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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Not Me, This is just Disease.”

   
▲ 영화 <스틸 앨리스>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은서형] 지난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를 비롯한 3대 국제 영화제에 이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줄리안 무어에게 안겨주며 더욱 기대를 모은 작품으로 알츠하이머를 앓게 되며 점차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나 동시에 자신의 삶을 지키려는 한 여성 ‘앨리스’를 차분하게 그린 영화 <스틸 앨리스>.

“저는 초기 알츠하이머를 앓는 사람입니다.
전 매일 잃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내가 소중히 지켜온 ‘나의 것’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하나씩 나를 떠나간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내 삶을 이루는 근간이었던 나의 기억들이 하나씩 내 머리에서 빠져나가며 점점 나 자체가 백지(白紙) 가 되어가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견디기 힘들다. 극 중,’앨리스’는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에 걸리며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런 변화를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대학에서는 인정받는 언어학 교수로, 가정에서는 사랑 받는 아내 그리고 어머니로 살며 일과 가정에서 행복을 누리며 자신이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 주인공 ‘앨리스'(줄리안 무어 役). 그러다 어느날 늘 잘해오던 강의에서 ‘단어’를 갑자기 잃어버리고 늘 다니던 대학 교정에서 길을 잃는 등 평소와 달리 이상증세를 보여 몰래 병원을 찾은 그녀는 의사로부터 ‘알츠하이머’ 라는 진단을 받게 되고 이후 가족 파티에서 아들이 데려온 여자친구에게 두번이나 자기소개를 하는 등 ​가족 앞에서도 이상 증세를 보이게 된 ‘앨리스’는 결국 가족에게 자신이’초기 알츠하이머 증세’임을 밝히게 된다.​

   
▲ 영화 <스틸 앨리스> 포토

“난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다고.

내 두뇌가 죽어가고 있단 말이야.

내가 평생동안 일해오던 것들이 떠나가고 있다고.”

여태까지 완벽하게 써온 듯한 내 인생에서 하나씩 페이지가 뜯겨나가는 듯한 기분이란 무엇일까?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페이지가 하나씩 서서히 찢겨지며 공중으로 흩어지지만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어.’ 라고 자신에게 말할 수 밖에 없는 기분이란. 극 중, 그녀의 막내딸 ‘리디아'(크리스틴 스튜어트 役)가 ‘알츠하이머에 걸린건 어떤 기분이야?’​ 라고 물으니 그녀는 답한다. ‘오늘과 내일의 나는 다르고 오늘 중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다른 나이기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 그저 자신의 변화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라고. 특히 언어학자로 살아온 그녀가, 자신의 지적능력과 자신이 구사하는 언어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던 그녀가 ‘언어’를 매일같이 상실한다는 건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참혹하게 ‘그녀의 세상’을 끝내버리는 일임에 틀림없다. ‘알츠하이머’란 병은 잔인하다. 점진적으로 서서히 진행되며 기억력, 인지능력, 시공간지남력(시공간을 알아보는 능력), 일상생활수행능력, 신체기능력 과 같은 기능들을 하나씩 상실하게 만들어 결국엔 인간이 가진 모든 기능을 마비시킨다. 병이란 것이 그렇다. 병은 인간을 잠식시켜 무능하고 초췌하게 만들어버린다. 결국 그녀가 힘들게 써논 ‘인생’이란 책의 페이지도 전부 뜯겨나갈것이다. 그녀의 살갗과 같은 겉표지만 남고 속은 전부 뜯겨나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수 있음을 알기에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에 굴하지 않는다. 그녀는 ‘나는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나는 싸우는 것이다.(I’m Not Suffering, I’m Fighting.’) 이라고 용기있게 말한다.

   
▲ 영화 <스틸 앨리스> 포토

“이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단지 우리의 병이지요.”

병에 걸린 환자를 그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이 주연했던 <버킷 리스트> 처럼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받아들이고 사는 동안 하고 싶은걸 실컷 하는걸 그릴 수도 있고 아니면 예기치 못한 자신에 병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표현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러닝 타임 중 ‘앨리스’가 ‘알츠하이머’ 환자들 앞에서 하는 연설로 이 영화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저는 초기 알츠하이머를 앓는 사람입니다.

전 매일 잃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의 길을 잃고 나의 목표를 잃고 나의 대부분을 잃고 있습니다.

내가 살면서 열심히 모아온 것들이 이젠 내게서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상해지는 행동, 더듬는 말은 저에 대한 남들의 시선을 바꿔놓고

남들에 대한 저의 시선도 바꿉니다.

우린 우스꽝스럽고 웃기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의 병이지요.

저는 살아 있습니다. 아직 하고 싶은 것들도 많이 있죠.

하지만 저는 아직 인생에 행복과 즐거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고통 받는다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고통 받는 것이 아니라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녀는 덧붙여 말한다. 이 앞에서 연설을 한다는 것은 내게 아주 의미있는 일이나 내일 자고 일어나면 내가 연설을 했음을 잊을 거란 것을 안다고. 그렇기에 난 지금 내가 머무는 현재라는 시간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해 살 것이라고. 그것이 여태까지 열심히 살아왔던 나의 모습이며 내 삶을 지키는 것이라고 그녀는 당차게 힘을 주어 말한다.

   
▲ 좌. 막내딸 ‘리디아’ 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중. 남편 ‘존’ 역의 ‘알렉 볼드윈’우. 큰 딸 ‘애나’역의 ‘케이트 보스워스’
   
▲ <스틸 앨리스> 영화감독 ‘리차드 글랫저’와 ‘앨리스’역의 ‘줄리안 무어’

이 영화는 ‘알츠하이머’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맞추어 변하는 ‘앨리스’의 모습을 차분히 따라가는 것이 중점이다. 초기에 단어를 잊어버려 핸드폰으로 단어맞추기를 열심히 하는 것 부터 진행됨에 따라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영상을 찍어두기까지의 과정이 나열되듯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건 이 영화는 단순히 ‘앨리스’가 병의 진행과 같이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의 제목 <스틸 앨리스> 처럼 ‘인생’에서 자신이 써온 페이지들이 날아가 흩어져버리게 두지 않고 하나라도 더 지키기 위해 싸우는 ‘앨리스’를 그린 영화임을 중점을 두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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