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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마이젤이 촬영한 화보, 보그

[디아티스트매거진=신소영]

예전에 해와 바람은 서로 내기를 하였다. 저기 지나가는 사람의 옷을 먼저 벗기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누가 더 센지 겨뤄보자. 그래 좋아. 해와 바람은 옷을 껴입은 사람을 상대로 시합을 벌이기 시작했다. 먼저 바람이 자신의 능력을 뽐냈다. 거세게 더 세게 바람을 불어 사람의 옷을 벗기려 들었다. 하지만 길을 걷던 사람은 바람을 견디기 위해 오히려 코트 깃을 더 세웠다. 그리고 옷을 벗지 않았다. 팔짱을 끼고 허리춤까지 여민 채 바람 속을 걸었다. 그러자 해가 끼어들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해는 하늘에 올라 빛을 내뿜었다. 뜨거운 열기를 지속적으로 보내자 사람은 세웠던 코트 깃을 도로 내리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코트. 다음에는 조끼 그리고 셔츠까지. 옷을 훌훌 벗어버린 사람은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어 걸었고 그것을 보게 된 바람은 자신이 진 것을 받아들였다. 받아들이지 않기에는 햇살이 너무나 강렬했다.

이렇듯 공작 깃털이 아름다운 이유는 매력을 무늬로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개성은 고유의 패턴을 가지고 있다. 그 패턴을 사용할 때 마다 우리는 마음을 뺏기게 된다. 수컷이 암컷을 위해 자신의 문양을 드러내는 것처럼 우리는 화려함에 반한다. 화려함 속에 노출되어 시선이 고정을 시키고 패턴을 잊지 못해 굴복한다. 그렇게 진정한 유혹이 시작되는 것이다. 머릿속에 잊혀 지지 않은 스타일. 전혀 잊을 수 없는 그 무엇. 우리는 그것을 독특함이라고 말한다. 공작 깃털이 주는 개성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늬의 반복에도 있지만 희소성에 대한 가치를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에도 있다. 수컷 공작만이 암컷을 위해 보여주는 꼬리의 패턴. 우리 집 바닥에 깔린 양탄자처럼 내 온도에 맞춰져 길들여진 카펫은 편안하고 따스하며 몸을 눕히고 싶을 만큼 부드럽다. 그 속에 빨려들 듯 몸을 기대 눕다보면 어느새 잠에 빠져들고 만다. 그렇게 잠에 빠져들듯 우리는 패턴에 반해 중독되는 것이다.

이렇듯 패션은 공작이 깃털을 펴 대중에게 보여주듯 다가가는 것에 있다. 아마 이 방식은 모든 예술영역에도 적용될 것이다.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고 기억도 하지 못한 채 결국은 잊어버릴 것이다. 곁에 두고 싶을 만큼 화려하지 않으면 집에 데려가지도 않을 것이고 옷장에 걸어두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 디자인은 그렇게 탄생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생존 반응. 그것은 묘한 전통으로 이어져 땀방울을 흘리는 사내처럼 남의 굳은 마음을 벗기는 유일한 창작이 되었다.

   
▲ 스티븐 마이젤이 촬영한 화보, 보그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패턴을 따라한다는 것에 있다.

혹시 예전에 읽었던 또 다른 동화가 생각나지 않은가?

까마귀가 자신의 고유한 색에 열등감을 느껴 다른 새의 깃털로 자신을 숨긴 스토리. 하지만 결국엔 다 들통이 나 모든 것을 망친다는 이야기를 가진 동화의 주인공들이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본인을 알지 못하고 누군가의 패턴을 따라 해야 움직이는 사람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그림자로 여긴다. 따스한 햇살 아래 숨어 사는 사람들.

하지만 그림자는 결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벗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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