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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걷고 있는 것들의 단단함.

   
▲ [배병우,KIAF 2011,snm1a-092v, 310×170 cm,ⓒ가나아트갤러리]

[디아티스트매거진=김여정] 소나무. 우리에게 소나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소나무는 특히나 우리에게 친숙하기도 하면서도 어려운 나무가 아닐까 싶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 절개, 지조. 우리는 학생 때부터 이 나무가 가지고 있는 여러 뜻과 관련된 문학을 열심히도 공부하면서 자란다.

   
▲ [배병우,경주,50×60 cm,2011]

교과에서 늘 봐오던, 글에서 읽던 소나무는 이곳에 없다. 우리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닌 그 너머의 어떤 것을 이 사진을 통해 느끼고 있지는 않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바쁜 나날, 때론 숨을 고르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소나무들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배병우, 식물시리즈, 1998]

그의 소나무들에선 그저 자연의 풍경이 아닌 시간을 굳건하게 견뎌온 나무와 나무 사이의 그 어떠함이 존재한다. 마치 나무들이 사람이라도 된 듯 그것들의 호흡을 느낄지도 모른다. 마치 용오름을 하듯, 단단함으로 무장한 나무들은 그 자리를 지키며 하늘을 향해 굳건히 서 있다. 말로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이 어떠한 힘은 유유히 흘러가는 세월을 견뎌낸 성스러운 존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이다. 마치 삶의 길 위에서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이미 앞서 묵묵히 걸어가는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봤을 때와 같은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그것은 엄청난 삶의 무게를 이고 걸어가는 선구자들의 모습이 문득 포착했을 때와도 같이 감동으로 다가오게 된다.

   
▲ [배병우, 화랑미술제, snm2a-003h, 170×210 cm, 1986, ⓒ가나아트갤러리]

이 서정적 포착은 수많은 시간을 견뎌온 나무들의 흔적 가득한 몸뚱이에서 발견될 수도 있고, 떨어져 있으나 곁에서 함께 그 기간을 버텨낸 나무들 사이의 관계성, 그 어떠한 동질감에서 문득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사진 속 흑백의 나무들은 고요히 그렇게 걸음걸음 나아가는 우리를 바라본다. 마치 앞서 우리가 갈 길을 걸어가며 간간이 뒤를 돌아 확인하는 우직한 그들처럼. 문득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때, 우리는 그들을 바라보며 다시금 걸음을 걸어갈 수 있는, ‘견딤’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붙잡고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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