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정은정] “내가 끌렸던 것은 예술 그 자체보다는 예술가들의 삶이었다. 그들의 창의력과 표현, 그리고 행동의 자유로움을 동경했다. 나는 오랫동안 드로잉과 그림에 매료되었다. 예술에 대한 멈출 수 없는 열정 때문이라기보다는 단조로움 삶에서 탈출하고픈 마음 때문이었다.” – 피에르 보나르 (프랑스의 화가)
피에르 보나르처럼 나 역시 예술가의 작품보다도 그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예술가들의 삶에 흥미가 생기곤 한다. 그러던 중 한국근대미술사의 큰 획을 그은 서양화가. 대향(大鄕) 이중섭(1916~56)의 삶과 인생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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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4년 진주에서의 이중섭 | 허종배 작가 | ||
이중섭은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일본 유학을 갔다. 큰 키와 이국적인 외모, 만능 스포츠맨에 가곡도 곧잘 뽑았고, 보들레르의 시도 줄줄 외웠다.
일본 여자와 결혼했고, 전쟁 후 아내와 두 아이를 일본에 보낸 뒤 판잣집 골방에서 끼어서도 그림을 그렸고, 다방 한 구석에서 웅크려 앉아서도 그림을 그렸고, 캔버스나 스케치북을 살 수 없어 담뱃갑 은지에 송곳으로 긁으면서도 그림을 그렸다.
이 후 정신 이상을 겪으며 서울의 한 병원에서 홀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이 모든 것이 40여년의 짧은 인생동안의 일이었다. 영화만큼이나, 아니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중섭은 자유롭고 강렬한 선묘법을 사용하여 향토적인 주제를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이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하였고, 작품 소재는 소·닭·어린이·가족 등이 가장 많다. 불상·풍경도 몇 점 전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따뜻하지만 강렬하고, 동화적이지만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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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섭 作 <서귀포의 환상> 1951 | 호암미술관 | ||
현대사의 굴곡 속 짧은 삶을 살다 간 이중섭은 한 때 서귀포시에 거주하며 서귀포의 아름다운 풍광과 넉넉한 제주도의 인심을 소재로 하여 ‘서귀포의 환상’ 등 작품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중섭미술관’은 서귀포시 거주 시절 그의 예술적 발자취를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다. 미술관은 이중섭 거주지와 전쟁 중 세들어 살던 초가 바로 옆, 서귀포항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있으며, 미술관 앞에는 이중섭 공원이 있어 이중섭이 제주에서 살았던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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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섭미술관과 전시장 내부 모습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이중섭미술관 | ||
이중섭미술관은 갤러리현대로부터 2004년 이중섭화백의 원화 ‘파란 게와 어린이’를 포함해 우리나라 근현대 작가 작품 54점을 미술관에 기증받음으로써 제1종 미술관으로 등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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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작품 기증, 아름다운 만남>展 포스터 | 이중섭미술관 | ||
이중섭미술관에서는 갤러리현대로부터 작품을 기증받은지 10여년이 지난 올해, 봄을 맞아 6월 26일까지 갤러리현대의 기증작품전 <예술작품 기증, 아름다운 만남>展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2004년 갤러리현대가 이중섭미술관에 기증해준 54점 가운데 34점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 작품 중에는 박수근, 백남준, 김흥수, 허백련, 이대원, 김기창, 황규백, 이상범 등 우리나라 대표 작가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
‘제주도’라는 힐링의 공간에서 이 같이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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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 作 좌 <선착장을 내려다 본 풍경>, 우 <파도와 물고기> 1941 | 이중섭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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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상설전시장을 둘러 보다보면, 이중섭미술관은 화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의 이름만큼 이중섭의 원화를 다량 소장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중섭의 작품이 개인소장이 많고 시장에 나와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때문으로 추측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갤러리현대의 작품 기증이 작품의 공공성 지향이라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기증문화의 정착을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되어 일반인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이면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어도 그의 삶과 예술에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진정한 예술의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향기를 더해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이중섭 평전|최열 |돌베개|2014.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