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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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 르네 라코스테 선수 | ||
패션계에는 두 마리의 악어가 있다. 한 마리는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라코스테’고 다른 한 마리는 싱가포르에서 만들어진 ‘크로커다일’이다. 꼬리방향과 입 모양새만 다른 두 브랜드는 패션계의 병폐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라코스테를 살펴보도록 하자.
라코스테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의류 브랜드로써 1920년대에 만들어졌다. 테니스 선수 장 르네 라코스테와 최대 니트 생산 사업가인 앙드레 질리에가 협력하여 만들어진 브랜드로써 가슴에 악어로고를 새기고 나타났다. 당시 프랑스 대표 팀 주장이었던 사람은 테니스 선수 라코스테를 자극시키기 위해 약속을 하나 내걸었다. 경기에서 승리하면 그때 당시 귀했던 아이템 악어가죽 가방을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 한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악어는 여전히 귀한 아이템이었다.)
그때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곧바로 라코스테에게 악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당시 라코스테는 코트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플레이어로 유명해서 후에 그는 악어의 승리를 다룬 기사를 신문에 실었다. 그렇다. 옆에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사람은 뉴스 기자였다.
그렇게 악어라는 별명을 얻게 된 라코스테는 후에 옷을 한 벌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전 세계 시장을 강타한 ‘피케 셔츠’였다. 그 당시 라코스테의 절친한 친구였던 로베르 조르주는 그 옷을 보고 마음에 들었는지 친히 친구의 옷에 악어를 수놓아 줌으로써 귀여운 악어 로고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게 라코스테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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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코스테의 정식 ‘악어’ 로고 | ||
그 시절에만 해도 테니스 선수들은 거의 정장에 가까운 뻣뻣한 셔츠를 입고 경기에 뛰었었다. 딱딱한 셔츠 칼라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선수들을 거슬리게 하고 움직임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것을 직접 경험한 라코스테는 니트 섬유로 된 셔츠를 만들었는데 피케 셔츠는 편안하고 착용감이 부드러워 몸을 보드랍게 감싸주었다. 기존의 뻣뻣한 셔츠와 달리 통풍이 잘돼는 소재였고 신축성도 좋고 셔츠 카라도 부드러워서 선수들의 운동복으로는 딱 이었다. 결국 친구는 모든 셔츠에 악어를 새겨 주었다. 그러자 운동선수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악어로고를 매단 피케셔츠를 입기 시작했는데 결국 피케 셔츠는 테니스 선수들을 넘어 폴로 선수들에게까지 유행하게 되었고 라코스테는 한동안 파리의 대표적인 운동복이 되었다. 사람들은 공원에 조깅 하러 갈 때도 라코스테를 입었고 말을 탈 때도 혹은 배를 탈 때도 입었다. 이게 오늘날 까지 이어져 더 이상 스포츠를 즐기지 않아도 사람들은 피케셔츠를 즐겨 입게 되었다.
그러자 싱가포르에서 이상한 악어 한 마리가 출몰했다.
라코스테처럼 가슴팍에 악어로고를 매단 크로커다일이 그 시작이었는데 꼬리방향과 입 크기만 다른 크로커다일은 지금도 여전히 라코스테의 꼬리를 꽉 문 채 놓아주지 않고 있다. 디자이너가 시즌에 맞춰 디자인을 공개하면 크로커다일은 악어새마냥 똑같이 만들어서 싸게 팔았다. 덕분에 1000억의 매출까지 올렸고 아시아 지역을 크게 강타했지만 기술력과 고급 원단 그리고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는 라코스테를 값싼 원단이 이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유럽 사람들은 크로커다일을 곱게 보지 않았는데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양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시아 사람들은 이것이 짝퉁 브랜드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꿈에도 모른 채 요즘 젊은이들이 입고 다니는 옷이라며 좋아했다. 그리고 그게 구매로 이어졌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크로커다일은 미시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라코스테는 크로커다일에게 상표무효소송을 걸었다. 법정에서 만난 브랜드는 치열했다. 크로커다일측은 악어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라코스테는 서로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게 그거지!” 라는 반응 때문에 라코스테는 치를 떨고 있었다. 라코스테 측은 짝퉁이 원조에게 입히는 피해를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법원은 생각했다. 악어는 신이 만든 동물이다. 하지만 피케셔츠는 라코스테가 만들었다. 그렇지만 크로커다일이 악어를 상표로 쓰는 것까진 무효화 시킬 수는 없다. 라코스테를 따라한 것인지 아님 브랜드 명처럼 악어를 내세운 브랜드인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크로커다일은 이름 자체가 악어다. 하지만 라코스테는 별명이 악어일 뿐이다. 그들은 계속 생각했다. 하지만 크로커다일은 라코스테의 디자인을 베낀다. 그건 엄연한 사실이다. 똑같은 디자인을 만들어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 그럼 당연히 라코스테는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 원조를 따라 해서 원조인 척 하는 행동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크로커다일은 라코스테가 만든 명성을 이용해서 이미지를 훼손시킨 것도 모자라 그게 그거란 식으로 홍보를 해왔다.
우리는 둘을 구분 시켜 주어야 한다.
라코스테와 크로커다일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법원은 라코스테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승소를 하면 뭐 하겠는가.
크로커다일은 아직도 로고를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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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펼쳐진 크로커다일 레이디 ‘악어’ 디자인 공모전 | ||
이것은 패션계에 숨어있는 전형적인 그림자 패턴으로 사실 여기저기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마케팅 시스템중의 하나이다. 어쩔 수 없는 병폐랄까. 그래서 나는 엄마의 옷장을 열어보면 크로커다일을 볼 수 있고 내 옷장을 열어보면 라코스테를 볼 수 있다.
당신의 옷장엔 어떤 악어가 숨어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