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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잉여니까

   
▲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포스터

[THE ARTIST 매거진 = 김새롬]

단돈 80만원으로 1년만에 유럽을 평정하다.

 소설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들이 유럽 호스텔 PR계를 평정한 ‘리얼 스토리’다. 그들의 생존 방식(?)은 단순하다. 전공을 살려 유럽 내 숙박업소의 홍보영상을 제작해주고 그 대가로 숙식을 제공 받으며 1년을 버티는 것, 최종적으로는 제2의 비틀즈를 직접 발굴하여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주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것.

 누가 듣더라도 비현실적인 이 계획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의 벽을 누구보다 일찍 체감한 대학 중퇴생들에 의해 실행된다. 아무리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도 대학 등록금조차 마련하기 힘든 현실을 직시한 주인공들은, 과감하게 대학을 그만두고 유럽 일주를 떠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들의 계획은 처음부터 각종 시행착오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렇다 할 경력 하나 없는 동양인들을 찾아주는 이는 없었기에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당장 오늘 밤 잘 곳을 찾는 데 급급해야 했다. 추위를 피해 걷고 또 걷고, 낯선 이들의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을 잃었으며 많은 회의를 느껴야 했다. 하지만 그 상황마저도 웃음과 장난으로 승화시키던 그들이었다. 그야말로 ‘고생만 죽어라 하는’ 날들이 계속됐지만 누구 하나 그 상황에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체 이런 ‘느긋함’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긍정적인 성격, 젊은이의 패기. 모두 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명확한 답은 ‘우린 잉여다’ 라는 그들 특유의 자의식일 것이다.

 스스로를 잉여라고 부르는 그들이기에 이 모든 상황을 자조하며 웃어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할 때마다 기적적으로 기회가 찾아왔고, 그간의 ‘짠내 났던’ 경험과 그 속에서 만난 작지만 소중한 인연들은 그들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 주었다. 물론 갈등과 시련은 그 후에도 계속 되었다. 심지어 다큐 제작에도 회의를 느껴 캠코더의 전원이 한 달 동안 꺼져 있기도 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이것이 영화가 아니라 ‘실제 상황’ 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그들의 행동은 마지막까지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극적 요소들이 탄생했으며 이는 관객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영화 속 누군가의 말처럼 ‘스스로를 잉여라 부르지만 절대 잉여인간이 아니었던’ 그들의 성장 과정은 가장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결국 무모하게만 보였던 계획을 대 성공으로 이끌어낸 네 명의 청년은 그보다 더 값진 소중한 인연들과 가르침을 가슴에 담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온다.

 남들과 똑같이 스펙을 쌓고 무료한 일상을 보내기 싫어서 벌였던 이 무모한 도전은, 영화를 보고 있는 많은 청춘들에게 큰 울림과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의 계획은 무모했지만 그 과정까지도 무모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유럽에서의 1년 동안 그들은 누구보다 현실을 빠르게 직시하고 판단했으며 치열한 노력을 거듭했다. 게다가 무료한 일상을 보내며 기회가 주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잉여’가 아니라, 계획에 따라 능동적으로 길을 찾아나서는 열혈 청년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여정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엔 또 어떤 대단한 도전을 하게 될지, 그들의 두 번 째 히치하이킹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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