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 매거진=박수빈]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YAF)에서 주최한 건축전시 <어반매니페스토 2024>는 약 한달간 서촌의 온그라운드 갤러리, 보안여관, 커먼빌딩에서 진행되었다. 서촌을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혹은 위의 공간들을 한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전시의 분위기에 대해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미술관의 모던하고 멀끔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오래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그러한 분위기를 지닌 공간이 2024년 서울의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 건축가들의 제안을 담고 있다니 어울리지 않을 듯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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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안여관 | ||
보안여관 : 매니페스토
옛날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법한 장소. 벽지조차 붙어있지 않고, 타일들이 떨어져나가 거친 시멘트를 훤히 드러내고 있다. 어반 매니페스토가 펼쳐지는 보안여관의 입면은 80년 시간의 레이어를 간직한 상징적 공간이라 한다. 천장에 걸려져 있는 하얀 판넬들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툭툭 내던진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 서울’, ‘규칙과 불규칙 사이의 긴장감을 즐기다’, ‘이기적인 건축이 모여 만든 이타적인 도시’ 등. 이기적인 건축이 모여있고, 규칙과 불규칙의 갈등이 존재하는 서울의 모습을 부정할 수 없고 완벽히 개선할 수도 없다. 그러한 서울의 모습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타적인 도시가 되도록 제자리에서 꾸려나가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할 태도이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의 건축에 대한 고찰을 하며 둘러보다보면, 시멘트벽에 비춰지는 동영상을 볼 수 있다. 허름한 공간에 걸맞는 음침한 배경음악과 함께 미래에서 온 듯한 메시지를 듣게 된다. 기억에 남는 것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서울… 잉여공간… 넘친다…’ 의 메시지이다. 이미 한정되어있는 서울이라는 땅에 넘쳐나는 불필요한 잉여공간을 활용하여 새로운 필요공간을 창출하여야 한다는 젊은 건축가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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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그라운드 갤러리 | ||
온그라운드 갤러리 : 아카이브
온그라운드 갤러리에서는 전시 방식이 특히나 인상 깊었다. 건축일상, 건축확장, 건축유희, 협력건축 4가지의 주제로 전시공간의 영역이 나누어져 있었다. 흰 벽면에 나무막대기로 레이아웃을 설정하여 종이를 붙혀놓은 전시 방식이었는데, 4가지 주제별로 그 레이아웃이 달랐다. 건축일상에서는 단조로운 수직적 구성을, 확장에서는 뻗어나가는 느낌의 수평적 구성을, 유희에서는 사선의 구성을, 협력에서는 수평·수직의 구성을 취하였다.
건축일상 영역에서는 주로 주택의 사례가 많았다. 건축확장 영역에서는 주택, 상업공간과 같은 일반적 용도의 공간이 아닌 경계를 확장하고 사회와의 접점을 넓혀가는 건축을 소개했다. 건축유희의 영역에서는 즐겁고 유쾌한, 통속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건축의 사례들이 있었다. 그 중, 2013년의 <ECM : 음악전시회>에서 설치되어있던 이재준 건축가의 <REAL POP>이 있어 반가웠다. 이 전시에서는 네모난 박스에 머리를 넣어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거나, 편안한 소파에 누워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등 다양한 행위가 일어났다. 이와 같은 재미난 모습들은 이재준 건축가의 ‘왜 건축은 소통하지 못할까? 왜 전시는 서사적으로 만들까? 전시를 건축적으로 디자인하자’라는 생각을 통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협력건축에서는 재료, 기계 등 타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구축된 건축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시간의 레이어를 간직하고 있는 서촌의 공간에서 현재 서울의 건축을 돌아보고, 미래의 모습에 대한 건축가들의 제안을 맞닥뜨리며 고찰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오는 건축에 대한 전시는 늘 존재해왔다. 그렇지만 건축의 일상, 유희와 같은 조금 더 친근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는 전시는 흔치 않았기에 매우 매력적이었다.

