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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이준건] ‘B급이다!’ 연극의 포스터를 처음 본 관객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테다. 아무리 유치찬란한 연극이라도 포스터를 이렇게는 안 만들겠다 싶을 정도로 본 작품의 포스터는 저질스럽다 못해 천박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연극의 의도 자체가 바로 B급 판타지인 것을.
남산예술센터에서는 2015년을 여는 첫 공연으로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을 소개했다. ‘무협 액션 판타지’라는,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장르의 이 연극은 현실과 연극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어 다닌다. 극의 사실성을 더하기 위해 서울남산예술센터에 폴리스라인을 둘러쳐놓기도 하고, 공연 시작 전 로비에서 배우들이 마치 관객인 양 돌아다닌다. 배우들은 관객석에 앉아 있다가 갑작스레 등장하기도 하고, 반대로 자리에 앉아서 함께 관람하기도 한다. 4중에 가까운 연극과 현실의 경계 속에서 관람객들은 점점 무엇이 연극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어쩌면 이 연극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 혼란일 지도 모른다. 실체 없는 허상의 연극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현실의 인물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사의 기-승-전-결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반전의 반전을 극의 주요 포인트로 삼아서 그런지 이야기의 전개과정이 뚜렷하지 않다. 메타 담론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연극에 대한 메타 연극인 이 작품 역시 결말이 뻔하다. 3월 12일이 첫 공연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씩 개선되겠지만, 난무하는 상스러운 욕설과 눈살이 찌푸려지는 과도한 섹스어필은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물론 이 작품 자체가 ‘B급’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한다마는, 작품의 의도나 메시지 때문이 아니라 천박한 연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진다면 그것이 정말 ‘작품의도’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어색한 정치 비판도 연극의 재미를 깎는 요소다. “민주주의 경찰은 직접 때리지 않아. 말로 때리지.”,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정치적인 요소는 다 빼버려야 돼.” 등의 대사는 처음에만 재미있지, 여러 번 사용하면 상당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는 계속 등장한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극중극이라는 소재 때문이리라.) 연극 자체가 ‘메타 연극’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극과 현실의 괴리, 자아의 분열, 진실과 사실의 혼란 등의 주제만 가지고도 충분히 많은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는데 굳이 어쭙잖은 정치 비판을 함유하여 극의 주제가 중구난방이 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이것은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머리를 텅 비워놓고 볼 수 있는’ 작품을 그렇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그것이 작가의 의도라면 또 할 말은 없지만.
다소 실망스러운 서사와는 달리 음악과 조명, 연기는 매우 훌륭하다. 무대 음악은 MR을 쓰지 않고 무려 라이브 공연으로 진행하는데,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이 좋은 점수를 받기엔 충분하다. 음악과 함께 배우들 역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데 듣다 보면 이 공연이 연극인지 뮤지컬인지 헷갈릴 정도기 때문이다. 연극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액션 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아무래도 연극의 컨셉 자체가 ‘소뿔을 당수로 자르는 범인 찾기’라, 무술 연기가 쉴 새 없이 등장하는데 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물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리얼한 타격감이나 혈흔 효과 등은 등장하지 않지만, 연극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높은 질의 액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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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같은 연출 효과와 영화 같은 연기는 확실히 이 작품이 매우 실험적이고 대담한 연극임을 보여준다. 천박하지만 오히려 그것의 유쾌함이 좋고, 연극과 뮤지컬·만화·영화의 경계를 넘어 다니는 대담한 연극을 맛보고 싶은 이에게 권한다. 2015.3.12.-3.29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