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켄호프(Keukenhof). 이 지명에선 아득한 꽃향기가 풍긴다.
암스테르담과 고작 기차로 1시간 이내의 거리면서, 모던했던 그 도시와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두 장소 모두 어딘가 인위적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네덜란드’라 하면 보통 고즈넉한 시골풍경과 거대한 풍차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큐켄호프는 전형적인 네덜란드 전원 지역이라기 보단, 장난감 같이 인위적인 관광지 느낌이다. 그래도 굳이 찾아간 이유가 뭐냐고? 배낭여행자에게 답은 하나다. ‘진짜 유명하니까.’ 네덜란드 큐켄호프 튤립축제는 말그대로 세계적으로 명망있는 축제다. 구근화훼류 축제로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큐켄호프 튤립 축제는 2015.03.20(금) ~ 2015.05.17(일) 동안 진행되며, 보통 4월 중, 하순이 튤립의 최고 전성기라고 한다. 5월 폐장 직전에는 튤립이 시들기 전에 인위적으로 잘라버린다고 하니 너무 느긋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운이 좋게도 내가 갔을 때는 축제의 가장 전성기여서, 큐켄호프는 나에게 싱싱한 색채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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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성기를 맞은 튤립들 | ||
장황한 수식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이 곳의 공기와 감촉을 사진에 담아 전달하고자 한다. 튤립의 진한 꽃물이 픽셀 너머로 스며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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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큐켄호프 공원 입구 | ||
네덜란드가 꽃의 나라라면 큐켄호프는 꽃의 중심부, 꽃잎이 시작하는 씨방이라 할 수 있겠다.
큐켄호프 튤립축제의 인기는 화원 입구에서부터 실감할 수 있었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있었다. 유럽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다. 네덜란드 내에서 여러 언어가 혼재한 것을 차치한다고 해도, 실로 각국의 언어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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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원 내부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민들레를 닮은 분수가 손님을 맞이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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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원의 도입부. 튤립 뿐 아니라 히아신스, 장미 등의 구근식물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 ||
화원의 도입부에 다다르자 다채로운 빛깔의 꽃들이 무더기로 앞다투어 쏟아진다. 아기자기하다. 한눈에도 얼마나 사람의 손길이 갔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많은 꽃들을 심고, 관리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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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막에 붉은 빛이 각인될 만큼 선명한 색상의 꽃들이 예사로 줄지어져 있었다. 마치 고화질 컬러프린트 광고에서나 볼 법한 선명함이다. 중세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한 송이가 집 한 채의 가치를 지녔다는데, 이렇게 많은 튤립을 한번에 볼 수 있다니 황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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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적한 큐켄호프 공원과 산책하는 사람들 | ||
아기자기하다는 말이 무색할만큼 큐켄호프 화원은 정말이지 광활하다. 끝인가 싶다가도 걷다보면 끊임없이 새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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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연히 발견한 동양적 느낌의 신비로운 화원 | ||
한참을 들어간 안 쪽에서 주위와는 다른 분위기를 품은 화원을 발견했다. 동양 어느 화폭에서나 발견할 듯한 그림이다. 아름답다. 튤립과 히아신스 사이에 자리잡은 동양화라, 그래서 그런지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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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처음 맞이한 빈약한 벚꽃 | ||
대부분의 화원이 그러하듯 큐켄호프도 모두가 빼어나듯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이 벚나무다. 아마 큐켄호프에서 가장 빈약한 물체가 아닌가 싶다. 만발해 전성기를 뽑내는 여왕들 사이의 조촐한 여인. 한국에서는 벚꽃이 만발했다고 지인들이 사진을 보내오는데, 이것이 내가 올해 처음 본 벚꽃이었다.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다면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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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웨딩 컨셉의 실내부스 | ||
큐켄호프 화원 곳곳에는 실내 테마 부스도 존재한다. 5월의 신부 같은 분홍색 계열의 꽃들이 색깔 만큼이나 진한 향기를 뿜어 방문자의 옷을 적신다. 야외 화원보다 두드러진 인위적 장식이 이제야 ‘축제’에 온 것 같은 실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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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큐켄호프 공원 내 기념품 샵 | ||
기념품 샵을 구경하는 것 또한 또 다른 재미다.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색색의 튤립들이 또 다른 종류의 화원을 구경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큐켄호프 기념품 가게에서는 튤립 꽃씨를 판매하지만, 비행기 탑승 시 국가 별 씨앗 반입 규정이 다르기에 미리 알아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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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자인만큼 나 또한 역시 선례 유럽 여행자들의 조언과 자료를 많이 참고했으며, 그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편이다. 이번엔 나와같은 배낭여행자들에게 참고가 될까하여 이 참에 암스테르담 ↔ 큐켄호프 간의 여정을 간략히 설명해보도록 한다. 본인과 관련 없다 판단되는 독자라면 쿨하게 넘겨주시길.
