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 매거진=어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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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노카아 보이>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 ||
낯선 곳으로부터 느끼는 편안함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산다’라는 문구와 함께. 날이 반짝반짝한 날 보다, 조금은 어둡고 흐린 날에 보기 좋은 <호노카아 보이 (Honokaa boy)>는 밝은데 쓸쓸하다. 영화의 공간, 호노카아 마을이 뿜어내는 느낌이 딱 그러하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만이 살고 있는 마을. 느리고, 조용하고, 과묵하지만 그래서 힘이 있는 이 곳에 젊은 레오(오카다 마사키분)가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족이 아닌 이상, 어른들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기 흔치않다. 87세가 젊다고 말하는 그런 어른들과 말이다. (누워서 TV를 보기에 TV를 옆으로 뉘인, 약간 이상하지만 은근히 기발한 지혜를 가지고 계신 그런 어른들.) 마을 사람들과 푸르고 드넓은 벌판, 환한 경치를 보고 있자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비(바이쇼 치에코분)가 내놓는 음식들을 보자면 얼마나 군침돌게 행복한지! 그리고 그 무엇보다 마을 어르신들의 대사가 콕콕 박혀 생각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너무 좋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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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오와 코이치. [출처=네이버 영화] | ||
마을에 딱 하나 있는 극장에서 영사실 보조로 일하며 극장 2층에 살고 있는 주인공 레오, 그리고 어디서도 얻지 못 할 소중한 인연들 -여자 좋아하지만 파킨스 병에 걸린 아내만 바라보는 코이치, 팝콘이 돌아가면 무조건 자는 제임스, 먹는 걸 엄청 좋아하고 긍정적인 에델리, 마라소다의 주인이자 천상 소녀같은 비, 레오의 상사 버즈, 터프하게 맞는 말만 하는 미용사 미즈에-. 이들이 딱히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진취적인 일을 하는 것이 아니어서 안정되는 기분이 드는 이 곳을 보며 우리는 여유를 한껏 느끼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들의 대사는 그 여유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파고든다.
“다 할 수 있으니까. 젊다는 게 그런거 아닌가.”, “꿈이 없는 남자는 머리 나쁜 남자보다 매력이 없다”는 미즈에의 말, 코이치의 “집에 돌아가 줄래?”, “나이 먹었다고 해서 안 되는 것은 없어”라는 말, 그리고 비의 “그렇게 간단히 보면, 봐도 별로 안 기뻐요”하는 대사들은 우리를 다시 생각하고 움직이게 한다. 매번 듣던 말인데도 어딘가 모르게 다르게 와 닿는 이유는, 이들이 삶을 다 살고 곧 사라질 것임을 알기에, 그 말이 조언이 아닌 ‘따뜻한 위로’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중반부터, 코이치를 시작으로 레오의 주변사람들이 하나 둘 씩 떠난다. 그리고 레오는 잠시 뒤로 했던 젊음과 다시 친해진다. 아주 자연스럽게 원래 그러하듯. 그러다가 비의 눈이 멀고 그로 인해 레오가 다시 젊음과 멀어지려 하자, 한참 전에 떠난 코이치가 찾아온다. 그리곤 말한다. “여기에 너무 오랫동안 있으면 안 돼. 모두 레오보다 일찍 죽어. 언제와도 여기는 안 변해.”
결국 비 마저도 떠나고, 레오는 젊은 자리로 돌아가 1년 뒤, 달라진 모습으로 마을을 다시 찾는다. 그리곤 다시 걸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곧 떠나야 하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의 힘과 그 쓸쓸함 속에서 우리는, 아무리 힘들고 안 보여도 다 자기자리가 있다는 뻔한 깨달음을 온 몸으로 얻을 수 있다. (그저 생각뿐이 아니라, 온 몸으로 얻는다는 것에 주목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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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의 마지막 장면. 달 무지개와 레오의 뒷모습. | ||
아마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것에 익숙해져, 쉬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불편해하는 생활을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나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여행이 주는 여유를 만끽하며 나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나를 위한 투자, 스스로에게 하는 선물로써 말이다. 그러나 왜 항상, 열심히 달려야만 혹은 목표를 이룬 뒤에 여행을 떠나거나 잠시 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일까. ‘쉼’이 함께 할 때 더 ‘완숙하게 성장한 모습’으로 나아 갈 수 있다는 것을 왜 우린 불편하게 여기는 것일까.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쉼, 우리에게는 지금 ‘쉼’이 필요하다. 소중한 것을 더 소중하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눈에 띄진 않아도 더 성장해 있을 스스로를 위해. 그래도 여전히 쉼이 불편하다면 이 영화를 보며 쉴 핑계거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