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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 루즈의 화가, 툴루즈 로트렉.

[디아티스트매거진=지혜주] 밤거리는 화려하다. 번쩍이는 불빛 사이로 여인들은 표정을 감춘다. 그녀들을 따라 나도 보다 낮은 곳, 밑바닥으로 향한다.

물랭 루즈의 화가로 유명한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그의 수많은 그림들은 모두 그와 함께 살아왔던 사람들의 초상이다. 조명 아래 춤추는 물랭 루즈의 무희, 밤 골목의 이름 없는 매춘부들, 스스로를 혹사하는 서커스 단원들. 사회의 밑바닥이라 멸시받는 계급이지만, 로트렉이 그려낸 그들의 삶은 무엇보다 치열하고 아름답다.

   
▲ 1980. 물랭 루즈에서의 춤

툴루즈 로트렉은 프랑스 명문 귀족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가문의 오랜 근친상간으로 인한 유전적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게다가 어린 시절의 사고로 인해 성장이 152cm, 어른의 상반신과 아이의 하반신에 멈추어버렸고, 로트렉은 가문의 오점으로 낙인찍혀 버림받았다. 그 이후로 그는 일반적인 귀족 남성들과 달리 그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비록 로트렉은 “내 다리가 조금만 길었더라도 난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회의적으로 말했지만, 그가 그려낸 몽마르뜨의 인간상은 열정적이고 경이롭다. 그의 모델은 주로 무희와 매춘부 같은 ‘부정한 존재들’이었지만 그의 그림 속에선 그 어떠한 편견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그저 눈에 보이는 그들의 치열한 삶 그 자체를 그려냈을 뿐이다.

   
▲ 1982. 춤추는 잔느 아브릴

로트렉은 지극히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사람들을, 스스로를 그렸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가 각자의 삶을, 이야기를, 그리고 강렬한 체취를 지닌 사람들이었다. 그의 그림 속엔 물랭 루즈의 밤, 그곳에서 살아가고 사라졌던 여인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잔느 이브릴’이 있다. 그녀는 만인의 여인, 화려한 물랭 루즈의 별이었다. 매일 그녀의 춤을 보기 위해 남성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곧 자신의 숙명을 찾아 밤거리에 나선 로트렉의 눈에 들게 된다. 당시 많은 화가들이 환락가와 사창가, 그곳의 여인들을 비판적으로 묘사했던 것과 달리 로트렉은 그녀를, 그리고 그녀의 삶을 보다 격정적이고 화려한 색채로 이끌어냈다.

그러나 뜨겁고 아름다운 물랭 루즈의 밤과 달리, 로트렉은 신체적 결함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으며 늘 술을 달고 살았다. 온갖 독주들을 한데 섞어 마시며 붉어진 눈으로 세상을 관찰했던 것이다. 자신의 작은 키, 그 위에 위치한 화려한 세상을 말이다.

그렇게 물랭 루즈, 밤 거리의 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로트렉은 1880년대 말, 불규칙한 생활과 과음, 매춘부들과의 무분별한 관계로 인해 목숨을 위협받기 시작한다. 마치 서서히 진행되는 자살처럼. 이후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고 마비까지 찾아와 37세의 짧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그의 시선은 비록 세상의 낮은 곳에 있었지만, 그가 그려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고, 밑바닥이기에 그만큼 뜨겁고 격렬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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