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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

   
ⓒ네이버 영화

[THE ARTIST 매거진=윤서인] 마냥 세상이 장밋빛으로 빛나던 때가 있었다. 나아갈 방향도, 하고 싶었던 일들도 꽤나 명확했다고 믿었던 그때. 하지만, 정작 더 넓은 세상에 떨어지고 나서야 그닥 낙관적인 시선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생각만큼 상대방에게 관심이 없었고, 간혹은 불친절하기도 했으며, 각자의 막막한 현실을 살아가느라 서로를 쉽게 잊었다. 그리고 나 또한 점차 그렇게 변해가면서, 이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구나, 생각했다.

  ‘코미디’로 분류가 되어있는 이 영화를 보면서 쉽게 웃을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더러 깔깔거리기도 했지만 필자는 쉽사리 웃을 수 없었다. 숨이 턱 막힐 만큼, 리건(마이클 키튼 분)에게 감정이입을 했던 탓이라 하겠다, 한때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슈퍼히어로, 버드맨의 인생을 살았던 리건은, 시간이 지나며 여느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름없이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명성과 인기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자각해야만 했던 배우였기에, 그는 다시 한 번 화려한 재개를 꿈꾸며 브로드웨이에 진출한다.

   
ⓒ네이버 영화

  사실, ‘자기 존재에 대한 타인의 자각’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사람들이 리건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적 인간, 끊임없이 집단 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인간은, 상대방이 어떻게 ‘나’를 인식하는지에 대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반응하며 그들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반대로 상대에 대한 자의적 ‘인식’을 기반으로 그들과의 관계맺음을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버드맨으로 날아올랐던 리건에게 대중이 보였던 관심과 사랑은, 한때 리건이 살아갈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대중들은 새롭고 자극적인 슈퍼히어로들의 등장과 시간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망각의 강이 흘러감에 따라 버드맨을, 리건을 기억 저편으로 던져버렸다.

  이에 리건은 새로운 비상을 꿈꾸며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려는 꿈을 품는다. 하지만 ‘버드맨’이 준비하는 날갯짓은 총체적 난국에 부딪힌다. 연기력이 썩 미덥지 않은 배우는 눈엣가시인데다 친구라는 연출자는 그의 의견에 시시때때로 반대의사를 표명한다.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에 정신이 팔린 리건은 ‘약쟁이’ 딸까지 신경을 써야 하지만 ‘여전히 골칫덩어리인’ 딸을 홀대하기도 하며, 애인이 임신을 했다는 소식에도 “그 아이가 내 아이가 맞아?”라고 되물으며 ‘아버지’나 ‘연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대중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그들의 사랑을 되찾고 싶다는 리건의 욕구는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네이버 영화

  이런 맹목적인 지향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는 지점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리건은 버드맨이 아닌 자기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실, 그는 훌륭한 총책임자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극본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도 아니었고, 배우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연극계의 거물 평론가는 그에게 ‘사상 최악의 악평을 내놓을 것’이라고 통보함으로서 그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다. 리건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더욱 강박에 시달린다. 이런 ‘리스크’들을 뚫고 다시 주목받아야 한다, 대중들에게 사랑받아야 한다, 고. 그가 받았던 압박은, 자신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가질 것으로 그가 믿었던, 기대의 발로였다. 그리고 그 기대와 시선들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이 연극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는 사랑받을 수 없을 것이었기 때문에 무대의 성패를 놓고 끊임없이 불안해한다. 그리고 그 불안은 버드맨을 비상이 아닌 추락으로 이끈다.

   
ⓒ네이버 영화

  진정 그가 원했던 것은 브로드웨이에 자신의 작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그 경지에까지 스스로를 끌어올리지 못함을 깨달은 순간 찾아오는 허망감, 자신을 진정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한다는 사실, 이것을 감당해내기란 비단 배우였던 리건 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힘든 일일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더러 이 영화를 보면서 숨 막혀 할 것이다. 자신에 대한 기대, 주변의 시선, 그리고 스스로 설정해놓았다고 믿었지만 실상 타인에 의해 세워진 벽을 넘지 못할 때 찾아오는 허망함. 아직 온전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영화를 보며 숨 막혀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아직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위로해주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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