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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미술관, 민화를 품다

[디아티스트매거진=정은정] ‘길’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자동차·비행기·배 등이 왕래하는 곳이다. 하지만 길은 단순히 통로로서의 물리적 기능 외에도 작은 광장이 되기도, 시장이 형성되기고, 놀이의 공간이 되기도, 쉬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 길 위의 공간에서 미술관을 만난다면 어떨까?

최근에는 길 위에 세워져 있는 터미널 인근에 이동시간 중 여유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갤러리가 많이 생기고 있다. dtc갤러리도 그 중 하나이다. 비영리 갤러리인 dtc갤러리는 대전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을 도모하고자 2013년에 개관해 2~3달에 한 번씩 새로운 주제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dtc갤러리의 2015년 첫 기획초대전은 한국의 전통적 민화의 주제와 소재를 변용해 현대예술의 형식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전통과 현대를 잇고 새로운 미적형식을 탄생시키고 있는 ‘민화의 미학’展이다.

   
▲ ‘민화의 미학’展 | dtc갤러리

이번 전시는 ‘전통적 민화에서 현대적 민화로, 민화의 현대적 해석’에 중심을 두고 독특한 조형언어를 구축하고 있는 서희화, 신범상, 오왕택, 정혜영 작가를 초청해 4월 26일까지 진행된다. 출품작품은 서희화 작가 6점, 신범상 작가의 소품 29점, 오왕택 작가 6점, 정혜영 작가 13점 등 총 54점이다.

민화는 말 그대로 민중이 그린 그림이다. 왕실의 귀족이나 사대부들이 그린 문인화와 다르게 자유분방하고 솔직하며 해학적인 것이 특징이다.

   
▲ 서희화 作
<HAPPY-忠> 2010 | dtc갤러리

서희화 작가는 민화가 서민에게 구복과 위로를 주었던 점에 착안하여 대중들이 사용하고 버린, 용도 폐기된 플라스틱을 미학의 소통도구로 바꾸었다. 폐자재를 활용해 전통 민화의 도상을 독자적인 스타일로 재치 있게 풀어내는 역발상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 신범상 作 <Korea of Fantasy-봉황Ⅲ>
 2009 | dtc갤러리

신범상 작가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전통사상과 전통적 조형미에 대한 관심을 일관해 온 작가다. 민화의 종류인 화조화, 기명절지화, 군자도, 문자도, 책가도 등의 주요 소재인 봉황, 잉어, 연꽃, 모란 등을 차용하여 입체감과 색채감이 풍부한 조각적 형태로 표현한다.

   
▲ 오왕택 作 <나전칠기유채꽃벽걸이> 2012 | dtc갤러리

오왕택 작가는 국내 최고의 나전칠기 장인으로 손꼽힌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한국 근대이후 점차 빛을 잃어가는 나전의 전통을 잇고 있다. 모란, 나팔꽃의 덩굴손, 유채꽃의 줄기, 포도의 넝쿨 등이 지닌 유려함과 화려함을 우리 고유의 나전공법으로 완성하여 한국 전통문양의 미를 뽐낸다.

   
▲ 정혜영 作 <A pattern of lines> 2014 | dtc갤러리

정혜영 작가는 고양이와 한국 전통문양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작가의 심리적 스트레스와 복합적인 정신세계를 선과 면으로 화려한 문양의 장식성을 표현한다. 많은 선이 하나가 되어 문양을 이루고 그 화려한 문양은 한국전통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장식적으로 표현, 우리나라의 멋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고자 하였다.

최근 전통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전통 민화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하는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민화가 전통과 현대의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재를 사는 우리 삶의 모습을 형상화하며 희망을 전하기 때문이 아닐까.

떠난다는 아쉬움과 새로운 곳을 만나게 될 거라는 설렘이 교차하는 곳 ‘터미널’. 이 길 위의 문화예술 공간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해보고 현대인의 바람을 담은 작품들을 보며 2015년의 희망을 그려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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