암스테르담에서 큐켄호프로 가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큐켄호프로 가는 직항버스를 타는 것이다.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큐켄호프가 있는 리세로 직항하는 버스나 기차가 없기 때문이다. 즉, 암스테르담 센트럴역에서 스키폴 공항을 경유해야 한다.
[경로] 암스테르담 센트럴역(공항철도) – 스키폴 공항 – 큐켄호프(직항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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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스테르담 → 스키폴 공항 편도열차 티켓 | ||
30분 남짓 거리인 공항철도는 인 당 5.35유로로 비싼편이다(텍스 포함). 그러나 어쩌겠나. 운송수단이라고는 다리 밖에 없는 한낱 여행자인 것을. 특이하게도, 이 기차는 검표원도 없이 탑승자가 기차에 오르기 전 스스로 표를 발효시키는 시스템이다. 배짱이 있는 이라면 몰래 무임승차할 법도 하다. 검표원이 불시에 나타났을 경우에 대한 각오가 있다면 말이다(물론 추천하지는 않는다).
공항에 도착했으면 여기서 큐켄호프로 가는 왕복 버스표와 입장권을 묶어 높은 콤보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구체적인 정보 확인 및 티켓예매가 가능하다(http://www.keukenhof.nl/en/). 그러나 미리 예약할 필요는 없다. 워낙 인기가 많은 명소기에 인원을 꽉 채운 버스가 20분 남짓 간격을 두고 운행된다고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스키폴 공항 큐켄호프 매표소는 찾기 힘들다고 여행자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는 것이다.
스키폴 공항 역에 도착해 공항으로 올라오면 곧장 홀 중앙의 스타벅스를 볼 수 있다. 모든 선례 여행자가 말하듯이 이 스타벅스 말고, 구석의 다른 스타벅스를 찾아야 한다. 구석의 스타벅스 옆에는 큐켄호프 관광안내센터가 있지만 이 센터에서는 표를 판매하지는 않는다. 판매처를 물어보면 그저 안내센터 왼편의 밖으로 통하는 출구를 가르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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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키폴 공항 지점 큐켄호프 축제 매표소 | ||
그래서 밖으로 나가면…
매표소가 보인다.
핫도그 가판대 아니다. 와플 가게도 아니다. 이 매표소에서 콤보티켓을 사는데,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No student discount’
학생할인은 절대 없으니 물어보지 말라는 대문짝만한 안내문. 질문이 절로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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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큐켄호프 콤보티켓. 암스테르담 ↔ 큐켄호프 왕복버스표이자 공원 입장 통합권이다. | ||
사치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튤립이 그려진 콤보티켓. 23유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왕복표이기에, 튤립축제 관람이 끝나더라도 절대 버리면 안된다.
암스테르담을 떠나 큐켄호프를 거닌 반나절 동안 동화 속을 산책한 기분이다. 그 곳의 갖가지 선명한 색상들이 아직도 어른거린다. 다시 한번 올 수 있을까? 그 곳의 진한 향기를 사오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다만 각만에 물든 진한 색감이 빠지기 까진 조금 시간이 걸릴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