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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거리 인도 기차 여행 중에 | ||
비행기는 너무 비싸고 버스는 너무 힘들다. 넓은 인도 대륙을 여행하기 위해 기차 만한 수단은 없다. 그런데 긴 시간 2등석의 3단 침대칸(3 Tier Sleepers Express)을 펼쳐 누워 있으려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기쁘고 셀레이는 생각도 있지만 부끄럽고 아쉬운 미련들도 뒤섞인다. 불안한 자세에 목이 뻐근해졌는데 괘념도 훌훌 털어버릴 겸 자리에서 내려와 탑승구로 향한다. 인도의 열차는 특별한 안전장치도 없이 탑승구를 활짝 열어놓고는 했다. 층계참에 앉아 활짝 열린 문에 기대어 밖을 내다본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티끌없이 뻗은 광활한 대륙이다. 가까운 풍경은 빠르게 지나쳐 아웃 포커싱되고 멀리 지평선이 빨갛고 노랗게 저물어 가며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잠시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 광경을 바라보며 ‘대륙이란 이런거구나’라는 뻔한 감탄사를 떠올렸다. 더 좋은 표현은 없을까. 숨을 크게 내쉬어 빨갛고 노란 노을을 한 모금 머금고 일어선다. 문가의 손잡이를 단단히 잡고 열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시원한 바람이 머리를 뒤흔든다. 마음을 억눌렸던 감정은 사라지고 머릿 속은 상쾌해졌다. 순간 ‘아차’하며 손을 뻗어 보지만 이미 늦었다. 모자는 이미 바람에 실려 어딘가로 날아가고 난 속절없이 바라볼 뿐이다. 아, 나는 이렇게 흔적을 남기는구나. 황망스런 한편으로 내심 즐거운 이 기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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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합실에서 연착되는 기차를 기다리며 | ||
자리로 돌아와 머쓱한 표정으로 침대로 올라가 수첩을 꺼내어 펼친다. 지금의 느낌을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심하게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펜촉은 정서불안처럼 사정없이 요동친다. 펜 끝이 종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애쓰며 휘갈기 듯이 펜을 움직이며 정체불명의 글을 끄적인다. 흔들리는 기차 속에서 소심하게 요동치는 마음, 누군가로부터 받은 상처를 다른 누군가로부터 씻어내고 싶은 막연한 기대감, 거센 물결에 휩쓸린 돗단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기차 속에서의 일기, 무아지경 속 펜의 흔들림, 사고의 지루한 흐름과 알아 볼 수 없는 글의 나열, 곧이어 쏟아지는 무작위적이고 솔직한 표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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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때 인도 첸나이 기차역의 풍경 | ||
삼단 침대의 맨 윗 칸에 있으면 들끓는 모기와 더불어 기차의 요동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책을 읽다가도 쉽사리 지쳐버리게 되고 소박하게나마 일기를 쓰려면 내가 글을 쓰는 것인지 열차가 글을 쓰는 것인지 혹은 신의 언어가 빙의한 것인지 도무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낡은 철로와 오래된 열차이기에 바이킹처럼 중심축에서 멀수록 더 스릴이 있다. 그렇더라도 버스보다야 기차가 낫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딱딱한 의자에 콩나물 시루처럼 빼곡히 앉아 비포장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버스는 흡사 롤러코스터와도 같기 때문이다. 하드코어적인 체험은 한두 번으로 족하고, 역시 기차에 의지하게 된다. 땅이 넓은 만큼 짧으면 다섯 시간, 길면 스물두 시간까지 이동을 하니 상당한 시간을 기차 안에서 보내는 셈이 된다. 그렇기에 인도 여행의 진수는 어쩌면 기차 여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맨발에 허름한 행색이지만 낭만이 살아있다. 흔들림도 서서히 익숙해진다. 인간미 넘치는 인도인들과 얘기를 나누며 이파리에 담긴 도시락을 사 먹고, 짜이를 마시다가 고개를 돌려 끝없이 이어진 들판을 느긋이 바라보는 것이다. 산 하나 강 하나 찾아볼 수 없이 드넓은 대지를 달리다가 도착하는 역사마다 변하는 문자를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다양한 유적지를 보는 것도 좋지만 인도 진면목은 여기에 있다. 비로소 이곳이 인도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기차에서 내리면 먼저 모자부터 하나 구해지. 어딘지 모르지만 작은 흔적을 남겼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인도 기차 사용법
막상 해보면 인도 기차 여행도 그리 어렵거나 위험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일단 기차를 타고 대도시를 떠나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미리 알고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보다 즐거운 기차 여행이 될 것이다.
-타임테이블 이용법을 숙지한다. 만약 예약 대행을 하더라도 스스로 시스템을 알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을 위해 대사관 등 비상 연락망을 미리 확보해둔다.
-긴 여행을 위한 책과 음악 (일행이 있다면 포커 등 카드 게임), 침낭, 모기 퇴치제, 물수건, 비상약 등은 한국에서 미리 준비하고, 물은 검증된 생수를 사 마신다.
-가능하면 완행보다는 되도록 직행 열차를 이용한다.
-탑승 시까지 승차 플랫폼을 계속 확인하고 하차 시에도 내리는 역이 맞는지 거듭 확인한다. 주변 탑승객들도 정확한 정보를 모를 경우가 많으므로 역무원을 찾아 재차 확인한다. 플랫폼이 바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자칫 하차가 늦어져 출발하는 기차에서 급히 다이빙 하는 경우는 방지한다. 예를 들면 갑작스레 플랫폼이 바뀌어 배낭을 맨 채 승강장 간의 육교 계단을 급히 오르내려야 하고, 역을 놓쳐 발을 동동 구르는 일도 있다. 외딴 역에 잘못 내려 고립되었다가 다음 기차에 무임승차해 벌금을 물기도 한다.
-탑승 시 소지한 짐에 주의하고, 여권과 현금 등 귀중품은 복대를 이용해 따로 몸 속에 보관한다. 배낭은 잠금장치를 이용해 반드시 묶어둔다. 혼자 여행할 경우 주변의 외국인 여행객 혹은 인도인과 안면을 익혀둔다. 목적지가 같은 한국 여행객을 만나면 행운이다.
-의심스러운 사람이나 여장 남자 등이 접근해올 경우 눈을 마주치거나 응답하지 않는다.
-음식과 마실 것은 스스로 사먹는 것이 좋으며 현지인이 권할 경우 되도록 피한다. 건내 준 차를 마시고 정신을 잃은 사이 소지품을 분실하는 사례도 있다.
-늦은 시각에 도착할 경우 불법 교통 수단이나 기사와 조수 2명이 함께 움직이는 릭샤는 피한다.
-비상시에도 침착하게 인내심을 가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방법은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연착시간까지 계산해서 행동하는 여유도 생긴다. 일이 잘못 풀렸을 경우 느긋하게 기다리고, 섣부른 행동은 자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