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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청소 하듯 고민을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다

[디아티스트 매거진=남은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쓰레기를 분리 수거해서 불태워 버리듯이, 머리 속 생각과 마음 속 고민거리도 그렇게 말끔히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 어질러진 방 안을 청소한 후에 기분이 상쾌해지는 건지도 모른다. 흑백 애니메이션 영화 <먼지아이>를 만든 정유미 감독도 이와 같은 생각을 했었나 보다.

  긴 생머리를 한 여자가 무표정으로 고독하게 살고 있다. 그녀는 아침인지 언제인지 모를 시간에 일어나 집안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먼지아이’는 침대, 화장대, 식탁, 화장실 등 곳곳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그녀는 열심히 그 아이를 먼지와 함께 없애버린다.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것은 주인공의 외로움, 상처, 고민, 잊고 싶은 과거 그 모든 것일 것이다. 아프고 외면하고 싶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현실에 급급하느라 그것들을 외면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언젠가는 직면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새살이 돋을 수 있다.

   

  이 영화는 흑백이며 연필로 그린 질감이 느껴지는 화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더욱 담담하고 차분하며 무겁다. 대사는 없다. 주인공이 밥을 먹을 때 트는 음악, 설거지와 빨래, 샤워할 때 나는 물소리 등이 영화 속 나오는 소리의 거의 전부다. 대사와 다른 등장인물이 없는 이유를 추측해보건대, 주인공과 똑같이 생긴 벌거벗은 손가락 만한 ‘먼지아이’와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라는 의미가 아닐까. 그 아이에게 집중하고 대면하라는 메시지를 고요함으로 대신 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그 동안 청소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었던 걸로 보인다. 침대 바로 아래 책 서너 권, 컵이 두 개 놓여있다. 그리고 화장대는 평소에 정리를 하는 여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어질러져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청소를 시작했을까. 먼지아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화해하는 결말을 보아선, 아픔을 대면하고 극복하려는 다짐을 했기에 청소를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기 위해서 마음 속의 구석구석을 보살피듯 집안 이곳 저곳을 정리한 셈이다. 

  단편 영화이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 애니메이션은 깊이 보다는 재미만 추구한다는 편견을 깨뜨려준 영화. 대사와 등장인물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 영화. 이 영화를 보면서 잠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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