 말대로 뼈빠지게 애써 키운 자식들은 제 살 길 바빠 부모를 등한시하여 부모는 외롭다. 외로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얘기를 자식들에게 할 수도 없다. 하여, 그들은 ‘떴다방’을 찾는다.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러 “어머니”라며 (돈만 있다면) 극진하게 모시는 그들이 좋아서 찾는다. 그들이 ‘약장수’란 걸 알면서 찾는다. 그러다 할머니들은 빚더미에 오르고 ‘자식들’과도 같던 그들에게 ‘협박’을 당하게 되고 친자식들에게 ‘윽박’을 당하게 된다. 기댈 곳 없는 노년기에 그들이 ‘노년의 고독’때문에 한 귀퉁이에 몰리게 되다니 참 눈물나는 일이 아닌가.

 자신의 생계도 막막한 한 집안의 家長 ‘일범’, 그러나 살기 위해서 자신의 어머니세대인 ‘옥님’에게 협박이라도 해서 수금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그는 조용히 운다. ‘어머니들’을 웃기면서도 ‘자신’은 운다. 더러워서 다신 못할 일이지만 그래도 처자식 먹여살려야 하기에 다시 더럽다고 생각하는 그 곳으로 간다.  이것이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우리네 아버지들이, 가장이 겪어야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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