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 매거진=김진아]
탕웨이, 그녀의 황금시대
-욕망을 금지당한 늦가을의 황금시대
한국이 유난히 사랑하는 여배우 탕웨이는 작년 7월 한국의 김태용 감독과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리고 분당댁이 되었다. 이토록 매려적인 여배우가 한국으로 시집 온 것은 마치 내 친오빠의 부인이 되어 나의 올케가 된 것만큼이나 설레는 일이었다. 혹시나 허위정보를 꿈을 통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몇 번이고 인터넷 검색으로 그 사실을 확인했다.
그녀를 처음 접한 영화는 단연 <색,계>(2007)이다. 실제 정사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과감했던 그녀의 연기는 한순간에 나를 사로잡았고 이후에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검색하여 찾아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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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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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대한 경고, <색,계>
민낯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배우는 드물 것이다. 그녀의 모든 영화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고급스럽고 우아한 멋이 베어나오는 역할들 뿐이다. 특히 이 영화 <색,계>는 영화 초반의 여대생의 모습에서 1942년의 모던걸의 모습까지 탕웨이의 매력을 숨김없이 보여준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팜므파탈의 모습으로 친일파 미스터 이(양조위)를 유혹해야 했던 왕치아즈(탕웨이)의 모습은 임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여느 애국심 짙은 조직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녀가 서서히 미스터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같은 화장과 같은 옷을 입고 미스터이 앞에 서도 그녀는 이미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이 영화 <색,계>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실제 논란을 불사할 정도의 수위 높은 정사신과 가감 없는 탕웨이의 노출 연기로 많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영화였다. 그리고 욕망, 욕정에 관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이다. 이렇게 늘어놓은 사실로만 본다면 이 영화는 탕웨이가 벗는 야한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 이안 감독과 중국 최고의 로맨티시스트 양조위가 함께 만들어낸 최고의 로맨스 영화임에 틀림없다. 극중의 미스터이를 위해 자신의 조직원들을 배신하고 자신의 목숨과 맞바꾼 지극한 사랑은 처형대로 끌려가는 그녀의 눈빛 속에 애잔하게 남아있다. 이 영화는 제목대로 욕망, 욕정, 경고 그러니까 욕망에 대한 경고라기보다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한 경고라고 표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탕웨이는 그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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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영화 | ||
그해 늦가을의 탕웨이, <만추>
현빈이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으로 상승세를 타고 김태용 감독의 <만추>(2010)로 정점을 찍었다. 중국에서 첫 주 만에 모든 한국영화를 제치고 흥행스코어를 기록한 영화로 남아 있다. 그만큼 <색,계>로 다져진 탕웨이에 대한 보증과 한류스타의 대열에 선 현빈의 좋은 합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한국에서의 부진은 두 스타배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씁쓸한 결과를 낳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만희 감독의 <만추>(1966)의 명예를 얹고 가는 것에 비하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탕웨이는 이 작품으로 사랑도 얻고-김태용감독을 만나며- 중화권의 여배우로-그 전에도 그러했지만- <색,계> 이후로 완벽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김태용 감독의 <만추>의 배경은 시애틀이다. 수십 년이 지난 작품에 대한 현대식 재해석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심지어 미국의 한 도시에서 한국남자와 중국여자가 국경도 언어도 없이 단 몇일 만에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매력적인 도발이다. 안개가 자욱한 낯선 시애틀의 배경은 익숙한 배우의 모습과 묘하게 어우러져 그 매력을 배가 시켰다. 무심한 듯 무관한 듯 보이는 극 중의 애나(탕웨이)가 훈(현빈)에게 보이는 알듯 말듯한 미소는 진심으로 그녀의 깊이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꼭 애나가 처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플래시백이 없더라도 그녀의 눈빛과 미소에서 풍기는 깊이 만으로도 충분히 그녀가 감내하는 고통에 대해 읽을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도 탕웨이는 민낯으로 대면한다. 그녀의 자신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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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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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황금시대는? <황금시대>
샤오홍이라는 중국의 여류 작가의 전기를 다루는 영화 <황금시대>(2014). 10년동안 100편의 작품을 만들어낸 천재 작가의 모습을 연기했다. 이 영화에서 탕웨이는 사랑과 자유를 쫓고 외로움을 극복하려 애쓰는 비운의 여주인공을 연기했다. 샤오홍이라는 실제 인물의 천재성에 대해 연기하는 와중에도 앞서 말한 영화에서처럼 사랑에 대한 깊이가 묻어 있었다. 절묘하게 <색,계>와 시대가 비슷했지만 이 영화에서 탕웨이는 조금의 화려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고달프고 힘든 생에서 만들어내는 작품에 집중할 정도의 모습만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조차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빗지 않은 머리, 차려입지 않은 수수한 옷차림, 줄곧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피는 담배, 임신한 모습등 어느 것 하나 그녀의 인생처럼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다. 이 영화는 그녀의 기록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나갔는데 그녀를 기억하는 같은 문학인들의 표현들이 매력적이다. “동그란 얼굴을 가리는 길게 늘어뜨린 머리…”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대사는 이것이다.
“그 순간 나는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느꼈다. 계절도 바뀌고 있었고 사람도 변하고 있었다. 내가 갖고 있던 생각과 감정도 변하고 있었다. 내 눈앞에 나타난 건 내가 알고 지낸 사람 중에 가장 아름다움 여자였다.”
샤오쥔(풍소봉)이 그녀의 재능을 보고 그녀에게 반하는 장면의 나레이션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면에는 헝크러진 머리와 수척한 얼굴로 응시하는 샤오홍(탕웨이)의 클로즈업된 얼굴이 있다.
<황금시대>의 샤오홍은 <색,계>에서 처럼 색(色)을 뿜어 내지도 않고 <만추>에서 처럼 무심과 무관의 매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시종일관 삶에 대한 이유를 억지로 찾으며 하루하루 외롭게 살아가는 표정들 뿐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탕웨이,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어떠한 곳에서도 억지로 매력을 뿜어내려 노력하지 않는다. 다만의 미소와 상냥한 말투로 그녀는 모든 것을 아우른다.
영화 <황금시대>에서 샤오홍은 일본으로 글을 쓰러 갔을 당시 예전처럼 여관방을 전전하지 않고 잘 곳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좋은 그 시기를 ‘황금시대일까’라고 스스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영화 말미까지 그녀에게 황금시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몇 차례 실패한 사랑, 두 번이나 잃은 아이, 전쟁 중에 쓸쓸히 죽어간 그녀의 최후까지 그녀는 한번도 그녀 자신의 황금시대를 겪은 적이 없었다. 적어도 영화에서의 샤오홍은 그러했다.
그러나 매순간 사랑의 절정과 아픔, 슬픔의 모든 깊이를 표현해내는, 그러니까 늘 극중에서 고독한 사랑과 싸워야 하는 탕웨이지만 그녀의 인생의 황금시대는 이미 시작 되었고 웬만해선 그 황금시대가 멈추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