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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 연극 <구름을 타고>

   
 

작/연출_ 라비 므루에

출연_ 야세르 므루에, 라비 므루에

 (사진제공_두산아트센터)

   
자신의 이야기를 연기(?)하는 야세르 므루에.

[디아티스트매거진=정인태]올해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하는 두산인문극장 ‘예외’의 첫 번째 연극 <구름을 타고>로 시작되었다. 이번 연극은 연극이면서 강연, 프레젠테이션에 가까운 극이었다. 라비 므루에와 야세르 므루에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레바논 사람인 야세르 므루에는 17살에, 할아버지이자 정치가였던 후세인 므루에가 암살당했다는 소식에 뛰쳐나가다가 거리에서 누군가에게 저격을 당하고 왼쪽 머리에 맞았지만 살아남았다. 목숨은 건졌지만 그 뒤로는 재현과 실재에 대한 구분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진에 있는 자신을 보고도 자신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비디오에 나오는 자신을 보면서도 분간하지 못했기에 의사는 야세르에게 비디오를 찍으며 실재와 재현에 대한 감각을 익히도록 하였다. 이 연극은 야세르가 찍은 영상들을 형은 라비 므루에가 선별적으로 선택하여 야세르에게 야세르를 연기하게 하였는데, 내게는 이 연극 또한 야세르의 실재와 재현에 익숙해지기 위한 실험이 아니었나 싶다.    

  강연과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야세르 므루에.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야세르는 자신이 찍은 영상들을 틀어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정치가였던 할아버지로 인해 자신도 저격당했을 가능성이 있을 텐데 어떠한 원망도 없었고, 조국인 레바논의 불안한 상황에도 분노한다던가 왜 내게 이런 일이 있을까 비관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 있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내었다.  이러한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야세르가 어떠한 기록물(사진, 영상)도 실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실재하는 물건, 인물들의 행동과 언어만이 그에겐 실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 아닐까? 실재로 야세르 본인에게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연극을 보면서 그것이 실재인줄 알았는데 완전히 허구이며, 끝에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나오는 게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고 했다. 그러니 기록물들이 가지는 힘이 그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일기를 매일 쓰고 과거에 경험했던 일들을 작업으로 풀어내는 일을 하면서도 과거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굉장히 우울해지곤 하는데 그런 점에서 오히려 야세르가 부러웠다.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은 야세르가 사진에 있는 펜을 보고도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하며 실재하는 펜만 보았을 때 펜으로 인식하며 인지하는데, 현대 미술 중에서도 ‘극사실주의’ 처럼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그림은 야세르와는 상극이겠구나, 그러면 야세르는 어떤 직업이 어울릴까? 라는 것이었다. 극이 끝나고 집에 와서 보니 <구름을 타고> 라는 제목은 야세르가 지은 시집에 나오는 시의 제목이라고 한다.

시인이라…생각해보니 과연 그는 시인이 어울릴 법 했다. 3D의 물체를 찍은 2D의 사진을 보고는 분간하지 못하지만 텍스트는 언제 어디서나 실재라고 인식하기 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으로 쓰든 컴퓨터로 쓰든 텍스트는 2D로서의 텍스트니까..여튼 ‘구름을 타고’ 라는 시의 한 구절을 들려주었는데 ‘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헛되이 흘러갔는지…’ 가 있었다. 현대의 우리는 과거를 기억할 수 있는 많은 장치들이 있다. 극사실주의 그림처럼이나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사진, 영상들이 점점 더 발전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든지 과거를 떠올리기 쉬워졌다. 하지만 야세르의 시에는 그 옛날 솔로몬이 지었던 전도서의 한 구절과 비슷하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기록된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서는 과거를 떠올릴 수 없는 야세르에게 지나간 시간이란 붙잡을 수 없는 구름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형이자 연출가인 라비 므루에(왼쪽)와 기타를 치고 있는 야세르 므루에.

  야세르는 왼쪽 머리에 총상을 당한 이후 오른쪽이 마비가 되었는데 그래서 사고를 당하기 전에 즐겨 치던 기타를 왼손으로 코드만 짚고, 형인 라비 므루에가 퉁퉁 치며 같이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였는데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야세르는 지금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오로지 현재만을 위해 살아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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